“중소병원 무너지면 고급의료 접근성 떨어질 것”

[김선영 기자] 입력 2018.10.09 11.59

[인터뷰]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이상운 공동회장

중소병원은 우리나라 의료의 ‘허리’다. 2차 의료기관으로서 지역사회에 뿌리 내려 전문적인 진료·수술·입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소병원의 생존 문제가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이유다. 최근 중소병원이 설 자리를 잃었다. 병원에서 일할 의료인력은 부족하고 환자는 대형병원으로만 쏠린다. 당장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의료의 허리가 무너질 위기다. 이에 따라 전국의 지역 중소병원장들이 9일 협의회를 창립하고 중소병원 살리기에 나섰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이상운(사진) 공동회장에게 창립 취지와 향후 계획을 물었다.

-협의회의 창립 배경은.
“전국에 300 병상 미만의 중소병원이 1600개 정도 된다. 이들 병원은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존재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의원과 종합병원의 수는 늘거나 유지됐지만 병원은 48개 줄었다. 새로 생긴 병원보다 없어진 병원이 많았던 적은 처음이다. 중소병원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자립할 수 있는 근간을 세워야 한다는 뜻을 모아 협의회를 창립하게 됐다.”

-지역 중소병원이 처한 의료 환경은 어떤가.
“3차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그러다 보니 의료인력도 큰 병원에 집중되고 있다. 간호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에는 법정 간호 인력 기준에 미달하는 중소병원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구급차 의무 배치 등 병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 더해져 운영난에 시달린다. 중소병원의 존폐를 위협하는 저수가 정책 역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히 해결할 문제는 뭔가.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우리나라는 전문의가 일차 의료에 배치돼 있는 특수한 의료 구조다. 일차 의료에서부터 고급의료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3차 의료기관에만 환자가 쏠리는 건 낭비다. 2차 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숙련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1, 2차 의료기관에서 폭넓은 일차 의료를 담당하고 3차 의료기관은 고난도 의료와 교육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현재의 간호등급 제도는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 국내 의료기관의 전체 병상 수(약 60만 병상)를 고려하면 간호사가 약 20만 명이 필요한데, 실제 간호사는 10만여 명뿐이다. 애초부터 병상 당 간호 인력 비율을 맞출 수 없는 구조다. 간호등급제의 개선이 절실하다.”

-중소병원이 살아나면 국민은 어떤 혜택을 받나.
“지금껏 국민은 지역사회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숙련된 진료를 받아왔다. 의료의 질을 시설이나 규모로 평가해선 안 된다. 의료의 질은 경험이 좌우한다. 1600개 중소병원 의사의 상당수가 대학에서 근무를 했고 충분한 의료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수십 년간 대학 교수로 지내던 의사도 개원하면 일반의(GP)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지금의 의료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고급의료의 접근성이 점점 떨어질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 보호 측면에서 큰 손해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중소병원은 일차 의료에서 우수한 전문 진료를 제공하고 응급의료를 보편화하는 데 기여해 왔다.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만 정책·제도 면에서 소외를 받았다. 의견을 개진할 창구조차 없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 앞으로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의사 단체와 협력해 의료의 본질을 회복하는 데 힘쓸 것이다. 지역 중소병원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실질적인 정책·시스템 개선이 이뤄지도록 정부에 주문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겠다.”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