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안구건조증 원인 따라 '인공눈물' 가려 쓰세요

[박정렬 기자] 입력 2018.05.14 09.20

#31 내게 맞는 인공눈물 선택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눈이 시리고 뻑뻑할 때 흔히 인공눈물을 사용합니다. 미세먼지·황사가 심해지고 스마트폰?컴퓨터 사용이 늘면서 사계절 내내 인공눈물을 쓰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죠. 겉보기엔 모두 투명하고 맑은 액체지만, 인공눈물도 자신의 증상과 원인에 따라 효과적인 성분이 따로 있습니다. 이번 주 약 이야기의 주제, ‘내게 맞는 인공눈물 선택법’입니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줄거나, 쉽게 증발해 생기는 병입니다. 눈물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지면 눈 표면이 쉽게 자극을 받아 가려움·충혈·통증·시림·시력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눈물막은 바깥쪽부터 지방층, 수성층, 점액층 등 3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점액층은 눈 표면과 눈물(수성층)을 결합시키고 지방층은 눈물을 덮어 증발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 3개 층에서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안구건조증이 발생하는 데 주로 수성층·지방층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눈이 자주 뻑뻑하다” “눈이 시리고 충혈된다” “모래알이 들어간 듯 불편하다” 
이는 안구건조증의 흔한 증상인데요. 이런 증상이 발생할 때 안과 의사가 가장 먼저 추천하는 인공눈물은 수성층에 작용하는 히알루론산과 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CMC), 포비돈입니다. 이들은 친수성(親水性)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변에 눈물을 붙잡아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하는 겁니다.
 
수성층은 눈물 그 자체로, 눈물막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눈물이 말라 생기는 증상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부족한 눈물을 보충하는 것이죠. 또 눈물이 줄면 눈물막을 이루는 3개 층의 균형이 깨지고, 각 층의 농도 차이로 눈 표면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 증상이 더 심해집니다. 이런 문제 역시 수성층을 채우는 인공눈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인공눈물은 눈물 손실 정도, 그리고 성분에 따라 효과 지속 시간과 점안 시 불편한 정도가 다릅니다. 점도가 높으면 증상 완화 효과가 큰 반면 눈이 끈적거리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불편함을 더 많이 느낍니다. 보통 CMC는 눈에 넣을 때 편안하고 거부감이 적지만, 점도가 낮아 효과 지속 시간이 짧은 편입니다. 포비돈은 반대로 점도는 높지만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은 적죠.
 
다만, 이런 느낌은 개인별로 차이가 큽니다. 눈물이 많이 부족하면 점도가 큰 인공눈물을 오히려 편하게 느낄 수 있고, 누구는 눈이 불편해 차라리 인공눈물을 자주 넣는 것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정답’이 없는 것이죠. 다만, 안과 의사들은 처음 인공눈물을 쓰는 경우 적응을 위해 CMC·저농도 히알루론산 인공눈물을 먼저 권하는 편입니다.
 

히알루론산 성분의 인공눈물은 제품별로 농도가 0.1%, 0.15%, 0.18%, 0.3% 등으로 세분화 돼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눈물을 잡아둘 뿐 아니라, 안구건조증으로 인해 눈 표면에 생긴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도 있어 안과 의사가 가장 많이 추천하는 성분입니다. 
 
다만 히알루론산 인공눈물은 다른 성분보다 구입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0.1~0.18% 농도의 제품은 안구건조증 완화를 위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허가를 받았지만, 대게 약국에 일반 의약품 용도로 구비된 제품이 없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밖에 고농도(0.3%) 히알루론산은 눈 표면의 수분을 빼앗아 세포 독성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구입해야 합니다.
 

지방층은 수성층을 코팅하듯 감싸 눈물이 덜 증발하게 돕습니다. 지방층이 얇아지면, 그 만큼 눈물이 잘 날아가 안구건조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지방층 문제로 인한 안구 건조증은 특히 고령층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지방층은 눈꺼풀에 있는 마이봄샘이라는 기관에서 만들어진 기름으로 구성되는데, 나이가 들면 기름 분비가 제대로 안되거나 기름의 질이 나빠져 눈물이 증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층에 문제가 생기면 유독 눈물이 잘 흐르고 따갑거나 찌르는 듯한 갑작스런 통증을 자주 느낍니다. 눈물은 충분한데 이를 보호하는 지방층이 줄면 외부 자극에 반사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눈물이 납니다. 눈 통증은 분비되지 않고 쌓인 기름이 염증 반응을 일으켜 나타나죠.
 
이런 경우에는 지방층을 보충하는 카보머·글리콜·글리세린 성분의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카보머는 겔 타입, 글리콜 등은 인공눈물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겔 타입 인공눈물은 액체보다 점도가 훨씬 높아 자기 전에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염증을 줄이는 사이클로스포린 성분의 안약을 함께 사용하기도 합니다. 사이클로스포린은 전문 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인공눈물을 자주 넣는다고 눈물 분비량이 줄거나,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단, 1회용 인공눈물은 방부제가 없어 개봉한 뒤 한 번만, 되도록 빨리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1회용 인공눈물도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색이 변하거나 뿌옇게 된 건 바로 버려야 합니다. 
 
인공눈물 흡수율을 높이려면 한 번에 한 방울씩 넣고, 30초간 눈을 감고 있게 가장 좋습니다. 많이 넣는다고 효과가 크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눈을 깜빡이게 돼 코로 이어진 눈물길로 성분이 곧장 빠질 수 있습니다.
 
넣을 때 자세도 중요한데요, 고개를 30도 정도 젖히고, 아래 눈꺼풀을 잡아 내린 뒤 흰자위나 빨간 살 부위에 넣는 게 좋습니다. 고개를 완전히 젖히면 눈이 찔릴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제대로 넣기도 어렵고, 투입구에 눈이 닿아 세균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인공눈물을 열심히 썼는데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갈수록 악화된다면 항염증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염증은 안구건조증의 원인과 상관 없이 발생합니다. 주관적인 증상을 심하게 느끼거나 시력이 저하된다면 약국보다 안과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도움말: 강북삼성병원 안과 최철영 교수,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권영아 교수, 비앤빛강남밝은세상안과 류익희 원장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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