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레고·프라모델 조립하다 급성요통에 끙끙

[권선미 기자] 입력 2017.07.27 09.01

홈캉스 즐기는 때 알아야 할 척추 건강 관리법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인파로 북적이는 피서지보다 집에서 편하게 휴가를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름휴가에 꼭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조사대상의 절반 이상(53.2%)을 차지했다. 여행 대신 가장 많이 선호하는 휴가지로는 집이라는 응답도 56.4%에 달했다. 

집에서 바캉스를 즐긴다는 일명 '홈캉스족’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실내 놀이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실내 놀이에 몰입하다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안산자생한방병원 박종훈 병원장의 도움말로 홈캉스를 즐기는 덕후들을 위한 건강노하우를 알아봤다. 

# 직장인 김상진씨(38·서울 금천구)는 ‘드라마 덕후’다. 출·퇴근길에 휴대폰으로 저장해둔 미국 드라마(미드)를 보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다. 다른 취미 활동을 하기에는 퇴근이 늦어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미드를 한두 편씩 보다가 빠져들었다. 주말에는 하루 종일 미드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번 여름휴가 때도 집에서 여유롭게 미드를 즐기기로 정하고 미니 프로젝터까지 구입했다. 그런데 최근 목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일자목 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원인은 장시간 삐딱한 자세로 누워서 시청하는 미드였다. 
 


누워서 미드·게임 즐기다가 디스크 생길 수도
홈캉스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김 씨처럼 미드를 즐기는 사람은 휴가 때 ‘CSI’나 ‘워킹데드’ 같은 미드를 1편부터 정주행하거나 레고나 프라모델을 조립하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평소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신작 게임 삼매경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이런 홈캉스가 척추 건강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스마트폰·태블릿PC 등으로 미드를 보면 TV와 달리 눈높이보다 화면이 낮아 고개를 숙인 상태로 화면을 바라본다. 박 병원장은 “고개를 숙인 채로 스마트폰을 보다보니 목·척추에 가해지는 압박이 심해져 거북목증후군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면이 큰 TV나 프로젝터로 봐도 마찬가지다. 무의식적으로 턱을 괴거나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상태로 시청한다. 이렇게 완전히 눕지도 앉지도 않은 어중간한 자세는 목·허리로 이어지는 척추의 S자 만곡을 무너뜨린다. 결국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장시간 게임을 하는 것도 문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의자 끝에 엉덩이를 붙이지만, 어느 순간 목을 화면 쪽으로 앞으로 길게 빼거나 의자에 걸쳐 눕다시피 한 자세로 게임을 즐긴다. 이런 자세는 척추를 일자로 만들어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만성화되면 작은 충격에도 디스크가 감당하지 못하고 터져버린다.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손목 역시 주의해야 한다. 마우스를 반복적으로 클릭하면 손목 터널의 압력이 증가해 손이 저린 듯 아프다. 또 손을 꽉 쥐면 타는 듯하다 통증을 겪을 수 있다.

같은 자세로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앉아있을 때는 서 있을 때보다 척추가 받는 압력이 40%가량 증가한다. 특히 프라모델을 조립·채색하다보면 몇 시간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기도 하다가 급성요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박 원장은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 끝까지 밀착시켜 목과 허리를 반듯하게 세운 상태로 앉아야 척추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능한 몸이 회복될 수 있도록 중간 중간에 목·허리 스트레칭으로 근육이 긴장된 것을 풀어주고, 목 뒤에 수건을 말아 받치거나 허리에 쿠션을 넣으면 척추의 S자 만곡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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