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시간 늘리니 환자 만족도 높고 의료비는 절감…환자 쏠림 현상의 '해법' 될수도”

[박정렬 기자] 입력 2018.04.30 18.13

서울대병원 30일 '15분 진료' 1차 사업 결과 발표

서울대병원은 30일 암병원에서 병원 소속 13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한 심층진료 시범사업 연구용역 1차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박정렬 기자]

이른바 '3분 진료' 개선을 위해 시범 도입된 ‘15분 진료(심층진찰)’의 중간 평가 결과가 나왔다. 환자 만족도는 높았고, 총 의료비는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를 위해 환자들이 추가 비용을 지급할 의사도 큰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병원은 30일 암병원 2층 서성환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진찰료 개편을 위한 심층진찰료 도입방안 연구 용역(1단계)' 결과를 발표했다. 

15분 진료, 만족도 높고 총 진료비 낮아
심층 진찰은 의사와 환자가 더 많은 시간을 만나고, 이에 맞춰 더 높은 수준의 진찰료(수가)를 주는 제도다. 종전에도 일부 의사가 자발적으로 '15분 진료'로 대변되는 심층진찰을 실시해왔고,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가 이를 제도권에 포함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실시해 현재 중증·희귀환자를 대상으로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 19개 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9월부터 병원 소속 13명의 교수가 해당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1차 평가를 위해 병원은 지난해 10~12월 동일 의사에게 ▶심층진찰 274명과 ▶일반 진찰 142명을 받게한 후 설문조사를 했다. 세부적으로 심층 진찰은 내과 116명(피부과 34명 포함), 외과 120명, 소아과 72명이 받았고, 일반 진찰은 환자 140명(내과 40명(피부과 9명 포함), 외과 42명, 소아과 58명)이 받았다. 대상자들은 나이·성별이 비슷한 사람을 선별했다.

결론적으로 심층진찰은 일반 진찰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먼저 외래진료 자체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심층 진찰을 받은 쪽은 9.04점, 일반 진찰을 받은 쪽은 7.65점으로 심층진찰 받는 곳이 높았다. 진료시간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심층진찰군이 92%, 일반 진찰이 71%로 역시 심층진찰군이 21%p 높았다. 치료 과정, 환자 권리 보장 등 평가 항목 전반에 걸친 점수도 심층진찰군이 일반 진찰보다 높았다.

진단 등 의료 이용량과 총 의료비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분석결과, 특히 심층 진찰군은 일반 진찰군보다 혈액검사 등 진단의학검사의 감소 폭이 컸다. 중증 질환일수록 감소 폭은 더욱 커졌다. 이외에 평가 기준인 영상학적 검사(CT·MRI 등)나 진단 후 처방된 약제는 증가했지만, 이 역시 병원 측은 "초기 면담이 충분히 이뤄지면서 초진 시 필요한 검사와 투약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총 의료비용 비교표. [사진 서울대병원]

이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분석결과 총 진료비는 심층진찰군이 22만521원, 일반진찰군은 24만2862원으로 심층진찰군이 일반진찰군에 비해 총 진료비가 9.2%p 낮았다. 특히 진료비 차이는 중증질환에서 심층진찰군 34만1733원, 일반진찰군 43만9116원으로 22.17%p나 벌어졌다. 

발표를 진행한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권용진 단장은 "중증질환일수록 의사와 환자의 '인터뷰'가 중요하다. 진료시간이 충분할 때 의사는 불필요한 검사 를 줄일 수 있고 이에 따라 비용 절감 효과도 더 크게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심층 진찰을 받으면 환자가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심층진찰을 받은 쪽은 81.1%가, 일반 진찰을 받은 쪽은 67.1%가 "비용을 지급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현재는 일반 진찰은 1만8800원을 내지만, 심층진찰을 받으면 2만3495원으로 약 5000원 가량이 추가로 들어간다. 설문조사에서는 심층진찰에 1회당 약 1만원(연간 2회 2만원)을 낼 의사가 있는지 물었는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심층진찰군은 235명(85.4%), 일반 진찰은 98명(70.0%)으로 파악됐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권용진 단장이 1차 평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박정렬 기자]

의료전달체계 개선 효과 뚜렷
심층진찰의 또 다른 효과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다. 현재는 동네 병·의원을 찾아도 되는 경증 환자가 큰 대학병원에 몰리는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하다. 서울대병원이 평가 대상자 중 일반진찰을 받은 14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서울대병원을 찾은 이유는 1·2차 병원에서 의사의 의뢰를 받아 온 경우 56%, 본인이 원한 경우는 44%로 거의 비슷했다.

스스로 대학병원을 찾은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은 ▶1·2차 병원의 신뢰도 부족(45%) ▶중증 또는 고난이도 질환이 의심돼(27%) ▶정밀 검사를 원해서(10%) 등을 순서대로 꼽았다. 권용진 단장은 "환자가 자신의 병이 경증·중증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도 일단 병원을 가야 한다.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동네의원이 경증,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를 돌봐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이를 구현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 현실적인 대안이 상급종합병원에 온 뒤 상태가 심각하지 않거나, 호전된 환자를 1·2차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회송'이다. 이를 위한 심층 진찰의 효과는 컸다. 조사 결과 심층진찰의 회송률은 44.4%로 일반진찰군(39.1%)에 비교해 5.3%p 높았다. 특히, 심층진찰을 할 때는 의사가 진료회송서·소견서 발급 등 회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비율(19.5%)이 일반진찰(4.2%)보다 눈에 띄게 높아졌다.

권용진 단장은 "동네에 단골 의사를 만드는 이른바 '주치의 제도'와 함께 동네 병원으로 환자를 돌려보내는 '회송 체계'를 만드는 데 심층진찰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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