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수술로 완치 가능…정밀검사 후 맞춤형 치료”

[류장훈 기자] 입력 2017.01.09 10.51

인터뷰 │ 민병원 김종민 원장

당뇨병은 대표적인 관리병으로 불린다. 완치는 안 되지만 약을 꾸준히 먹고 식단과 생활습관을 엄격히 조절하면 더 이상 악화하는 것을 막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당뇨병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술로 치료한다. 그리고 수술을 통해 완치를 이야기한다. 수술법의 보완과 진화를 통해서다. 당뇨의 수술적 완치를 현실화하고 있는 민병원 김종민 원장을 만나 당뇨 수술의 원리와 치료 성과에 대해 들었다.

-수술로 당뇨를 치료한다는 것을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당뇨 대사수술이라는 수술이다. 사실 1900년대 초반에 처음 이뤄진 수술이다. 당시 당뇨 환자가 위암수술을 받은 뒤 당뇨병이 개선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 후 이론이 정립돼 환자에게 적용되기 시작한 건 1950년대부터다.”

-어떤 원리로 당뇨병이 치료되나.

“먼저 당뇨병이 생긴 상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이라는 호르몬이 있다.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킨다. 인슐린과 반대로 혈당을 올리는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억제하기도 한다. 그런데 당뇨 환자는 췌장의 기능을 넘어서는 음식물 섭취로 췌장 기능의 과부하 상태가 지속하면서 인크레틴 체계가 무너진 상태다. 그래서 위 크기를 줄여 췌장의 과부하를 줄이고 음식물이 인크레틴 체계가 무너진 상부 소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하부 소장으로 우회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치료 결과는 어떤가.

“암에서는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만 당뇨병 치료에는 ‘완전 관해’라는 표현을 쓴다. 약 없이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정상을 유지하는 상태다. 우리 병원의 관해율은 92.8%다. 완치율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설사 완치가 안 돼도 당화혈색소(당뇨 환자 조절 목표 6.5~7% 이하) 6.5% 미만을 경험한다.”

-왜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나.

“당뇨 대사수술은 서양에서 시작된 수술이다. 서양인의 당뇨는 전적으로 비만과 연관돼 있다. 지방의 증가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이 주 원인이다. 그렇다 보니 비만수술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하지만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췌장도 작고 췌장 기능은 서양인의 30% 수준이다. 마른 당뇨가 많다. 한국인 2형 당뇨의 80%가 마른 당뇨다. 관심을 못 받았다. 또 당뇨를 대부분 내과 치료에 의존하는 것도 이유다. 근데 국내외 당뇨 교과서에 당뇨 대사수술이 버젓이 실려 있다.”

-마른 당뇨의 경우는 어떤가.

“설명한 것처럼 위 크기를 줄이고 하부 소장을 위나 십이지장에 연결해 망가진 인크레틴 체계를 거치지 않도록 한다. 근데 마른 당뇨 환자는 마음껏 먹고 싶어 한다. 위 크기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또 기존 우회술은 음식물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바로 장으로 넘어가 영양결핍이 생기는 단점이 있었다. 당뇨 환자에게 현미가 좋다고 하지 않나. 같은 이유다. 상부 소장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양결핍이 오면 비타민·단백질·미네랄 대사장애가 온다. 비타민B12가 모자라 빈혈이 오거나 단백질 부족으로 탈모가 생기기도 해 따로 보충제를 먹어야 한다. 그래서 위를 절제하지 않고 기능을 최대한 보존해 영양결핍을 최소화한 수술법을 도입했다.”

-수술 대상은.

“당뇨 대사수술은 2형 당뇨 환자에게만 적용된다. 1형 당뇨 환자나 2형에서 1형으로 넘어가는 당뇨 환자에겐 적합하지 않다. 췌장 기능이 어느 정도 살아 있어야 효과가 있다. 그래서 수술 가능 여부를 면밀히 검사한다. 그 후 BMI(체질량지수), 췌장 기능, 당뇨 지속기간에 따라 가장 적합한 수술을 적용한다.”

-수술 후 경과가 궁금한데.

“당뇨 지속기간이 짧을수록 수술 후 더 빨리 완치된다. 보통 지속기간이 30년이면 3년, 20년이면 2년을 잡는다. 10년 이내면 개인차가 매우 크다. 당뇨약은 수술 후 적어도 6개월 안에 끊을 수 있다. 수술 후 5일이면 퇴원하는데 퇴원할 때부터 당뇨약을 끊는 환자도 있다. 12년간 당뇨병을 앓았던 60대 환자는 수술 후 한 달 만에 혈당이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중증 당뇨 환자만 받는 수술 아닌가.

“지난 2일에도 42세 당뇨 환자가 수술을 받았다. 당뇨 진단을 받은 지 1년밖에 안 된 환자다. 초기 당뇨 환자도 받을 수 있다. 면밀한 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맞는 수술을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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