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범벅 어린이용 필통, 10개 중 7개 '회수 안돼'

[박정렬 기자] 입력 2018.04.02 13.32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 "유해물질 검출 어린이 제품 평균 회수율 32.1%에 불과"

카드뮴·납 등 유해물질이 검출돼 정부가 리콜 명령을 내린 필통·색연필·사인펜 등 어린이 제품 70%가량이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이 2일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제출받은 ‘어린이 제품 안전성 현황 조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안전성 조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리콜 명령이 내려진 어린이 제품의 평균 회수율은 32.1%에 불과했다.

가장 적게 회수된 제품은 중국산 필통 ‘멀티 케이스'로 내분비계 장애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385배를 초과해 검출된 제품이다. 이 제품의 경우 회수율이 고작 2.56%에 그쳤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 데 쓰이는 화학 첨가제로, 발암물질로 분류돼 유럽연합(EU)과 우리나라에서 어린이용 제품에 대한 생산·수입이 금지된 물질이다.

2017년 어린이제품 안전성조사 현황 [자료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실]

이밖에 중금속인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해 리콜 명령이 내려진 ‘12색 세필보드마카'도 회수율이 11.11%에 불과했다. 기준치 66배 이상의 납이 검출된 '바스켓 필통'도 23.75%만 회수됐다.

자료에 따르면 리콜 명령이 내려진 어린이 제품의 연도별 수거율은 ▶2015년 20개 품목 62.4% ▶2016년 25개 품목 40.5% ▶2017년 12개 품목 32.1% 등으로 해마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제품 회수율이 낮은 이유는 가격이 저렴한데다 품목 특성상 잃어버리거나 사용 과정에서 소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행법상 제품의 유해성이 드러난 경우 정부가 해당 제품의 리콜을 명령할 수는 있지만, 이 조치를 이행했는지 점검하는 것은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도 회수율이 낮은 이유로 지목된다.

이찬열 의원은 “어린이 관련 제품은 철저한 품질 점검과 아울러 불합격 제품의 경우 확실한 수거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리콜 조치 이행 점검을 의무화하는 ‘제품안전기본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유해물질이 발견된 제품의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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