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면 기억 잃는 당신, '이것'일 수 있다

[이민영 기자] 입력 2018.09.21 10.49

알코올에 의한 뇌 손상, 치매 위험 3배 높여

치매는 아직 명확한 치료법이 없어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특히 알코올성 치매는 음주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어 가족의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은 부모님의 음주습관을 살피고 건강을 체크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적당한 음주는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알코올은 뇌 손상을 유발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국제학술지에 실린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코올 남용에 의한 뇌 손상이 알코올성 치매는 물론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등 모든 형태의 치매 위험을 3배가량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자체의 신경 독성은 세포 파괴를 촉진시켜 과음을 할 경우 신체 곳곳에 손상을 입게 된다. 흔히 술을 마시면 간 손상을 많이 걱정하지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부위가 바로 뇌이다. 알코올은 뇌세포를 파괴하고 뇌와 신경계에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B1의 흡수를 방해하고 뇌를 손상시켜 알코올성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

만약 음주 후 기억을 못 하는 일이 잦고 점점 폭력성을 보인다면 알코올로 인한 뇌 손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알코올은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 부위를 가장 먼저 손상시킨다.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 현상이나 폭력성은 뇌 손상의 진행 과정으로 보아야 하므로 간과하지 말고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증상을 노화로 인한 현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단순한 술버릇으로 치부해 방치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데 있다. 알코올성 치매는 일반 퇴행성 치매와 달리 진행 속도가 빠르고 짧은 기간에도 급격하게 악화할 수 있다. 가족들의 냉정하고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이미 손상된 뇌세포를 되살릴 순 없지만 알코올성 치매는 술을 끊는 것으로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도움말: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보라 원장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