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완화 의료는 웰다잉 돕는 치료입니다

[박정렬 기자] 입력 2018.09.17 09.19

경희의료원 종양혈액내과 김시영 교수



우리나라 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아직 말기암 환자의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의 이용률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암 치료는 치료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암 환자가 치료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조기 검진 등으로 암 환자의 사망률이 감소했는데 이 과정에서 암 환자의 삶의 질(QOL)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즉 암 환자의 진단과 치료 그리고 치료 후 마지막 임종까지의 모든 것을 포함한 삶 전체를 생각하는 개념이다. 
  
내가 치료하는 환자의 30%는 말기암 환자다. 환자에게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소개하면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호스피스 완화 의료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받는 것에 대해 환자들이 ‘나는 이제 죽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절망하고 치료에 대한 의욕이 없어지는 것을 많이 본다. 그러다 보니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또는 항암제 치료에 더 이상 효과가 없는 말기암 환자들이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거부하고 계속 항암 치료를 받다가 부작용 때문에 고생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가족과 소중한 시간도 갖지 못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자괴감 속에 소중한 시간을 가치 없게 보내는 것을 보면서 호스피스 완화 의료의 체계적 제공과 홍보가 정말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는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증상 완화와 더불어 심적 치료 등을 병행한 전인적인 말기암 환자 돌봄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의료인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이 중요하다. 
  
경희의료원은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 전문적인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을 구성해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경감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5일 후마니타스 암병원 건립을 앞두고 경희의료원은 진료와 치유의 결합 모델을 완성해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삶과 정신, 가족관계의 회복까지 어루만지고자 한다. 진료 교수들이 각각의 치유 프로그램의 책임을 지면서 암 환자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의 증상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을 완성해 실시한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통해 자신의 삶뿐 아니라 가족과의 여생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의료진이 도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이고, 잘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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