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신에 생긴 종양, 로봇수술로 말끔히 제거”

[김선영 기자] 입력 2018.04.23 09.35

[인터뷰] 건국대병원 갑상선암센터 박경식 교수

호르몬은 신체의 각 기능을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존재다. 호르몬을 생성·분비하는 내분비기관에도 종양이 발생하곤 한다. 내분비계 종양은 호르몬 분비에 문제를 일으켜 질병을 부른다. 쿠싱증후군·갈색세포종·알도스테론증 등을 유발하는‘부신 종양’이 대표적이다. 부신 종양은 고혈압·당뇨 같은 합병증을 동반해 건강을 위협한다. 건국대병원 갑상선암센터 박경식(외과·사진) 교수에게 부신 종양의 특징과 효과적인 치료법을 들었다. 

내분비계 종양 수술 전문가인 건국대병원 박경식 교수는 ’로봇수술이 부신 종양의 자극과 출혈을 최소화하는 데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프리랜서 김동하

-몸속에서 부신이 하는 역할은 뭔가.
“부신은 콩팥 위에 위치한 내분비기관이다. 부신에서는 코르티솔·알도스테론·에피네프린 등의 호르몬이 분비된다. 코르티솔 호르몬은 스트레스 대응에 관여한다. 동물실험 결과를 보면 스트레스 자극에 심하게 노출된 쥐는 부신이 커져 있다. 알도스테론 호르몬은 나트륨과 물을 흡수하고 칼륨을 배출해 혈압을 조절한다. 에피네프린은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많이 분비되는데, 혈압이나 혈당 등을 조절해 대처하도록 한다. 부신은 이런 호르몬이 적절하게 분비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크기는 작지만 중요한 기관이다.”
  
-부신 종양의 유병률은 어느 정도인가.
“부신에 생긴 1㎝ 이상의 종괴(덩어리)를 부신 종양이라고 한다. 부신 종양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병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촬영(MRI)·초음파검사를 받다가 종양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부신 종양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30세 미만 인구에서는 약 1%지만 70세 이상에서는 7%까지 증가한다.”
  
-부신 종양은 어떤 질병과 증상을 유발하나.
“가장 흔한 건 쿠싱증후군이다. 종양 때문에 코르티솔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됐을 때 나타난다. 대표적 증상은 체형의 변화다. 가슴과 배 위주로 살이 찌고 팔다리는 가늘어진다. 알도스테론 호르몬이 다량으로 분비되면 알도스테론증이 나타난다. 이때는 혈중 칼륨 농도가 많이 떨어진다. 칼륨은 몸에서 근육의 기능을 조절한다. 칼륨 수치가 낮으면 팔다리 근육이 약해져 걷다가 넘어지기 쉽다.가장 위험한 종양은 갈색세포종이다. 에피네프린 호르몬의 과다 분비를 유발하고 발작적인 혈압 상승을 일으켜 몸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치료법은 뭔가.
“특정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해야 한다. 기능을 하지 않는 단순 종양일 때는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다. 다만 종양의 크기가 4㎝ 이상이면 다른 장기를 압박할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수술이 기본이다. 종양을 떼어내면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유발된 증상은 물론 고혈압·당뇨병·골절 같은 합병증까지 쉽게 완화된다.”
 
-어떤 수술법을 활용하나.
“요즘에는 복강경 수술을 많이 한다. 절개 수술을 하면 복부를 10㎝ 정도 째야 병변에 접근할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은 작은 구멍 크기의 절개만으로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 종양의 크기가 크거나 병변 조직의 유착이 심할 때, 종양이 다른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에는 과다 출혈 위험성이 커 로봇 수술을 한다.”
 
-로봇수술의 장점은.
“최근 35세 남성이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부신 종양을 발견했다. 검사 결과 갈색세포종이었다. 갈색세포종은 수술할 때 자칫하면 급격한 혈압 상승을 유발해 환자 상태가 위험해질 수 있다. 게다가 이 환자는 종양이 간 쪽에 붙어 있어 더 위험했다. 혈관과 간 손상을 막기 위해 로봇으로 정밀하게 수술한 결과 종양이 말끔히 제거됐다. 부신은 체내 깊숙이 위치하며 혈류량이 많은 게 특징이다. 로봇수술을 하면 종양의 자극과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고 회복이 빠르다.”
  
-특히 주의해야 할 사람이 있을까.
“최근 젊은 층에서 부신 종양이 많이 발견된다. 젊은 나이인데도 고혈압이 있거나 간헐적으로 혈압이 상승하고, 거미형 체형이거나 근육이 약해져 자주 넘어진다면 부신 호르몬 검사를 고려해볼 만하다. 호르몬 이상이 만성화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수술로도 호르몬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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