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형제의 삶 지켜준 '생체 간 이식'

[박정렬 기자] 입력 2017.11.27 14.41

강동경희대병원 간이식팀, 간경변 동생에 형의 간 이식 성공

간이 딱딱해져 기능이 떨어진 40대 간경변 환자가 형의 간을 이식받아 새 삶을 찾았다.

강동경희대병원 간이식팀(외과 주선형·이승환 교수,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은 27일 "B형 간염으로 간경변이 온 40대 환자에 생체 간 이식술을 최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간을 이식받은 43세 A씨는 오랫동안 B형 간염을 앓았다. 지난 5월부터는 염증으로 간이 딱딱해지며 기능이 떨어지는 간경변으로 배에 물이 차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신현필 소화기내과 교수는 "환자의 건강을 고려할 때 간 이식이 필요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강동경희대병원 간이식팀이 40대 환자의 생체 간 이식술을 성공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외과 이승환·주선형 교수, 간을 기증한 형과 기증받은 동생,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 [사진 강동경희대병원]

만성 B형간염 동생, 형의 간 이식받아 건강한 삶 찾아
하지만 뇌사자의 간 기증을 받기가 여의치 않았다. 대기자가 많아 빠른 대처가 어려웠다. 그 때 같은 혈액형을 가진 A씨의 형(45)이 나섰다. 가족의 아픔을 보고만 있을 순 없어서였다. 그는 간 기증을 위해 두 달간 식이조절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수술 당일, 병원 간이식팀 소속 의료진 10여명은 12시간의 '마라톤 수술'을 진행했다. A씨 형은 오른쪽 간으로 가는 동맥이 2개, 추가 간정맥이 1개로 해부학적으로 볼 때 이식술이 까다로운 편이었다. 간이식팀은 형의 간동맥 2개를 1개로 만들어 A씨에게 이식한 뒤, 이어 간정맥을 각각 연결했다. 기증자의 안전을 위해 형의 간은 65%만 떼어 A 씨에게 이식했다.

수술을 집도한 주선형 외과 교수는 “사전에 간이식팀의 협진으로 위험요인을 점검해 큰 위험 없이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며 "A씨는 수술 후 6일 만에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혈관에 이상 소견 없이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한 후 얼마 전 퇴원했다"고 말했다.

생체 간 이식, 뇌사자 간 이식보다 생존률
A씨의 사례처럼 생체 간 이식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뇌사자 간을 이식 받는 데까지는 평균 267일이나걸린다. 반면 생체 간 이식은 기증자가 있을 시 검사를 통해 기증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빠른 시일 내 수술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간이식의 85% 정도가 생체 간이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환자 예후도 더 좋다. 신현필 소화기내과 교수는 "생체 간 이식은 간의 일부분만 이식 받는데도 뇌사자 간 이식보다 3년 생존율이 약 9% 높다. 뇌사자 장기는 이식 당시 어느 정도 기능이 떨어져 있는 반면 생체 간 이식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체 간 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간 우엽이나 간 좌엽, 또는 좌외측엽을 절제해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이다. 기증자의 간은 수술 후 수개월이 지나면 충분한 크기로 커진다.

신현필 교수는 "간 이식은 간염에 의한 간경변은 물론 간암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치료"라면서도 "단, 진행이 많이 된 간암에서는 어떤 간이식이든 시행결과가 나쁘다. 간암의 경우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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