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단추 채우기 힘들면 경추 척수증 의심해야

[권선미 기자] 입력 2017.07.18 09.46

양쪽 팔·다리 저리고 비틀거리며 걸어

#주부 김영은(65·경기도 하남시)씨는 얼마 전부터 포크로 식사를 한다. 손가락에 힘이 빠져 젓가락질이 불편해서다. 걸을 때도 다리 힘이 풀려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듯 이동한다. 몇 년 전부터 양손이 저렸지만 늙어서 혈액순환이 잘 안되나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주변에서 뇌졸중과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병원을 찾았더니 목뼈 뒤쪽의 인대가 비대해져 척수신경을 누르는 경추 척수증으로 진단받았다. 

척수증은 경추·흉추·요추에 존재하는 척수신경이 눌려 생기는 증상이다. 대개 나이가들면서 목뼈 쪽에 있는 인대가 돌처럼 굳어 척수를 압박하면서 생긴다. 중추신경인 척수가 좁아지면 팔·다리의 기능이 떨어진다. 손의 감각이 둔해지고 걸을 때 비틀거리며 불안정하게 걷는다. 손에 힘이 없다보니 주먹을 잘 못쥐고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한다. 작은 단추를 채우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증상이 서서히 나빠져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강경중 교수의 도움말로 방치하기 쉬운 경추 척수증에 대해 알아봤다.
 

주먹 꽉 쥐는 등 미세한 손동작 어려워 

목 주변이 아프고 팔·다리가 저리면 뇌줄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몸의 움직임이 서서히 둔해진다면 뇌졸중보다는 척수증을 의심해야 한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강경중 교수는 "뇌졸중은 팔·다리 마비가 갑자기 발생하고 두통·구토를 동반하지만 척수증은 천천히 진행한다"고 말했다. 만일 예전과 달리 미세한 손동작이 어렵게 느껴지거나, 주변에서 뒤뚱거리며 걷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경추 척수증을 의심해야 한다.

경추 척수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태어날 때부터 척추관이 정상인에 비해 좁은 사람도 있고, 나이가 들면서 관절이나 인대가 커지고 불필요한 뼈가 자라서 척추관을 누르기도 한다. 중추 신경이 눌리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된다. 결국 하체의 힘이 약해져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면서 걷는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하반신 마비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목 주위 경추 신경은 말초 신경이 있는 허리의 요추 신경과 달리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고, 후유증도 크다.

문제는 척수증 증상이 목 디스크·뇌졸중과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는 점이다. 경추 척수증은 중추 신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신경이 눌려 서서히 하체의 힘이 약해져 좌우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걷는다. 디스크도 비슷하다. 터진 디스크가 척수에서 뻗은 신경을 누르면 팔다리가 저리고 감각이 둔해진다. 뇌졸중도 척수가 다리신경과 연결돼 있어 힘이 갑자기 풀리면 비틀거리며 걷는다. 뇌와 척수 둘다 중추신경을 건드리기 때문에 일반인은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이를 구분하는 것은 팔·다리가 저리고 마비되는 증상이 한쪽에만 생기느냐 혹은 양쪽 모두 나타나느냐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뇌졸중은 뇌의 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졌을 때 발생해 팔·다리 마비가 한쪽에만 나타난다. 또 말이 어눌해지고 어지럼증을 동반한다. 디스크는 역시 한쪽으로만 신경이 눌려 한쪽 손과 팔이 저리거나 마비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척수증은 양쪽 팔다리가 모두 저리고 기능이 떨어진다.  

경추 척수증이 의심되면 일단 엑스레이를 찍어 상태를 진단한다. 다만 신경이 얼마나 눌렸는지를 정밀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CT·MRI 등을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 강 교수는 "목에 있는 신경은 팔 뿐만 아니라 몸 전체로 연결돼 있다"며 "신경이 장기간 눌리면 보행장애는 물론 근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하반신 마비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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