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이 '생체 시계' 교란 원인”

[박정렬 기자] 입력 2018.02.02 11.50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지원 교수팀. 내장지방 면적 증가할수록 '시계 유전자' 변화폭 커

간 등 체내 기관을 둘러싸고 있는 내장지방이 시계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쳐 이른바 '생체 시계'로 알려진 24시간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흔히 뱃살로 불리는 피하지방은 큰 관련성이 없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 연구팀(간호대 이향규 교수,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 김수 교수, 의대 통계지원실 이혜선 박사)은 2일 "복부 내장지방 및 피하지방의 면적과 시계유전자 발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이 시계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만클리닉을 방문한 남녀 75명을 대상으로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의 면적을 측정하고, 말초혈액단핵구세포(peripheral blood mononuclear cells)로부터 시계유전자를 추출해 유전자 발현을 측정했다.

그 결과, 내장지방의 면적이 증가할수록 시계유전자로 알려진 PER2, PER3 ,CRY2 mRNA 레벨은 줄고, 반대로 CRY1 mRNA 레벨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다른 변수를 보정한 후에도 내장지방은 시계유전자인 BMAL1, PER2, CRY1 mRNA 레벨과 독립적인 관련성을 보였다. 반면 피하지방 면적은 어떤 유전자와도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일주기 리듬은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가 지구의 자전에 맞춰 24~25시간을 주기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신체리듬이다. 날이 밝으면 잠에서 깨고, 일정시간마다 배가 고파지는 등 생명체는 일주기 리듬에 맞춰 생활한다.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노제프리 홀 교수, 마이클 로스배시 교수, 마이클 영 교수 등 연구진은 초파리를 이용해 일주기 리듬을 제어하는 '시계유전자'를 분리하고 생체시계의 작동 메커니즘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지원 교수는 “24시간 일주기 리듬이 무너지면 에너지대사 장애를 유발해 비만 위험이 커지고, 염증과 대사질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 내장지방이 시계유전자 발현과 관련 있음이 밝혀진만큼, 심뇌혈관질환· 암 등 내장지방과 관련된 여러 질환에 시계유전자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시간생물학(Chronobiology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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