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병원發 장기밀매 장기이식 수사 불똥 어디로

[권선미 기자] 입력 2011.07.18 18.04

서울 A병원에서 촉발된 장기밀매 장기이식술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관계자는 최근 ?”?다른 병원에서도 장기밀매 브로거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다”며 “장기이식수술이 많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달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장기이식 수술을 하는 병원은 86곳이다. 지난해 이들 병원에서 이뤄진 장기이식 수술 건수는 총 3137건이다. 올해는 5월까지 1456건이 진행됐다. 경찰의 장기밀매 수사가 확대되자 장기이식술을 하는 병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처럼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들이 분주해 졌다. 수사 선상에 오르면 병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내부 조사결과 (장기밀매와 관련된 것은)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도 “다른 병원보다 엄격한 관계증명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경찰로부터 우리 병원이 연관됐다는 통보를 받은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도? 의료진과 서류심사 담당자에게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장기밀매로 적발된 A병원 장기이식센터 사회사업팀 직원은 장기밀매 전문 브로커의 장기이식 관련 서류심사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도왔다. 전문 브로커가 장기밀매를 목적으로 장기기증이 가능한 사람을 선정해 가족관계증명서, 재직증명서, 신도증명서를 위조해 순수 기증자인 것 처럼 꾸며 제출하면 이를 묵인한 채 병원 내 장기이식윤리심의위원회에 전달해 장기이식 수술이 이뤄지도록 공모했다.

불법 장기밀매에 병원 직원이 가담한?것은 이례적이다. 이렇게 매매된 장기는 건 당 2500만~3000만 원에 거래됐다. 장기이식 관련 법에서는 장기를 기증하면서 금전, 재산 상의 이익을 받는 장기매매 행위가 금지돼 있다. A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 일어나 당혹스럽다”며 “경찰에서 2월 병원 직원이 장기밀매에 연관된 것 같다고 알려와 해고했다. 내부적으로 나머지 장기이식 서류심사 직원을 조사했지만 그 직원만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장기이식 서류심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장기밀매에 가담해도 병원에서 이를 파악하고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기증받아 시행하는 생체 장기이식 수술은 기증자 검사를 통해 이식가능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장기이식 적합 판정을 받으면 병원 내 장기이식센터에서 장기기증의 순수성을 평가한다.? 이후 병원 내 장기이식윤리심의위원회를 거쳐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의 승인을 받은 뒤 이식수술이 이뤄진다.?

이 때 윤리적으로 가장 중요한 절차가 바로 ‘장기기증 순수성’? 상담이다. 장기 기증자와 수혜자가 장기를 두고 금전적 거래가 이뤄졌는지 여부도 이 때 확인한다. 순수하지 못한 관계에는 금전적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증자와 수혜자간 가족관계, 동료관계 확인서, 재직증명서 등 서류와 예전 사진을 통해 관계를 확인한 후 순수성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대부분 병원에선 이를 교차해 확인하지 않는다.

만일 정교하게 서류를 위조하거나 담당 직원이 묵인해 서류를 올리면 장기이식수술까지는 쉽게 진행되고 이를 인지하기 어렵다. 모 대학병원 장기이식센터 관계자는 “장기기증은 순수성 평가가 중요하다. 제출한 서류의 객관성을 담당자가 판단해 평가하지만 이들 담당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구축돼 있지 않다”며 “가끔 장기 공여자와 수혜자가 조작이 의심되는 사진자료를 제출하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왕왕있다. 병원에서도 사회사업팀 이외에 전문 코디네이터가 확인하기도 하지만 속이려면 속일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사건이 일어난 A병원에서도 직원 별로 담당 장기를 분류해 상담업무를 진행하고 있을 뿐, 이를 교차 확인하는 인력은 없다. 결국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밀매된 장기로 이식수술이 이뤄졌다.

병원 직원의 장기밀매로 홍역을 앓기?시작한 병원계 일각에선 재발을 막기 위해 KONOS의 역할을 강조했다. 뇌사자나 사망한 사람의 장기이식은 KONOS에서 단일창구로 통합해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생체 장기이식 관리는 장기이식의료기관과 KONOS로 이원화돼 등록·관리돼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법권이 없는 병원에서 제 3자 장기기증에 대해 관계확인을 통한 순수성을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어, 병원을 교묘하게 속일 경우 의도하지 않게 장기밀매를 도와준 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장기이식학회 조원현 이사장은 “제 3자 생체장기이식을 둘러싼 장기밀매를 근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장기이식 수술을 안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환자들이 피해를 본다. 결국 KONOS에서 생체 장기기증도 전담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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