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목소리 한 달 이상 지속되면… 00암 의심하세요

[신윤애 기자] 입력 2018.02.26 16.53

감기로 착각해 치료 시기 놓치기 쉬워

이모씨(62·남)는 3개월 전 후두암 수술을 받고 목소리를 잃었다. 후두암을 너무 늦게 발견해 후두를 모두 제거했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이모씨는 “담배를 40년 넘게 피워온 데다 현장에서 큰 소리로 일하다 보니 목소리가 항상 쉬어 있다”며 “어느 날부터 숨을 들이마실 때 가래 끓는 소리가 나서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해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조재구 교수는 “이씨가 병원을 빨리 찾아 후두암을 일찍 발견했다면 목소리는 보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후두암의 초기 증상은 목소리가 쉬는 것으로 목을 많이 사용했거나,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60~70대 남성 흡연자가 후두암 잘 걸려
후두는 목 앞쪽에 위치하는 기관으로 말을 하고 숨쉬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 곳에 암세포가 생긴 것이 후두암이다. 후두암은 주로 이씨와 같은 60~70대

[중앙포토]

남성에게 많이 발병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후두암으로 진료 받은 환자 7422명 중 94%가 남성이었다. 이중 60대가 35.9%, 70대가 33.2%였다.

후두암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담배 연기가 후두 내부를 싸고 있는 세포를 자극해 악성 변화를 일으킨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후두암의 가장 확실한 예방책으로 금연을 꼽는다. 조재구 교수는 “전체 후두암 환자 중 90~95%가 흡연자”라며 "후두암을 예방하려면 우선 금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두암은 발병하면 쉰 목소리가 나온다. 목감기에 걸렸을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후두암이 심해지면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목구멍에 이물질이 걸려있는 느낌이 든다. 음식물을 삼킬 때 통증이 느껴지거나 숨을 들이마실 때 잡음이 들리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 조 교수는 “감기에 걸리거나 목을 많이 사용해 목소리가 쉬었다면 한 달 내로 좋아진다”며 “휴식을 취해도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면 후두암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두암 검진은 대부분의 이비인후과에서 간단하게 받을 수 있다. 목감기를 진단할 때처럼 후두 내시경으로 후두와 경부(목)를 관찰한다. 내시경 검사 시 후두암이 의심되는 경우에만 컴퓨터 단층촬영(CT)나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으로 자세히 검사하면 된다. 조 교수는 “ 후두암은 조기(1·2기)에 발견하면 수술을 하더라도 후두의 일부만 제거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보존할 수 있다"며 "완치율도 90%이상 된다"고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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