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숨 멈추는 수면 무호흡증 '이런 환자'는 양압기보다 수술 먼저 고려해야

[박정렬 기자] 입력 2018.04.05 10.09

서울대병원 연구팀 "편도비대·비중격만곡증·비후성비염은 먼저 수술하는 것 추천"

편도비대·비중격만곡증·비후성비염으로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한 환자는 양압기 치료 실패 확률이 높고, 따라서 수술적 치료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직·박보나 교수 연구팀은 2014~2015년 서울대병원 수면센터를 방문한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를 대상으로 양압기 치료 실패 원인과 환자의 비강·구강·인두의 해부학적 요인 등을 분석해 결과를 5일 발표했다.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은 수면무호흡증의 약 90%를 차지하며 수면 중 기도가 막히면서 심한 코골이, 호흡중단, 두통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병이다. 방치할 경우 고혈압·부정맥 등 심장 질환이나 기억력 감퇴, 당뇨병 등 내분비 질환, 성 기능 장애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폐쇄성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해 양압기를 착용하고 수면하는 모습 [사진 서울대병원]

수면무호흡증의 치료는 보통 양압기가 사용된다. 마스크처럼 생긴 장비로, 수면 시 착용하면 코와 입으로 공기를 주입해 기도를 열어준다. 다만 이런 양압기 착용을 어려워하는 환자가 많아 절반은 착용 후 1년 내 양압기 치료를 포기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라 성공률은 최대 80부터 최소 30%까지 다양하다.

이에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양압기 치료를 실패하는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성공적으로 양압기 치료를 하는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 24명과 양압기 치료에 실패해 수술한 환자 23명의 수면다원검사, 수면내시경, 상기도 해부구조를 비교했다.  

그 결과, 수면다원검사 결과는 폐쇄성수면무호흡증 진단과 심각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측정 인자의 높고 낮음은 양압기 성공 여부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환자의 주관적 증상 정도와 수면 파트너가 전한 환자 증상 심각도 역시 양압기 치료 성공, 실패에 영향이 없었다. 

비중격만곡증 환자의 컴퓨터영상촬영(CT) 사진. 코를 둘로 나누는 비중격이 정상인(C-S라인)보다 C-A라인(붉은색)으로 기울어져 있다. [사진 서울대병원]

반면, 상기도 해부학적 구조를 비교했을 때는 양압기 치료 실패 환자의 비중격만곡증 정도가 성공 환자보다 훨씬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후성 비염이 심각해 코로 숨쉬기 어려운 환자 역시 양압기 치료 실패 확률이 높았다. 

편도선 비대도 양압기 착용 실패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실패 환자의 27%가 2단계 이상의 편도선 비대 소견을 보여 성공 환자(8.7%)의 3배쯤 높았다. 

한편, 반대로 이번 연구에서는 기도의 문제가 관찰되지 않지만 코골이나 무호흡이 심한 환자나 비만도가 높은 환자, 고령의 여성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 등은 수술 치료 효과가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직 교수 [사진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전에 비강, 구강, 인두의 해부학적 구조를 자세히 관찰하고 특정 해부학적 위험 요인 환자는 양압기 치료 실패율이 높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수술을 진행할 때는 먼저 수면내시경검사를 통해 양압기 치료 실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해부학적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직 교수는 "비중격만곡증, 비후성 비염, 편도선 비대 정도가 심한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양압기 치료 실패율이 높아 수술적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폐쇄성수면무호흡증 치료 시작 전에 수면내시경검사 등의 검사를 반드시 받고, 이를 토대로 최적화된 치료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의학학술지 ‘메디슨(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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