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과식·급체엔 소화효소제, 더부룩·답답할 땐 위장 운동 촉진제

[윤혜연 기자] 입력 2017.10.13 17.28

#2 소화제 선택·복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OECD 건강통계 2017’에 따르면 한국인의 의약품 소비량 1위는 ‘소화기관 및 신진대사’에 관한 약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소 불규칙적인 식사와 과음, 정신적 스트레스가 우리의 소화 기능을 악화시키는 탓입니다. 소화제는 일반 약국이나 병원 처방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이들 약품이 어떻게 우리 몸에 작용하는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두 번째 ‘약 이야기’에서는 우리의 속을 다스리는 소화제의 종류와 기능, 선택 요령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인의 만성질환, 소화불량
윗배에 소화 장애가 생기는 증상을 ‘소화불량’이라고 부릅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상복부 팽만감, 구역, 식후 명치 부분 통증과 불쾌감이 있습니다. 위가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이 먹으면 남은 음식물이 위 점막을 자극하고 위 근육에 무리를 줘 통증을 유발합니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도 자율 신경이 위장 운동에 영향을 줘 소화불량을 일으킵니다.
대부분은 약국에서 약을 사먹거나 통증이 심한 경우 의사에게 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처방 받습니다. 모두‘소화제’ 이지만 종류와 기능이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위장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위장 운동 촉진제’와 소화에 필요한 효소를 직접 공급하는 ‘소화효소제’가 있습니다. 소화를 돕는 생약 성분의 액상소화제와 동글동글한 한약제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어떤 약을 골라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명치가 콕콕 찌르듯 아플 때는 과식 혹은 기타 원인으로 위장 근육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는 소화효소제를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다음에 소개 할 위장 운동 촉진제와 함께 복용하기도 합니다. 소화효소를 인위적으로 우리 몸에 넣어줘 소화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베아제’ ‘훼스탈’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대부분은 돼지의 췌장 등에서 얻어 알약으로 제조하지요.
이런 소화효소제의 대표 성분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소화를 돕는 판크레아틴·디아스타제·펩신 같은 물질입니다. 모두 침샘, 위, 췌장 등에서 분비됩니다.  
소화효소제는 증상이 있을 때마다 1~2정 복용하면 됩니다. 특별한 부작용은 없지만 돼지고기에 과민반응이 일어나는 사람은 복용을 피하도록 합니다. 또한 수개월 이상 장기 복용할 경우 우리 몸의 자체 효소 분비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 하나 알아둘 것은 소화효소제는 대부분 알약 형태입니다. 위산에 파괴되지 않고 장에서 녹아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하도록 잘 코팅해 놓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약들을 가루로 빻아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어린 아이와 노인이라면 알약 대신 과립 형태의 효소제를 먹으면 됩니다.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며 신물이 올라온다면 위장관 운동이 잘 되지 않아서입니다.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만성적인 증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럴 땐 위의 음식물을 빨리 장으로 내려 보내도록 위장 운동 촉진제를 먹는 게 좋습니다. 위장 운동 촉진제의 대표 성분은 ‘트리메부틴’ ‘돔페리돈’ 입니다. 두 가지 모두 위장관 신경에 작용해 위장 운동을 조절하며 더부룩함과 메스꺼움을 완화시킵니다. 트리메부틴 성분의 약으로는 ‘포리부틴’ ‘제이부틴’ 등이 있습니다. 성인은 알약으로 하루 세 번 식전에 복용하고, 어린이는 시럽 형태로 복용합니다. 이 약은 유당을 함유하고 있어 유방분해효소 결핍증 등의 문제가 있는 환자는 복용하면 안됩니다.
돔페리돈 역시 위장 운동을 촉진시킵니다. 음료 형태의 돔페리돈은 알약보다 함량이 적어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알약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지요. 액상 형태의 약은 알약에 비해 체내 흡수가 빠르고 목 넘김이 쉽지만 성분이 같은 만큼 효과의 차이는 없습니다. 돔페리돈은 모유를 수유하는 수유부에게 섭취가 금지된 약물이니 참고하세요.
 

액상소화제는 다른 소화제와 같이 복용하는 게 효과적
‘까스활명수’ ‘까스명수’ ‘속청’ ‘베나치오’ 같은 액상소화제는 멘톨·계피·고추 등의 생약 성분이 들어있는 소화제입니다. 위를 자극해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위산을 중화시키죠.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은 소량을 장기적으로 투여했을 때 위 통증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액상소화제에는 마비작용을 일으키는 미리스티신 등의 성분도 들어있습니다.
생약 성분이 담긴 액상소화제는 가벼운 소화불량을 완화시켜 주지만 위장 운동 촉진제나 소화효소제 같은 다른 소화제와 함께 복용해야 소화불량 개선 효과가 더 좋습니다. 또한 생약이라도 몸의 상태나 복용 중인 다른 약물에 따라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습관적으로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액상소화제는 약국에서만 판매합니다. 편의점에서 액상소화제와 비슷한 이름의 제품을 발견했다면 함량이 적은 의약외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가령 ‘까스활명수’는 약국에서, ‘까스활’은 편의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 한약재인 황련·황금·감초 등이 포함된 생약도 속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성분 자체의 효능보다는 양약과 비교해 평소 한약을 선호하는 경우 주로 선택합니다.
 

자극적 음식 피하고 지친 심신 다스리면 소화 도움
보통 병원에서는 소화제를 2주~한달 정도까지 처방합니다. 투약 후 증상이 호전되면 투약을 중단했다가 증상이 재발했을 때 다시 투약하기도 합니다.
만약 소화불량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빠른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하면서 식습관도 함께 개선하는 게 좋습니다. 술, 카페인 음료, 산도가 높은 과일 주스, 식초와 매운 음식 등은 위를 자극하므로 피하는 게 좋습니다.
여러 소화장애 증상이 있는데 위내시경이나 위장 운동 검사 같은 기본 검사로 증상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정신 건강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평소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고 있는지, 원래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인지 등도 소화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지친 심신을 다스리는 것도 소화를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