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여성 탈모 환자, 남성용 치료제 쓰면 엉뚱한 곳에 털 나요

[김선영 기자] 입력 2018.07.06 17.25

#38 남녀 유별한 탈모치료제 사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주변에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탈모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20만 명. 남성 11만5000명, 여성 8만6000명입니다. 더 이상 탈모는 남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중요한 건강 이슈가 됐습니다. 탈모는 머리카락이나 체모가 소실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요즘에는 정수리의 머리숱이 줄고 이마 선이 점점 후퇴하는 남성형 탈모가 여성에게도 흔히 발생합니다. 치료제는 남성용과 여성용이 구분돼 있습니다. 성별에 따라 권장 치료제가 다르다는 뜻이죠. 이를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썼다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번 약 이야기 주제는 ‘남녀 유별(男女有別)한 탈모치료제 사용법’입니다.
 

남성형 탈모는 가장 흔한 탈모의 종류입니다. 남성형 탈모는 모낭의 크기가 점점 작아져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다 빠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마와 머리카락의 경계가 뒤쪽으로 밀리면서 이마 선이 M자가 되죠. 머리 중심부의 모발도 힘을 잃고 서서히 빠집니다. 주로 남성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물론 여성도 남성형 탈모가 올 수 있습니다. 여성에게 나타난 남성형 탈모는 이마 선은 유지되지만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가늘어지고 적어지는 게 특징입니다. 남성형 탈모는 탈모 진행 정도나 모발·두피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남성형 탈모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성분명)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미녹시딜(성분명)이 있습니다. 남성형 탈모의 주요 원인은 남성호르몬입니다. 두피의 피지 선과 모낭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보다 강력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하는 효소가 있는데, 이것이 5-알파환원효소입니다.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은 모낭의 크기를 작게 하는 유전자를 활성화해 모발의 성장을 저해하는 주범입니다.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는 먹는 약으로, 5-알파환원효소의 활동을 저해해 탈모의 진행을 저지하고 발모의 촉진을 돕습니다. 이 두 약은 남성용 치료제여서 여성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서입니다. 임산부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이 약을 먹으면 남성 태아의 생식기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습니다. 경구 투여뿐 아니라 부서진 조각에 노출돼도 피부를 통해 흡수될 가능성이 있어 만지지 말아야 합니다. 캡슐이 파손돼 내용물과 닿았다면 접촉 부위를 즉시 물과 비누로 세척해야 합니다. 피나스테리드의 경우 폐경기 이후 여성에게 사용했을 때 탈모를 개선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가임기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의 여성에게 추천되지 않습니다.

피나스테리드는 남성 환자도 복용할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커지는 현상, 통증, 유두에 분비물이 나오는 등 유방의 변화가 있으면 즉시 의사에게 얘기해야 합니다. 또 복용 중에 발기부전과 성욕 감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두타스테리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식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임신을 계획 중인 남성이라면 의사와 상담한 뒤 신중하게 투여를 결정해야 합니다. 전문의약품인 만큼 용법과 용량을 철저히 지키는 건 기본입니다.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는 1일 1회 1정(캡슐)을 식사와 무관하게 복용합니다.  
 

미녹시딜은 두피에 바르는 외용약입니다. 탈모를 방지하고 모발이 성장을 촉진하는 데 효과가 있죠.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녹시딜이 어떤 작용 기전으로 탈모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두피의 혈관을 확장시켜 모발의 성장을 돕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녹시딜 제품은 성분의 농도에 따라 5%, 3%, 2% 외용액이 있습니다. 5% 외용액은 남성에게만 사용이 권장됩니다. 2%, 3% 용액은 남성·여성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무시하거나 더 큰 효과를 보려고 여성이 5% 제제를 쓰면 두피 외에 얼굴·팔·다리에 털이 나는 다모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여성이 미녹시딜 외용액을 사용할 때는 탈모 치료 부위 외에 약물이 묻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피부가 탈모 치료 약물에 장시간 노출되면 잔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약물이 묻은 부위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은 출산과 동시에 모발이 많이 빠지곤 합니다. 모발은 성장기(활동기)→퇴화기→휴지기→탈락기(자연 탈모)의 성장 주기가 있습니다. 임신을 하면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는데, 이 호르몬은 모발의 휴지기를 연장합니다. 그러다 10개월 뒤 출산을 하면 호르몬 분비가 정상으로 돌아와 휴지기, 탈락기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모발이 한꺼번에 빠집니다. 이땐 2%, 3% 외용액이라도 사용을 권하지 않습니다. 보통 산후 6개월 후부터 모발이 다시 자라나기 때문에 미녹시딜을 바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미녹시딜 외용액은 많이 바른다고 효과가 좋은 게 아닙니다. 모발과 두피를 완전히 말린 후 0.5~1mL(1mL는 약 25방울)를 1일 2회(아침·저녁), 최소 4개월 동안 환부에만 도포합니다. 하루 총 투여량이 2mL를 넘지 않도록 합니다. 만약 외용액 바르는 걸 잊었더라도 다음날 두 배의 용량을 사용하지 말고 하루 권장 용량만 도포합니다. 미녹시딜 외용액은 보통 도포를 시작한 지 약 4개월 후부터 모발이 성장하는 것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록 초반에는 머리카락의 색상이 옅고 부드러우며 가늘지만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다른 모발과 유사한 색상과 굵기로 자랍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