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저염식도 '위험'…소금은 '줄이는' 겁니다

[박정렬 기자] 입력 2018.02.20 10.47

갑상샘 수술했거나 이뇨제 복용 환자는 '저나트륨혈증' 더욱 주의해야

한국인은 소금(나트륨)을 많이 먹는다. 힌국인 나트륨 섭취량은 4878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2000mg)의 두 배가 넘는다.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소금 섭취를 제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나트륨을 줄인 저염식·무염식을 고집한다 오히려 탈이 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저염식이나 무염식을 통해 극단적으로 소금 섭취를 제한하면 저나트륨혈증 등 여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사진 고대구로병원]

나트륨 줄면 혈액 내 세포 터져버릴 수도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여러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비만, 골다공증을 비롯해 위암 등 치명적인 병도 나트륨 과다섭취와 연관돼 있다고 보고된다.

그렇지만 극단적으로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나트륨 ‘하루 권장 섭취량’을 제시한 이유도 나트륨이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한 성분이기 때문이다. 체온 유지를 비롯해 산소 운반, 노폐물 배출 등 맡은 역할이 다양하다.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김진욱 교수는 “일반 성인은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식사·간식등으로 충분히 나트륨 하루 권장량을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저염식·무염식을 통해 극단적으로 소금 섭취를 제한하면 체액 균형이 흐트러지면서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표적인 것이 저나트륨혈증이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면 수분이 적혈구 등 혈액 속 세포로 이동해 구토, 설사, 두통 등의 증상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주의력 결핍,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해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적혈구는 혈중 나트륨 농도가 0.9%로 유지될 때 제 기능을 한다.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 이를 유지하지 못하면 삼투압 현상(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물이 이동하는 현상)으로 적혈구에 수분이 들어가 팽창돼 터져버릴 수 있다.

나트륨이 부족하면 신경 전달 체계에도 이상이 생긴다. 자극은 전기적 신호를 통해 신경을 거쳐 전달된다. 나트륨이 없으면 전위차가 발생하지 않아 신체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병원에서 신경전달 이상으로 발생하는 쇼크를 막기 위해 식염수를 주사하는 이유다.

특히 갑상샘 수술을 했거나 '티아지드' 계열 이뇨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지나치게 엄격한 저염식·무염식을 멀리해야 한다. 갑상샘 수술을 하면 갑상샘 호르몬 분비가 안 돼 콩팥의 수분 조절 기능이 떨어진다. 체내 수분량이 느는데 나트륨 섭취가 줄면 저나트륨혈증 위험이 커진다. 이뇨제도 소변을 통해 체내 나트륨 농도를 낮춘다.

고대구로병원 김진욱 교수는 “건강을 위해선 소금을 먹지 않는 것보다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전문가와 상담 후 평소 식단에서 국물을 먹지 않거나, 음식을 조리할 때 소금을 덜 사용하는 식으로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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