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툭 하면 생기는 입병, 스테로이드 든 연고·패치 약은 일주일 이상 쓰면 안돼요

[권선미 기자] 입력 2018.08.17 17.55

#44 입병 치료제 완전정복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여름엔 의외로 입병(구내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더위로 입속에서 서식하는 세균·바이러스 번식은 빠르지만 이를 막을 신체 면역력은 약해져서 입니다. 입 안 구강 점막이 하얗게 헐면서 움푹 패이거나 혓바늘이 돋아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따끔따끔 아픈 입병을 치료하는 구내염 치료제에 대해 소개합니다.
 

구내염은 잇몸·혀·입술 등 입 안의 부드러운 구강 점막에 생기는 염증입니다. 얇은 구강점막에 1㎝ 미만의 하얗고 둥근 염증이 여러 개 나타나거나 입술 주위에 물집이 잡히면서 딱지가 생깁니다.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신체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내염은 주변 전염 여부에 따라 세균·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나는 감염성과 외부 자극 등으로 구내염이 생기는 비감염성으로 구분합니다. 예컨대 구강위생 상태가 나빠 입속 세균이 번식할 때,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는 감염성입니다. 그 외에 과로·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나 틀니 등 보철물에 긁혀 입 안에 상처가 났을 때, 혀를 깨물었을 때는 비감염성으로 구분합니다. 구내염은 이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합니다.

구내염은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1~2주 정도 지나면 자연적으로 낫습니다. 문제는 통증입니다. 말을 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염증이 생긴 구강점막을 자극합니다. 그렇다고 구내염이 나을 때까지 참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 언어 표현력이 떨어지는 영유아는 식사 시간에 이유 없이 운다든가 음식은 물론 잘 먹던 과일·과자·주스도 거부해 애를 태우기도 합니다. 입 안에 염증이 퍼져 침조차 삼키기 어려워합니다.
 
이럴 땐 이 기간을 좀 더 수월하게 보낼 수 있도록 약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구내염 치료는 증상 완화가 목적입니다. 염증이 심해지는 것을 막아 통증을 완화하고 회복기간을 줄여줍니다.
 

입 속 통증은 염증 제거정도에 따라 달라져
구내염 치료약을 선택할 때 살펴야 할 점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 구강 위생관리입니다. 리스테린·가그린 같은 구강세정제는 입속 세균 증식을 억제해 염증이 커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다만 구내염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는 없습니다. 오히려 가글을 하면 구강세정제의 알코올 성분이 구강점막을 자극해 통증을 겪을 수 있습니다. 물론 구내염이 서서히 나아지면서 통증은 누그러집니다. 구강 세정제는 다른 약과 병행해 사용하면 구내염 치료 기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는 통증 관리입니다. 입 속에 생긴 염증을 약으로 완화·제거해 구내염을 치료합니다. 약 성분에 따라 ▶스테로이드 제제 ▶폴리크레줄렌 제제 ▶비타민B군 세 종류로 구분하는데, 통증 완화 효과, 치료 기간, 사용 편의성 등이 다릅니다. 통증 완화효과는 염증을 어느만큼 효과적으로 제거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즉각적으로 염증을 제거하는 폴리크레줄렌 제제가 가장 우수하고 그 다음은 스테로이드 제제, 비타민B군 순으로 알려졌습니다.
 

구내염 치료에는 일반적으로 오라메디·페리덱스·아프타치 같은 스테로이드 제제를 활용합니다. 구내염 표준 치료법입니다. 염증으로 하얗게 헌 곳에 스테로이드 제제를 부분적으로 바르거나 붙이면 구강 내 염증반응을 줄여 치료합니다. 3~5일 정도 꾸준히 사용하면 헐었던 서서히 구강점막이 차오릅니다. 상처 난 구강점막을 약이 감싸면서 보호해 외부 자극으로 인한 통증을 줄여줍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체감하는 통증 완화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염증으로 손상된 구강점막이 어느 정도 회복할 때까지는 약을 발라도 여전히 아픕니다. 게다가 약효가 불충분한 경우도 많습니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약이 입 안에 오랜 시간 충분히 발라져 있을 때만 약효가 유지됩니다. 약을 바르고 물을 마시거나 입을 움직여 말을 하면 약이 조금씩 옆으로 번져 사라져 약효가 떨어집니다. 게다가 스테로이드 제제는 구강 점막을 통해 흡수되는 양이 많지 않습니다. 이물감도 심합니다. 이런 이유로 스테로이드 제제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외에도 일주일 이상 장기간 사용은 금물입니다. 스테로이드는 구내염으로 생긴 염증을 가라앉히면서 면역기능까지 억제합니다. 일주일 이상 사용하면 입 속에 서식하는 세균·바이러스 등이 활동해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약을 써도 염증이 작아지지 않고 오히려 커지거나 통증이 여전하다면 2차 감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좀 더 즉각적으로 염증을 제거하고 싶다면 폴리크레줄렌 제제를 고려합니다. 알보칠이라는 약으로 더 유명합니다. 염증으로 변성·괴사된 구강점막을 소작하는 방식으로 염증을 제거해 통증을 완화합니다. 불로 지지듯 약으로 화학적 화상을 유발해 일시에 염증을 걷어냅니다. 따라서 약을 도포한 직후 몇 초간 극심한 통증을 경험합니다. 염증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만큼 1회만 치료해도 빠르게 통증이 완화됩니다.
 
다만 폴리크레줄렌 제제는 원액을 그대로 쓰기 보다는 물에 희석해 사용합니다. 성인은 5배, 소아는 10배 이상 묽게 해 구내염이 생긴 부위에만 면봉으로 콕콕 찍어 도포합니다. 약효를 높인다며 과량의 약을 넓게 펴 바르면 염증 주변 정상 구강점막으로 흘러가 화학적 화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 치아에 닿으면 착색될 수 있습니다.
 

먹는 약으로도 구내염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임팩타민·아로나민 같은 비타민B군입니다. 염증으로 상처 난 구강 점막 세포의 재생·회복을 비타민 B군이 보조적으로 돕습니다. 꾸준히 복용하면 구내염 예방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내염 치료효과는 제한적입니다. 비타민B군이 부족구내염이 자주 재발하는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습니다. 두 달에 1번 이상 구내염이 재발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비타민B군을 자기 전 하루 1번씩 6개월 동안 복용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주관적으로 느끼는 통증 정도 역시 복용 전 3.1점에서 복용 후 0.6점으로 개선됐습니다. 통증 점수는 개인이 느끼는 통증을 0점에서 10점까지 수치화한 것입니다. 점수가 클수록 통증이 심합니다. 참고로 같은 기간 위약군은 복용 전 2.9점, 복용 후 2.4점으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통증이 심하다면 타이레놀 계열의 진통제를 추가로 복용합니다. 기존 구내염 치료제로 부족한 통증 완화 효과를 보완해줍니다. 영유아는 구내염 통증으로 음식 자체를 거부해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프지 않다보니 목 넘김이 부드러운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이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영유아도 구내염 치료제 사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너무 어리면 약을 바른 채 가만히 있기 어렵거나 약이 유발하는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현실적으로 영유아는 타이레놀만 단독으로 복용하기도 합니다. 다만 같은 진통제라도 부루펜 계열의 약은 사람에 따라 구내염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합니다.
 
도움말: 가천대 길병원 치과 이지수 교수, 삼육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고홍섭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