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만 바꿔도 질병 대부분 치료...영양의학 중요한 이유"

[배지영 기자] 입력 2017.03.13 10.24

한국영양의학회 김동환 박사 인터뷰

“미래 의학은 결국 예방 의학이 될 것입니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먹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영양의학회 김동환 회장은 인터뷰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경외과 전문의이지만 결국 먹는 것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영양학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한국영양의학회 회장으로, 대한항노화학회이사, 녹십자 헬스케어 자문 등을 맡고 있다. 김 회장에게 영양과 질병 예방에 대해 물었다.
 



-영양의학회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궁금하다.
“한국영양의학회는 2014년에 설립돼 생긴지 3년 된 신생 학회다. 영양학에 관심있는 의사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먹는 것이 질병 예방과 치료에 무척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다. 의대 6년 동안 단 한 챕터 정도를 배울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노령 인구가 늘면서 만성질환자가 늘어나고, 예방·관리해야 할 질환이 늘면서 의사들도 먹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학회는 주기적으로 스터디 모임을 가지고 임상영양학에 대해 공부하고, 실제 치료 현장에서 적용해 본 뒤 환자 치료 케이스를 공유하면서 지식을 확장시키고 있다.”

-영양이 의학에서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우리 몸이 결국 먹어서 이뤄진 것이다. 세포가 생성되고 성장하는 데 음식이 90%는 차지한다. 나머지가 공기·햇빛·유전정보 등의 영향이다.세포에 영향을 주는 악 영향도 먹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밖에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이 있을 뿐이다. 안 좋은 음식은 세포를 망가뜨려 암 등을 유발한다.”

-현대의학에 문제점이 있다면
“현대 의학은 굉장히 왜곡돼 있다. 특히 한국은 더욱 왜곡돼 있다. 수가가 낮아 3분 진료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환자를 면밀히 살필 시간이 없다. 자판기식 진단에 약만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사는 약 주는 게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환자가 왜 질병이 생겼는지 진단하는 게 제 1 순위가 되어야 한다.
 
현대의학은 그 과정이 상당히 생략돼 있고 증상과 결과만 보고 판단한다. 그러니 근본 치료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약은 일시적으로 증상만 가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근본 원인이 되는 문제는 더 고치기 어려워진다. 질환은 재발되고 더 심해진다.”

-영양의학은 현대의학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나.
“영양의학에서는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의 어떤 부분이 모자라고, 보충해야 하는지 평가하는데 주력할 수 있다. 환자의 식습관, 생활습관 등을 면밀히 분석하면 질병이 생긴 근본 원인을 찾아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환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섭취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알게 해 줘야 한다. 뭐가 문제인지 깨닫게 해주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개선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가이드를 해주는 것이야말로 의사의 역할이다.”

-외국에서도 영양의학이 발달돼 있나
“훨씬 발달돼 있다. 뉴트리션메디슨이라는 세부 의학으로 분류돼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90년대 말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근거 위주 진단으로, 검사 기법도 발달했다. 주로 소변, 대변, 타액, 모발 등을 통해 검사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검사 기법이 발달해 영양판정이 보다 수월해지고 있다.”

-영양제 처방이 상업적이지 않냐는 비판도 있는데
“아니다. 영양제를 처방하는 의사는 오히려 적자를 각오해야 한다. 영양제를 처방하기 위해서는 5분 진료 가지고는 어림도 없기 때문이다. 긴 상담 후 처방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적자가 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의료시스템 하에서는 수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사로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의사가 영양 상담을 잘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의료 수가를 인정해줘야 한다.”

-많은 현대인들이 영양 불균형을 겪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
“간편한 것을 좋아하고 즐거움을 좇기 때문이다. 사회가 빨라지면서 음식을 조리해 먹을 시간이 없다. 핵가족도 이유가 된다. 때문에 외식이 늘어나고 있다. 파는 음식은 맛있게 만드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짜고, 맵고, 달 수 밖에 없다. 이런 식사를 자주하기 때문에 질병에 걸리기 쉽다.”

-영양불균형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특정 영양소가 부족해져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유 없이 피곤한 것도 영양불균형 때문일 수 있다. 예컨대 인스턴트 음식을 즐겨 먹으면 칼슘이 부족할 수 있다. 채소를 적게 먹으면 칼륨이 부족할 수 있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철이 모자라 어지러울 수 있다. 나무 양동이에 어느 한쪽이 부서지면 물이 다 채워지지 않듯 어느 한 영양소가 부족하면 특정 질환이 나타나 몸이 불편해진다.”

-영양불균형을 막기 위한 개인 맞춤 영양치료란 무엇인가. 
“음식 섭취에 있어서는 나쁜 것을 먹지 않는 게 첫번째다. 둘째는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이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다거나 칼슘 섭취가 부족하다거나 할 때 이를 처방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필요한 것을 채우는 것이다. 항산화성분이 대표적이다. 권장 섭취량에 부족하지는 않지만 노화예방 등 특정 목적을 위해서 더 섭취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영양의학계는 장 건강에 관심이 많다. 우리 몸의 피부와 뇌, 오감에 장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인스턴트식품 섭취 과다, 항생제 사용 등으로 인해 장내 유익균의 비율이 점점 줄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는 필수로 되어가고 있다.”

-영양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중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자신이 먹는 것에 관심을 좀 더 기울이길 바란다. 한번쯤은 영양의학을 하는 의사와 상담을 받고 상태를 체크해보길 바란다. 그밖에 추천해주고 싶은 습관은 소식하라는 것이다. 40대 이후에는 소식해야 세포가 늙지 않는다. 절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배가 어느정도 부르다 싶으면 숟가락을 놔야 한다. 과식은 몸을 혹사시틴다. 천천히 먹는 것도 중요하다. 20~25분이면 배가 부르기 때문에 이 시간 내에 식사를 끝내면 과식하기 쉽다. 천천히 먹어야 배가 부른 것을 감지할 수 있어 덜 먹을 수 있다.

사실 영양개선만으로도 대부분의 질병이 개선된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것은 이를 실천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습관이 될 때까지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3년이 걸린다. 몸에 밸 때까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바란다.”  
 
김동환 박사는 
- 現 한국영양의학회장
- 現 녹십자 헬스케어 자문
- 現 녹십자 의료재단 진단의학부 부장
- 現 (사) 한국 요가지도자연합회 부회장
- 現 대한 항노화 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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