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유발하는 '혈류 저하' 조영제 안쓰는 검사법 효과 입증

[박정렬 기자] 입력 2017.12.04 09.47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빛간섭단층 혈관조영검사로 시신경 혈류 관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김태우·이은지 교수팀은 4일 "녹내장의 원인인 시신경 주변 혈류 저하를 비침습적인 검사법으로 정확히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녹내장은 백내장·황반변성과 함께 고령층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60세 이상 약 5%에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지다가 결국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는 병이다.

종전에 녹내장은 안압이 상승해 시신경을 압박하면서 발생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안압을 낮춰도 병이 낫지 않는 환자가 많았다. 최근 국내 녹내장 환자 10명 중 6~7명이 안압이 높지 않은 ‘정상 안압 녹내장’이라는 역학 조사가 발표되면서 안압 외 녹내장 유발 원인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시신경 주변 혈류 저하는 이 중 가장 주목 받는 연구 주제다.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김태우 교수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바로 이 시신경 혈류 저하 유무를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세계 최초로 효과를 입증했다. 기존에는 조영제를 정맥으로 직접 주입해 망막 혈관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시신경 혈류 저하 유무를 파악했다. 조영제 과민반응·알레르기 등의 부작용이 있어 모든 환자에게 시행하기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시신경 혈류 분석을 위해 '빛간섭단층촬영'이란 기술을 활용했다. 과거 인체 조직의 단면영상을 얻는데 활용됐던 방식이다. 시신경 혈류 저하를 보인 녹내장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기존 검사법인 인도시아닌그린(특수 형광물질로 조영제의 일종) 혈관조영검사와 빛간섭단층 혈관조영검사를 통해 시신경유두 이미지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혈류가 감소한 영역이 두 검사에서 일치했다.

빛간섭단층 혈관조영검사(왼쪽)과 인도시아닌그린 혈관조영검사(우)로 얻은 녹내장 환자의 시신경유두 이미지. 붉은색 점선으로 둘러싸인 비관류 영역(혈류가 감소한 영역)이 일치한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이은지 교수는 "빛간섭단층 혈관조영검사는 부작용 없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녹내장 환자의 시신경 혈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라 말했다. 

김태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토대로 향후 시신경 혈류 저하와 녹내장의 연관성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안과 분야 국제 학술지인 ‘안과학(Ophthamology)’ 8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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