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 안 좋단 말은 옛날 얘기, 소재 좋아져 20~30년 거뜬

[류장훈 기자] 입력 2018.05.14 09.22

[인터뷰]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손원용 교수

손원용 교수

한번 굳어진 인식은 좀처럼 바뀌기 어렵다. 때론 그 인식이 의료 현장에선 환자가 치료 자체를 기피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선입견은 그래서 무섭다. 인공관절(고관절) 분야가 대표적이다. 인공관절 수술 처방을 받은 환자는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것처럼 두려워한다. 수술을 거부하다 관절을 결국 못쓰게 된다. 오해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 의료기술이 발전해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인식이 의술을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의료진은 인공관절을 두고 오히려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혜택’이라고 말한다.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손원용(차기 대한정형외과학회장·사진) 교수를 만나 그 배경에 대해 들었다.   
  
-인공관절 수술은 환자에게 ‘최후통첩’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럴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은 고관절에 무혈성 괴사가 생기거나 퇴행성 관절염 등으로 관절을 제대로 쓰지 못할 때 관절 기능을 회복해주는 치료다. 인공관절 수술 환자의 60~70%는 무혈성 괴사다. 주로 젊은 30~40대에 생긴다. 또 관절염 환자는 70~80대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다. 근데 환자들이 오해를 하는 부분이 많다.” 

-주로 어떤 오해를 하나.
“수술을 받으면 양반다리나 무릎 꿇기를 못한다고 아는 사람이 많다. 수술 후에도 계속 아프다거나 오히려 수술 후 더 안 좋아지고 걷기 힘들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오는 환자도 있다. 모두 사실이 아니다.”   

-일부는 사실 아닌가.
“옛날 얘기다. 사실 20~30년 전에는 문제가 있었다. 고관절 인공관절에서 관절이 맞닿는 부분의 소재가 폴리에틸렌이었다. 수술 후 관절을 사용하면 1년에 0.1~0.2㎜ 정도 닳는데, 닳은 부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1㎛ 이하의 미세 입자로 떨어져 나간다. 그러면 면역 방어기전이 작동해 세포가 이 입자를 잡아먹으면서 일종의 효소를 분비하는데 이 효소가 결국 뼈를 녹인다. 이 입자들 때문에 관절 주위 뼈가 녹아 재수술이 어려워져 모두 긁어내고 뼈 이식을 해야 했다. 근데 2000년대 접어들면서 소재와 디자인이 개선됐다.” 

-얼마나 달라졌는지.
“이젠 세라믹이나 강화 폴리에틸렌을 쓴다. 전에는 인공관절 수명이 짧으면 7~8년, 대부분 10~15년이었는데 이런 이상 반응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20~30년은 거뜬하다. 디자인도 개량돼 관절 운동 범위가 넓어졌다. 양반다리, 쪼그려 앉기, 무릎 꿇기 모두 가능하다. 안암병원 한승범 교수와 지난해 10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중 82.6%는 쪼그려 앉기, 87.6%는 무릎 꿇기, 74.4%는 다리 꼬기가 가능했다.”

-실제로 오해 때문에 수술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나.  
“물론이다. ‘주위에서 (인공관절 수술이) 나쁘다고 했다’며 거부감을 보이는 환자가 꽤 있다. 수술을 권해도 약을 먹어가면서 통증을 참는다. 젊고 활동이 필요한 사람도 고통스러워하면서 직업도 바꾸고 행동 패턴도 바꾼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인공관절 수술은 제때 수술을 받으면 관절의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수술이다. 한번 받았던 사람도 제때 재수술을 받으면 처음 수술받은 것처럼 기능이 똑같이 회복된다.” 

-어떤 사람이 수술받아야 하나.
“고관절 통증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상당한 사람이다. 관절염이나 무혈성 괴사가 심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술 후 회복도 빠르다. 수술 다음 날 서는 연습을 하고 그다음 날부터 걷는 연습을 한다. 젊은 사람은 4~5일 만에 퇴원한다.”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인공관절은 정형외과에서 20세기 접어들어 가장 발전한, 환자에게 혜택을 주는 분야 중 하나다. 그 혜택을 본인의 잘못된 선입견 때문에 못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인공관절 수술을 남용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관절 통증 환자에게 가장 성공적이고 발전한 치료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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