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암 완치’ 한마음으로 20년 다진 팀워크

[윤혜연 기자] 입력 2017.11.27 08.48

특성화센터 탐방-아주대병원 두경부암센터

6개 진료과 소속 전문의 참여
주 1회 모든 환자 사례 검토
가장 적합한 치료시스템 찾아

 
두경부암은 ‘희귀암’으로 통한다. 두경부암은 구강암·후두암 등 뇌 아래와 목 사이에 생기는 암을 말한다. 국내에 점점 발생 사례가 늘고 있지만 어디에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실제 치료도 어렵다. 암의 위치가 구조적으로 복잡한데다 치료법도 다양해 어느 암보다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9월 초 ‘환자 중심 치료’를 목표로 아주대병원 두경부암센터가 개소했다. 20여 년 호흡을 맞춰 온 최고의 팀워크를 바탕으로 국내의 두경부암 치료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아주대병원 두경부암센터


지난 22일 오후 1시 아주대병원 두경부암센터 회의실에 의료진 7명이 모였다. 매주 ‘투머 보드(Tumor Board)’ 회의를 위해 모인 이들은 이 병원의 이비인후과·방사선종양학과·혈액종양내과·영상의학과·핵의학과·병리과 소속 전문의다. 투머 보드에서는 매주 6~10건의 두경부암 환자 사례를 두고 관련 진료과 전문의들이 수술 전후 상태와 치료 계획에 대해 논의한다. 두경부암센터는 최근 개소했지만 투머 보드는 20년째 이어져 온 병원의 전통이다. 그 중심에는 아주대병원 두경부암센터 김철호(이비인후과) 센터장과 방사선종양학과 오영택 교수가 있다.
 
의료진 소통의 장 ‘투머 보드’
 
이들은 이미 협진의 중요성을 느끼고 15년 전부터 두경부암클리닉을 운영하며 같은 방에서 진료를 해 왔다. 환자는 한 번의 진료비만 내고 수술 및 방사선 치료에 대해 상담받을 수 있었다. 한쪽의 진료비를 포기하고 오직 환자만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투머 보드를 통해서는 각 과 의료진과 환자 사례를 검토하며 팀워크를 다졌다. 경험이 쌓이면서 개인의 주장보다는 환자의 치료를 우선순위에 놓고 결정하는 조직 문화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리고 올가을 두경부암센터가 탄생했다. 최근 병원을 찾는 두경부암 환자가 점차 늘면서 원스톱 진료 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좀 더 많은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센터만의 차별점은 ‘모든’ 두경부암 환자의 치료 케이스를 각 과의 의료진이 함께 논의한다는 것이다. 혈액종양내과 안미선 교수는 “두경부암은 같은 병기의 암이라도 환자에 따라 수술·방사선·항암 등 치료법이 다양해 다학제 진료가 꼭 필요한 분야”라며 “모든 환자 사례를 다 같이 검토할 수 있는 것은 환자 맞춤형 치료 시스템에 최적화된 조건”이라고 말했다.
  
아주대병원이 개원한 1994년부터 지금까지 이 병원에서 초진 후 두경부암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총 3000여 명이다. 이들의 5년 평균 생존율은 약 71%(전국 평균 54%)에 이른다. 1·2기 암의 5년 생존율은 82~90%, 3·4기 암은 53~61%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
  
치료를 할 때도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을 철저히 고려한다. 두경부에는 혀·입·후두·침샘 등 생활에 중요한 섭식·발성·호흡을 담당하는 다양한 기관이 있다. 수술 후 이 조직들이 잘 작동하는지에 따라 이후 환자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종양을 떼어내도 ‘살아도 산 게 아닌’ 상황이 오기도 한다. 오영택 교수는 “두경부암 수술 후 말하고 삼키는 데 통증이 생기거나 이 부위의 운동·감각 신경에 장애가 오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부터 이런 부작용까지 고려해 치료를 계획한다”고 말했다. 가령 설암 환자는 혀를 전부 절제할 경우 수술 후 음식을 먹을 수 없다. 그래서 허벅지 살을 혈관과 함께 채취해 혀 부위에 이식하는 고난도의 재건술을 한다. 이를 ‘유리피판 재건술’이라고 하는데, 아주대병원은 2년 전부터 이비인후과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해 왔다.
  
 

흉터 안 남는 로봇수술 활용
 
최근엔 젊은 연령대의 환자가 많아 흉터를 작게 남기는 로봇수술도 다양하게 활용한다. 얼마 전엔 12세 어린이 환자가 침샘암으로 내원해 수술을 받았다. 암세포가 림프로 전이돼 귀 밑부터 목 옆까지 절개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로봇을 이용해 귀 뒤에 작은 구멍을 낸 뒤 로봇 팔을 삽입해 림프까지 모두 절제했다. 특히 목 중앙을 절개해야 했던 구인두·하인두 암의 경우 입안에 로봇 팔을 넣어 종양을 절제하는 ‘경구강 수술’이 가능해져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두경부암센터에는 완치 판정 후 2차 암이 생겨 찾아오는 환자도 20%나 된다. 하지만 첫 암 치료에서 여러 번 수술을 받은 경우 조직이 유착돼 혈관을 찾기가 어렵다. 이때 고난도 수술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의 탄탄한 팀워크가 빛을 발한다. 이비인후과 신유섭 교수는 “수술실 한쪽에서는 종양을 제거하고, 반대편에서는 복잡한 재건 수술을 동시에 하는 ‘투 팀 어프로치(Two Team Approach)’가 깔끔하게 이뤄진다”며 “환자에 대해 충분히 잘 아는 의료진이 유기적으로 진행해 수술 시간도 줄이고 환자는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학적 기술이 필요한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 교수는 “전문 코디네이터의 철저한 치료 계획 관리와 운영, 의료진 간의 유대 관계로 우수한 환자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라며 “이번 센터 개소를 발판으로 모든 두경부암 환자가 체계적인 맞춤형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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