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노안' 대신 '조절저하눈'으로 부르세요"

[박정렬 기자] 입력 2017.11.29 09.03

[인터뷰] 대한안과학회 장지호 홍보위원장(순천향대부천병원 안과 교수)

가까운 곳이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을 '노안'이라 한다. 영어로 'presbyopia'인데 어른이란 의미의 'presby-' 와 눈이라는 의미의 'opia'의 합성어로 역시 번역하면 노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노안'이란 용어가 엄밀히 말하면 잘못된 표현이다. 지난해 대한안과학회에서 '노안'을 '조절저하눈'으로 변경하기로 하면서다. 노안이 조절저하눈으로 바뀐 이유는 뭘까. 대한안과학회 장지호 홍보위원장(순천향대부천병원 안과 교수·사진)에게 궁금증을 물었다.

-노안이란 용어가 조절저하눈으로 대체된 이유는.
"사회적으로도 노인을 어르신 등으로 순화시켜 부르지 않나. 이런 변화에 맞춰 학회 전 회원을 대상으로 노안 대체용어를 공모했다. 국립국어원에 검토를 의뢰한 뒤 지난해 4월 열린 대한안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최종 '조절저하눈'으로 결정됐다"

-조절저하눈에서 '조절'은 무엇인가.
"젊을 때 사람의 눈은 가까운 곳이나 먼 곳을 볼 때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스스로 초점을 맞춰 사물이 잘 보인다. 카메라로 치면 자동 초점(오토 포커스) 기능이 뛰어나다. 이 과정을 조절이라 한다. 조절저하눈은 이름처럼 조절 기능이 약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과거 노안이라고 불렀던 건 대부분 나이가 들며 조절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절저하눈의 주요 증상은.
"가장 먼저 먼 곳과 가까운 곳을 교대로 볼 때 초점을 맞추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러다 근거리(약 25~30㎝)에 있는 물체가 잘 보이지 않고, 눈의 피로를 느끼거나 두통을 호소한다. 만일 팔을 쭉 뻗은 뒤에야 스마트폰 글씨가 보인다면 노안을 의심해야 한다. 반면 기존에 먼 곳이 잘 보이지 않는 근시가 있는 사람은 노안이 근시를 상쇄해 오히려 안경을 벗으면 가까운 곳이 더 잘 보이기도 한다. 이를‘행복한 근시’라고 부른다"

-조절저하눈과 비슷한 안과 질환이 있나.
"백내장과 황반질환이 대표적이다. 특히 당뇨병이 있다면 안과를 찾아 황반의 문제는 없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자칫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황반질환일 땐 시야 가운데가 뿌옇거나 검은점이 보이고, 직선이 휘거나 비뚤어져 보이기도 한다"

-조절저하눈을 예방할 수 있나.
"조절저하눈은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돋보기를 쓰거나 노안 교정 수술을 통해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수술 대신 돋보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종류가 다양한데.
"돋보기는 안과에서 굴절검사를 통해 교정 도수를 정한 후 안경을 처방한다. 나이가 들수록 조절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은 안과를 찾아 돋보기 도수를 교체하는 게 좋다. 돋보기 렌즈는 ▶단초점 ▶이중초점 ▶다초점 으로 나뉜다. 단초점은 일반적인 돋보기다. 이중초점은 하나의 안경 렌즈를 위·아래로 나눠 두 도수가 한 렌즈에 포함돼 있다. 보통 위는 먼 곳이 잘 보이는 원거리용 렌즈, 아래는 근거리용 렌즈를 쓴다. 중간 거리 사물이 잘 안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다초점 렌즈는 거리와 관계 없이 잘 보인다. 하나의 렌즈에 중심은 먼 거리가 잘 보이는 도수를, 아래쪽에는 가까운 거리가 잘 보이는 도수를, 중간은 중간 거리가 잘 보이는 도수를 점진적으로 활용한다. 미용상에 이점이 크고 불편함도 덜하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돋보기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먼저 직업과 활동도를 고려해야 한다. 사무직인 경우 다초점을 선호하는 반면 활동량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들은 원거리와 근거리 두 개의 안경을 쓰는 걸 우선적으로 추천한다. 나이와는 관계없다. 돋보기는 40세 이상 전 연령에서 사용할 수 있다"

◇장지호 교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부교수, 대한안과학회 홍보이사, 한국소아사시학회 편집이사, 한국신경안과학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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