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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뇨병은 혈당만 관리하면 충분? LDL 콜레스테롤도 중요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Q. 당뇨병으로 치료 중인 50대 환자입니다. 당뇨병으로 매년 받는 혈액검사에서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이 높게 나와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받았습니다. 혈당만 잘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숙제가 생긴 기분입니다. 현재 당뇨병 약을 먹고 있는데 또 이상지질혈증 약까지 추가로 먹어야 한다니 심리적으로 부담이 큽니다. 지금처럼 당뇨약만 먹으면서 혈당을 잘 조절하면 LDL 콜레스테롤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수는 없나요. 이상지질혈증 약까지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이우제 교수의 조언당뇨병은 다양한 혈관 합병증으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만성질환입니다. 그런데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 혈당은 물론 지질·혈압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깁니다. 물론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은 서로 다른 별개의 만성질환입니다. 당뇨병이 이상지질혈증을 유발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공통적 요소로 당뇨병 환자는 결국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대한당뇨병학회 등에서 발표한 2022 팩트시트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87%가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나만 유독 당뇨병에 이상지질혈증까지 만성질환을 줄줄이 달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질문을 주신 분처럼 당뇨병 약을 먹으며 혈당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상지질혈증까지 생겼으니 또 약을 먹어야 한다고 말하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당뇨병에 이상지질혈증까지 동반하면 치명적 심뇌혈관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여러 논문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의료계 역시 당뇨병·이상지질혈증 동반 질환의 파급 효과에 주목합니다. 혈관 위험요소가 하나에서 둘로 늘어나면 더 치명적입니다. 각각 따로 존재할 때보다 함께 있으면 심장·뇌 등 주요 장기와 연결된 혈관이 더 빠르게 좁아지고 막히면서 동맥경화증, 협심증,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성을 높입니다. 당뇨병만 있을 때 뇌졸중 발병률은 0.84%지만, 당뇨병·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면 이 수치가 5.26%로 약 6배 증가합니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 예방 중재 연구인 UKPDS(United Kingdom Prospective Diabetes Study) 스터디에서 관상동맥 질환 발병 위험인자를 분석했더니, 고혈당만큼이나 LDL 콜레스테롤도 치명적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의료계 역시 당뇨병 환자의 이상지질혈증 관리에 더욱 신경쓰는 추세입니다. 더군다나 LDL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나온만큼 더 적극적으로 이상지질혈증 치료가 필요해 보입니다. 간혹 질문을 주신 분처럼 식습관,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 수준까지 맞추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포화지방, 단순당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치명적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줄일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상지질혈증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LDL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기전을 가진 스타틴 계열의 약물 복용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질 수치가 같더라도 당뇨병·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경우에는 이상지질혈증만 치료할 때보다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그래서 더 강력한 LDL 콜레스테롤 관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받지 않더라도 당뇨병 유병기간이 10년 이상이라면 LDL 콜레스테롤을 70㎎/dL 미만으로 엄격하게 조절할 것을 권고합니다. 물론 당뇨병에 이상지질혈증까지 동반하면서 먹어야 할 약이 늘어 치료가 복잡해 보일 수 있습니다. 요즘엔 약 한 알에 서로 다른 질환 치료에 쓰이는 약 성분을 섞은 복합제로 지금처럼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으로 무서운 것은 실명(눈), 투석(콩팥), 절단(족부 궤양) 같은 당뇨병 합병증뿐만이 아닙니다. 심장이 멈춰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심뇌혈관 질환 예방도 신경써야 합니다.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대부분 이상지질혈증도 동반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당뇨병으로 치료 중이라면 혈액검사 등을 통해 이상지질혈증 동반 여부를 확인하고 적극 치료할 것을 권합니다. 이를 통해 모두가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유지하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 뇌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진단되면 꼭 치료해야 할까
#건강검진 뇌CT혈관조영술 검사에서 5mm 크기의 ‘뇌동맥류’가 진단된 55세 여성 고술녀(가명)씨는 병원에서 혈관 파열 위험이 있으니 코일색전술을 하자는 권유에 당장 증상도 없는데 꼭 치료를 해야 할지, 지켜봐야 할지 고민이다. 뇌동맥 일부분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는 머릿 속 시한폭탄이다. 뇌동맥류로 뇌혈관이 부풀어오르다가 터지게 되면 뇌출혈로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문제는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전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다. 뇌동맥류 환자의 20%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다. 중앙대병원 뇌혈관센터 신경외과 남택균·권정택 교수의 도움말로 뇌동맥류의 위험성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뇌동맥류는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만약 뇌동맥류가 터지면 출혈이 한꺼번에 두개강 내 지주막하 공간으로 흘러나온다. 이때 번개가 치는 듯한 갑작스럽고 극심한 두통을 겪는다.특히 출혈량이 많으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따라서 뇌동맥류를 진단 후 어떻게 대처할지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고 정기적으로 상태 변화를 추적 관찰하는 것이 좋다. 남택균 교수는 “뇌동맥류가 진단됐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뇌동맥류의 크기, 위치, 모양, 나이 등을 고려해 코일색전술을 할지, 클립결찰술을 할지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동맥류의 치료 방법은 일반적으로 뇌 수술에 해당하는 개두술을 통한 ‘동맥류 결찰술(aneurysm neck clipping)’과 혈관을 통해 접근해 치료하는 뇌혈관 내 치료 또는 중재적 시술에 해당하는 ‘코일색전술(coil embolization)’로 나눌 수 있다.결찰술은 뇌동맥류 치료에 있어 오랫동안 시행돼 온 방법으로 기술적으로 이미 정점에 도달해 있다. 그 방법은 두피를 절개하고 두개골을 작게 열어 수술 현미경을 통해 뇌동맥류를 노출해 동맥류의 목(입구)을 클립으로 물어서 혈류를 차단하는 치료 방법이다. 코일색전술은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동맥류를 치료하는 비침습적 시술법으로 허벅지(사타구니, 서혜부) 대퇴동맥을 통해 여러 단계의 카테터(catheter, 도관)를 사용해 뇌동맥에 접근한 뒤 뇌동맥류에 백금코일을 채워 혈류를 차단해 동맥류가 터지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동맥류 입구가 넓은 경우 혈관 내 스텐트나 풍선을 이용해 입구를 지지하고 코일 색전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남 교수는 “뇌동맥류 치료에 있어 코일색전술은 개두술을 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는 비침습적 치료 방법으로 시술 시간도 3시간 이내로 비교적 짧으며, 치료 후 1~2일 이내에 퇴원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다만 코일색전술은 클립결찰술에 비해 재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남택균 교수는 “통계적으로 10명 중 1명은 재치료가 필요한 경우여서 결찰술에 비해 재발확인을 위해서 시술 후 추적검사를 자주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실제 뇌동맥류로 인한 코일색전술 시술 후 6개월, 1년 6개월, 3년 6개월, 5년 6개월에 추적검사를 시행해야 하며, 치료 시 스텐트 보조 하에 코일색전술을 시행했다면 최소한 6개월에서 1~2년 정도 항혈소판제를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권정택 교수는 “뇌동맥류로 진단되더라도 환자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해 두 가지 치료법을 함께 할 수 있는 병원의 전문의를 찾아 안전하고 정확한 치료법을 찾아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불면증에 30일 이상 수면제 먹으면 나타나는 현상
밤 잠을 못 이뤄 고통받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불면증은 컨디션 저하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물론, 스트레스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인과의 관계에 영향을 끼친다. 심하면 우울증이나 약물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유병률이 높은 중노년층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박정훈 센터장의 도움말로 불면증 위험성에 대해 알아봤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의학적으로 불면증은 수면환경 조건이 적절한데도 불구하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잠을 잘 못 자거나 자다가 자주 깨고,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거나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증상들이 단독적 또는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불면증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먹고 있는 약이 문제일 수 있고 소음 등 수면 환경이나 스트레스가 숙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박정훈 센터장은 “불면증이 생기면 수면제 복용하는 것 말고 다른 치료법이 없다고 생각해 그냥 참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불면증이 만성화하면 우울감을 증대시키고 면역 질환 및 인지 기능 저하, 기타 합병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방치하면 인지 기능장애 위험성 높아 특히 불면증 유병률이 높은 중노년 여성은 노화로 인해 생기는 수면장애와 함께 완경기를 거치면서 호르몬 균형이 붕괴돼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면증이 심해진다. 또 나이가 들어 신체 활동량이 줄면 자연스럽게 수면 요구량도 줄어드는데, 이에 따라 덜 자게 되는 생리적인 적응 현상도 나타난다. 이때 운동 같은 보완적인 신체 활동을 하지 않으면 수면 욕구는 더 줄어 악순환에 시달린다.불면증이 지속돼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되는 인지 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 있고 일상생활 중 피로와 졸음 때문에 사고 위험도 증가하는 등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 불면증이 만성화하면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및 내분비 질환 등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불면증을 해소하려고 수면제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은데 30일 이상 장기간 복용할 경우 오히려 수면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의존성이 강한 향정신성의약품류 수면제는 약물 의존성만 높아지고 증세가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수면 위생 준수로 수면습관 교정 바람직불면증은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에 앞서 인지행동치료를 우선적으로 진행한다. 생활습관, 수면패턴, 잘못된 건강 정보로 인해 불면증이 만성화하는 것을 막는 치료 방법이다. 잠 자는 시간을 조정하고 수면패턴에 문제점이 없는지를 분석한다. 이때 스스로 수면일지를 꾸준하게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자리에 든 시간, 일어난 시간,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마신 횟수, 하루 동안의 운동량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훈련과 치료를 진행한다.불면증 증상이 심하거나 빠른 치료 효과를 위해서는 인지행동치료와 함께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불면증은 원인과 증상이 다양한 만큼 약물치료에 사용하는 약의 종류도 다양하다. 다만 약을 임의로 복용하거나 중단할 경우 오히려 증상을 만성화시킬 수 있다. 특히 일부 전문의약품은 심리적 의존성과 내성이 있기 때문에 장기 복용, 과다 복용 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박 센터장은 “약물치료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약물은 정해진 용량과 복용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러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단기간 적은 용량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간혹 처방받은 수면제를 임의대로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부작용의 위험성이 생길 수 있어 전문의의 처방대로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불면증을 예방하고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강한 수면습관과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되도록 낮잠을 자지 않는 것이 좋다.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하되, 자기 전에는 격렬한 운동을 하면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삼간다. 수면을 방해하는 카페인이나 술을 자제하고, 저녁에는 과식하지 않도록 한다.침대에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시간이 많아지면 뇌가 학습을 하게 된다. 만약 잠자리에 누워서 15분 이상 시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애쓰지 말고 그냥 일어나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침실이 뒤척이는 공간, 불안한 공간이 아니라 편하게 자는 공간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 3주 이상 마른기침·호흡곤란 있으면 폐 문제 의심
암은 아니지만 암 만큼이나 위험한 질병이 있다. 바로 ‘간질성 폐 질환’이다. 간질성 폐 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약 40%, 10년 생존율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간질성 폐 질환은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일어나는 폐포와 폐포 벽을 지지하는 구조물인 간질에 이상이 생겨 호흡곤란, 기침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폐 간질이 두꺼워지고 염증이나 섬유화가 일어나면서 기능이 저하되는데, 간질 손상으로 발생하는 200가지 이상의 다양한 질환을 포함한다.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경훈 교수는 “간질성 폐 질환은 폐가 섬유화 등으로 악화하면서 점차 호흡이 짧아지고 결국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신체 운동에 의해 유발되는 호흡곤란이나 마른기침 증상이 지속하면 간질성 폐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했다.간질성 폐 질환의 상당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이다. 다만 유전적 소인에 흡연이나 분진, 위식도역류 질환, 감염 등 유전, 환경, 바이러스 등 다양한 인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간질성 폐 질환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간질성 폐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4만654명으로 2011년 1만8068명 대비 10년간 약 125%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후반에서 70대 전후에 많이 나타난다. 유병률은 10만 명 당 남성은 81명, 여성은 67명으로 남성이 약 1.2배 많다.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호흡곤란과 마른기침이다. 또 비특이적 흉통을 보이기도 하고 간혹 객혈을 동반하기도 한다. 증상은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환자마다 다른 양상과 속도로 진행된다. 진단은 쉽지 않은 편이다. 질환군에 굉장히 다양하고 넓은 질병이 포함돼 있는 데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질병도 많은 탓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폐 기능 검사, 고해상도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활용한다. 또 기관지경을 통한 기관지폐포세척검사, 폐 조직검사 등의 추가적인 진단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 동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도 많다.김 교수는 “고해상도 흉부 CT 영상의 발전으로 많은 부분이 영상 검사로 대체되기는 했지만, 같은 영상학적 소견을 보이더라도 다른 원인에 의한 영상 소견일 가능성이 있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간질성 폐 질환은 원인에 따라 예후와 치료 방침이 많이 달라지는 만큼 필요한 경우 환자의 폐 기능이 허락된다면 수술적 폐 조직검사 시행을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간질성 폐 질환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다만 최근 약제 개발과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될 경우 항섬유화제를, 비특이적 간질성 폐 질환은 스테로이드 같은 항염증제제와 면역억제제가 처방되고 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 치아·잇몸 부실하면 전신 노쇠로 사망률 2배 높아져
구강 건강은 노쇠의 방아쇠다. 치아·잇몸이 부실하면 음식을 잘 씹어 삼키기 어려워 영양 공급이 불량해진다. 치아가 빠지면 음식을 씹는 자극이 줄면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뇌 인지기능도 떨어진다. 건강한 노년기를 위한 구강 건강 지키는 방법에 대해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강경리 교수에게 들었다.구강은 음식물을 먹고 소화하는 영양 공급 단계의 출발점이다. 튼튼한 치아로 음식물을 잘 씹어 삼킬 수 없으면 단백질이나 미량 원소 공급에 문제가 생겨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구강 노쇠가 전신 노쇠를 알리는 경고 신호인 셈이다. 강경리 교수는 “일본에서 65세 이상 노인 2011명을 3년 9개월 추적 조사한 결과, 구강 노쇠로 진단된 노인은 건강한 노인에 비해 전신 노쇠 비율이 2.4배, 근감소증 2.2배, 장애 발생 2.3배, 사망률 2.2배 더 높았다. 그 외 많은 연구에서도 공통으로 불량한 구강건강은 전신 노쇠의 시작을 미리 알리는 지표로 지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신 건강을 위해서는 구강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구강기능저하증은 구강 위생 불량, 구강 건조, 교합력 저하, 혀와 입술의 운동 기능 감소, 혀의 압력 감소, 저작 능력 감소, 삼킴 기능 저하 등 구강 노쇠 증상 7가지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할 때를 말한다. 강 교수는 “치과의사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구강 건강에 더욱 관심을 두고 노력해야 한다”며 “65세 이상 노인은 치아가 아프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치과에 방문해 구강 건강 점검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치과의사가 육안으로 치아·잇몸 상태를 살펴보는 구강 건강 검진은 치아 통증, 잇몸병 등이 심각해지기 전에 빠르게 대처 가능하다. 치과 질환은 특히 치료를 늦출수록 비용 부담이 커진다. 게다가 치아 위생관리에 소홀하면 암·당뇨병·골다공증·심장병 위험도 높아진다.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구강 건강 검진을 받을 때 파노라마 방사선 촬영을 추가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확실하게 구강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치아 스케일링도 필요하다. 치아와 잇몸 경계 부위에 쌓인 치석을 물리적으로 제거해 구강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치아 스케일링에 소홀하면 잇몸 염증으로 잇몸이 부어오르면서 피가 나고 입냄새가 심해진다. 더 진행하면 잇몸이 위축돼 치아가 빠진다. 초기 잇몸병은 치아 스케일링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치아 스케일링은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연 1회 건강보험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 혜택 적용 기간은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연도가 바뀌면 자동으로 다음해 혜택으로 갱신된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치아 스케일링을 챙기는 것이 좋다. 저작 기능을 유지하는 틀니·임플란트 치료 역시 중요하다. 만성적인 잇몸 염증은 노년기 치아 상실의 주요 원인이다. 치아가 빠졌다면 빈 자리를 채우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아 갯수가 줄면 음식을 제대로 씹고 삼키지 못해 영양이 부실해진다. 일상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구치는 위아래 10개씩 총 20개다. 정부에서도 노년층 저작력 유지를 위해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평생 2개의 임플란트를 건강보험 급여로 지원한다. 임플란트나 부분 틀니 등으로 빠진 치아를 조기에 수복하면 저작력 회복에 긍정적이다.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골다공증 고위험군 50·70, 골밀도 점수 알고 있나요?
골다공증 고위험군인 50~70대 여성 대부분이 골다공증 건강 지표인 골밀도 수치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대한골대사학회는 골다공증 주요 유병층인 50~70대 여성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골다공증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5%가 ‘골절’이 건강한 노후를 위협하는 질병이라고 답했다. 이는 암(92.5%), 치매(91.7%)와 유사한 수치다. 골다공증(82.8%) 위험 인식은 고혈압(82.8%), 당뇨병(84.5%)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그러나 골다공증 건강 지표인 골밀도(T-점수)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61.8%였으며 ‘내 골밀도 수치’ 인지율은 22.8%, 골밀도 정상 범위 인지율은 21.3%에 그쳤다. 혈압·혈당 관련 인지율 대비 2~4배 낮은 수준이다. 특히 골밀도 검사를 받아본 사람 10명 중 8명(82.7%)이 자신의 골밀도 수치를 몰랐다.반면에 자신의 골밀도 수치를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의 경우 ‘골다공증 예방과 관리에 더 신경 쓰게 됐다(62.7%)’, ‘골다공증 관리에 좋은 식이요법·운동에 노력하게 됐다(56.9%)’ 등 뼈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더 신경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골다공증 치료에 노력하게 됐다(32.4%)’고 응답한 비율은 비교적 낮게 나타나 검진 후 치료 연계를 위해 적극적인 안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대한골대사학회 이유미(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총무이사는 “우리나라 50대 이상 여성은 암·치매만큼 골절을 무서워하고 골다공증 관리가 혈압·혈당만큼 중요하다고 여기면서 정작 자신의 골밀도 수치를 몰라 골다공증 치료 기회를 놓쳐 골절 위험에 놓여 있다”며 “골밀도 검사 홍보, 교육 강화를 통해 자신의 골밀도 수치를 정확히 인지시켜 뼈 건강 관리에 나서게 하고 골다공증 발견 결과를 적극적으로 치료와 연계하는 사후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가건강검진 사업을 통해 54세 여성(2007년부터)과 66세 여성(2018년부터)에게 골밀도 검사를 전액 무료로 제공한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골밀도 검사 경험자 4명 중 1명(25.4%)은 국가건강검진 제도를 통해 골밀도 검사를 받아본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건보공단은 올해 1월부터 국가건강검진 결과통보서 서식을 개정해 골밀도 측정 부위 및 골밀도 수치를 표기해 수검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골밀도 검사 결과가 치료와 연계되도록 하는 활용도 확대에 나섰다.이 같은 제도 개선 효과에 대해 응답자들은 ‘골밀도 점수가 기재된 결과통보서를 가지고 병·의원 진료 시 검사 비용을 줄이게 될 것(87.2%)’, ‘뼈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수치로 파악해 골다공증 치료·관리 의지가 높아질 것(86.9%)’이라고 기대했다. 이 총무이사는 “대한골대사학회는 향후 골다공증 건강 지표에 대한 국민 인식을 혈압·혈당 수준으로 높일 수 있도록 골밀도(T-점수) 인지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인식 향상 캠페인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 시리고 찌릿…손발저림 흔하다고 방치해선 안 돼
손발저림은 일상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대부분은 혈액순환 장애를 떠올리지만, 손발저림은 신경계 이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증상만으론 질환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이형수 교수의 도움말로 손발저림의 원인과 검사법을 알아봤다. 신경계는 크게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로 구분할 수 있다. 중추신경계인 뇌·척수는 몸의 여러 감각기관에서 들어온 신경 신호를 통합·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말초신경계는 중추신경계와 각 기관을 연결하는 일종의 전달망 역할을 맡는다. 중추신경계 이상도 손발저림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말초신경계 이상으로 손발저림이 발생하는 빈도가 훨씬 높다. 말초신경계는 전신에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말초신경계 이상이 발생하면 저림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그러면서 불쾌한 감각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환자들은 ‘쑤신다’ ‘화끈거린다’ ‘감각이 둔하다’ ‘남의 살 같다’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는 증상을 주로 호소한다. 이러한 증상은 양쪽에서 동시에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발끝이나 손바닥, 종아리 등 국소 부위에서만 발현되거나 몸통, 사지 근위부에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말초신경병의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은 ▶척추 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신경 압박 ▶외상 등 외부적인 요인이다. 이외에도 당뇨병, 신장 질환, 갑상샘 질환, 과도한 음주, 비타민 결핍 등이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말초신경병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면 대부분 쉽게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급성으로 발병하거나 진행 속도가 빠를 때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회복이 어렵고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말초신경병을 진단할 땐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 등 신경생리검사가 주로 시행된다. 두 검사 모두 신경과 근육에 약한 전류를 흘려보낸 뒤 거기서 얻어지는 파형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정확한 신경 병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필수적인 검사다. 이외에도 의심되는 원인에 따라 채혈검사, 자율신경기능검사, 신경초음파검사를 진행한다.손발저림은 흔한 만큼 쉽게 방치될 수 있다.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친다면 통증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치료 후에도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많다. 저릿함이 느껴졌을 땐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거쳐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 폭음 즐기는 사람, 술 안 마셔도 쉽게 흥분하는 이유
초여름 같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주취 범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과도한 음주를 지속하면 이성적 사고와 판단,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이 손상된다. 전두엽 기능이 손상된 후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쉽게 흥분하고, 나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의가 요구된다.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취 범죄 신고 건수는 97만6392건으로 2021년(79만1905건)보다 18만 건 이상 치솟았다.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주취 범죄는 강력 범죄와도 상관관계가 높다는 점에서 보다 공권력의 엄정한 대응이 요구된다"며 "주취자에 관해 강한 법적 처벌과 더불어 단주 교육 및 치료, 재활치료 시행 등이 반드시 병행돼야만 주취 범죄 예방 효과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알코올, 뇌에 직접 작용해 기능 억제알코올은 우리 뇌에 직접 작용해 뇌를 억제한다. 평상시에는 이성을 담당하는 신피질이 감정과 본능을 담당하는 구피질을 제어해 감정적인 말과 행동을 자제하게 한다. 하지만 알코올이 들어가면 신피질의 구피질 제어력이 약해져 신피질의 구속을 받던 구피질이 자유롭게 명령을 내리게 되며, 이에 따라 음주자는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하고 과격한 행동을 하게 된다.음주는 뇌혈관 혈액의 알코올 농도를 높임으로써 중추신경계가 알코올에 의해 영향을 받아 대뇌의 활동을 억제한다. 판단과 판별 능력이 저하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기억력 또한 심하게 상실된다.전 원장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 본인뿐 아니라 주변 가족들 또한 전문가의 상담과 프로그램에 따라 치료를 받아야만 가정이 온전히 술 문제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다"며 "평소 술에 취해 폭력적인 성향을 자주 보이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다면 이를 감추기보단 주변에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나 알코올 전문병원 등을 찾아 상담과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 “말기 콩팥병 폭증, 재택 치료 등 정책적 개입 필요”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콩팥병은 암·치매보다 진료비 지출이 높은 질환이다. 콩팥 기능이 남아있을 땐 연간 진료비가 1인당 10만원 수준이지만 투석 치료를 받으면 연 진료비가 3000만원으로 폭증한다. 문제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말기 콩팥병 환자 증가세가 빠른 국가라는 점이다. 2021년 기준으로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국내 말기 콩팥병 환자는 10만 명이 넘고, 연간 3조원의 의료비가 투석 치료에 쓰이고 있다. 말기 콩팥병 진료비 폭증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보다 먼저 위험성을 인식한 미국은 적극적인 국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2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포함해 미국 신장학회(ASN), 환자단체, 의료기관, 연구기관, 제약회사 등이 상호 협력하는 신장 건강 증진 이니셔티브(Kidney Health Initiative·KHI)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후 2019년 7월에는 미국 행정부에서 만성 콩팥병 환자 치료 환경을 개선하고 환자 중심의 치료를 촉진해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장 건강 증진(Advancing American Kidney Health Initiative·AAKHI) 행정명령을 공포했다. 한국에서는 올해 대한신장학회가 만성 콩팥병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환자 중심 치료를 위한 국민 콩팥건강증진계획 2033(KHP2033·Kidney Health Plan 2033)을 선포했다. 향후 10년간 만성 콩팥병의 인지도를 높여 원인 질환인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 악화로 만성 콩팥병 이환을 억제하고, 말기 콩팥병 환자의 재택 치료(복막투석, 신장이식) 비율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미국의 말기 콩팥병 치료 환경 개선에 집중한 미국 재택투석연합회 상무이사이자 벤 스트레테지 대표인 스테파니 실버맨이 한국의 KHP2033 프로젝트 수행을 주도한 대한신장학회 김성균(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 총무이사와 만나 복막투석 등 말기 콩팥병 치료 환경을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미국 재택투석연합회 스테파니 실버맨 상무이사(왼쪽)와 대한신장학회 김성균(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 총무이사.-국내에서 말기 콩팥병으로 투석 치료를 받는 사람이 늘었는데.김성균 교수(이하 김 교수)=“우려스러울 정도다. 한국은 투석·신장이식 등 콩팥대체요법이 필요한 말기 콩팥병 환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국가다. 현 추세가 계속되면 더 많은 의료비가 말기 콩팥병 치료에 쓰이면서 사회·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한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만성 콩팥병은 고혈압·당뇨병 등 여러 만성질환이 원인이 돼 생기는 질환이다. 모든 질환 중에서 환자 1명당 진료비가 가장 높다. 특히 말기 콩팥병으로 투석 등 콩팥 기능을 대신하는 콩팥대체요법으로 진행하면 의료비 지출은 더 커진다. 대한신장학회에서 먼저 나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콩팥 건강 관리를 위한 질병 인식도를 높이기 위해 KHP2033을 선언한 배경이다. ①현 상태에서 2033년 예상되는 만성 콩팥병 환자 수를 10% 줄이고 ②말기 콩팡병으로 진행하는 가장 흔한 원인인 당뇨병 콩팥병 환자 비율을 10% 줄이며 ③말기 콩팥병 환자의 재택치료(복막투석, 신장이식) 비율을 33%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만성 콩팥병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증가폭을 줄여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스테파니 실버맨 상무(이하 실버맨 상무)=“미국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센터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15%인 약 3700만 명이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다. 이 중 매년 새롭게 투석치료를 시작하는 사람이 10만 여명이다. 특히 말기 콩팥병으로 악화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면서 급증하는 의료비 부담에 주목했다. 실제 국가에서 의료비의 80%를 지원하는 메디케어 보험가입자 중 말기 콩팥병으로 투석 치료를 받는 사람은 1.2%다. 그런데 이들에게 투입되는 비용이 전체 메디케어 예산의 약 7%나 된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미국 행정부는 2019년 미국 국민을 위한 신장 건강 증진 행정명령(AAKHI·Advancing American Kidney Health Initiative)를 공포했고, 2021년부터 발효돼 시행 중이다. AAKHI의 가장 큰 목표는 말기 콩팥병으로 인한 초기 사망률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남아 있는 콩팥 기능 유지 등에 유리한 재택 투석 비율을 늘리는 것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보험급여 정책을 도입한 것이 결정적이다. 만성 콩팥병을 치료하는 병의원을 대상으로 재택 투석 묶음 수가(Bundled payment)를 지원하고, 재택투석 치료 비율을 높이면 가산 인센티브(ETC·End-stage renal Treatment Choice)를 제공했다. 이런 노력으로 제도 시행 1년 만에 복막 투석 등 재택 투석 비율을 15%까지 늘렸다. 역대 가장 높은 재택 투석 치료 비율이다.” -복막 투석 같은 재택 투석 비율을 늘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김 교수=“국내외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집에서 일상적으로 투석이 가능한 복막 투석이 혈액 투석보다 잔여 콩팥 기능 유지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기 콩팥병으로 진행하면 콩팥 기능이 얼마나 남았느지에 따라 사망률 등 임상적 예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콩팥 이식을 받은 후에도 복막 투석으로 잔여 콩팥 기능을 유지했을 때 더 긍정적이었다.실제 보건복지부에서 복막 투석 환자 재택 관리 시범사업에서도 이런 결과를 확인했다. 재택관리 시범사업 등록군은 미등록군에 비해 연간 응급실 방문 횟수, 환자 사망 등 모든 관리 지표가 미등록군에 비해 좋았다. 재택관리 등록군재택관리 미등록군입원건수2.293.64응급실 방문 건수(1인당 연간)0.921.49직접의료비3445만원3951만원환자 사망5.00%11.80%복막 투석은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도 유리하다. 혈관을 통해 노폐물을 걸러내는 혈액 투석은 일주일에 3번씩 빠지지 않고 병의원을 방문해야 한다. 한 번에 3~4시간에 걸쳐 투석한다. 병원을 오가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하루 반나절은 필요하다. 결국 투석 치료로 직장·학업 등 생업을 유지하기 매우 어렵다. 반면 복막 투석은 상대적으로 병원을 찾는 횟수가 월 1회로 적다. 투석 치료를 받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일상 유지가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은 의료 환경적 이유로 전체 투석 환자의 94.6%가 정기적 병원 방문이 필요한 혈액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환자 삶의 질 개선에 유리한 재택 치료를 활성화하는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버맨 상무=“공감한다. 사실 AAKHI가 도입되기 전인 2012년부터 미국신장학회(ASN)을 중심으로 환자 중심 치료를 위해 신장 건강 증진 이니셔티브(Kidney Health Initiative) 활동을 했다. 그 당시 미국의 혈액 투석 비율은 89.8%다. 지속적으로 노력했지만 복막 투석 비율을 2%가량 높이는데 그쳤다. 그런데 AAKHI를 시행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니 여러 해 동안 지지부진했던 재택 치료 비율이 단기간에 크게 늘었다. 정책적 개입이 의료 환경의 실질적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체감했다.” -장점이 명확한데 환자가 복막 투석 등 재택 치료를 선택하는 비중이 왜 낮나.김 교수=“???????환자가 혼자 스스로 잘 관리할 수 있을지 두려워서다. 말기 콩팥병으로 콩팥 기능이 더 나빠지면 생명이 위중해지니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의료진 입장에서 복막 투석 초기에는 이런저런 주의점을 세심하게 알려주고 점검해주는 등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게다가 한국은 병원 접근성도 좋으니 전문적 관리가 가능한 혈액 투석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 사실 20여 년 전만해도 복막 투석 비율이 26%로 높은 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복막 투석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면서 ‘투석 치료=혈액 투석’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투석은 평생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일상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준비없이 투석을 시작하기보다 선제적으로 의료진과 함께 다양한 투석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투석 시기, 방법 등을 미리 결정하는 것이 좋다. 투석이 두렵다고 미루면 콩팥 상태만 더 나빠질 뿐이다. 응급 투석으로 불필요한 비용 지출도 늘어난다. 투석 치료를 시작한 환자에게 왜 혈액 투석을 선택했느냐고 물어보니 버티고 버티다 응급 혈액 투석을 받고 혈액 투석을 받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복막 투석을 전혀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한신장학회는 다양한 투석 방식을 알리고 환자와 공동의사결정을 위한 '다행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실버맨 상무=“??????????????미국도 혈액 투석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인식 개선도 필요하지만 정책적 지원도 분명 필요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투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고 인센티브 등을 통해 재택 치료를 시행하는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재택 치료 비율을 단기간에 빠르게 늘릴 수 있었다. 실제 복막 투석 등 재택 치료를 활성화했을 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ETC 정책을 미국 50개 주 중 30%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했더니, 인센티브 지급 1차 년도에 재택 치료 비율이 14~15%로 늘었다. 또 콩팥 이식을 위한 대기자 명단에 등록된 비율도 증가했다. 물론 정책이 시행된 시점이 코로나19 유행 시기와 겹쳐 성과를 판단하는데 제한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정책적 지원이 지지부진했던 복막 투석 등 재택 치료 비율을 빠르게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투석이 필요한데도 병원 방문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김 교수=“복막 투석 등 재택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감염병으로 필요성을 더 체감했다. 혈액 투석은 정기적인 병원 방문이 필수적인데 병상 부족 등으로 제때 투석하지 못하면 생명에 치명적이다. 하루이틀만에 전신 상태가 빠르게 나빠진다. 실제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투석이 가능한 병원을 찾기 위해 전화를 몇 백통이나 돌렸다는 사례가 기사화되기도 했다. 대한신장학회 소속 의료진도 투석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달려가 24시간 돌아가며 진료를 지원했다. 언제, 어떻게 낯선 감염병이 또 확산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의 투석 치료를 결정할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실버맨 상무=“도관 삽입이 필요한 복막 투석이나 동정맥루 수술이 필요한 혈액 투석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한 번 투석을 시작하면 평생 해야 한다. 회피하기보다 냉정하게 장단점을 평가하고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 예컨대 집에서 투석을 한다면 투석 용액 등은 보관할 장소는 확보 가능한지, 매일 저녁마다 안정적으로 투석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 복막염 등을 대비한 전문 의료진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최근엔 투석 치료 분야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하면서 복막 투석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 실시간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자동복막투석 장비 뿐만 아니라 손투석도 모든 데이터가 자동으로 의료진에게 전송돼 케어할 수 있다.” -복막 투석의 경우 집에서 혼자 관리해야 한다는 걱정이 클 것 같은데.김 교수=“???????공감한다.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하면 당연히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복막 투석을 잘 유지하는 데 도움되는 전문적인 교육과 실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복막 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에서 복막 투석 교육과 모니터링을 병행했더니 복막염 등 투석 관련 합병증이 더 낮은 것을 확인했다. 입원·응급실 방문 횟수가 줄었고 사망률도 낮았다. 의료비 지출 역시 적었다. 다만 시범사업이라 그 이후가 우려스럽다. 국가 정책적으로 본사업으로 전환해 말기 콩팥병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 또 복막 투석 등 재택 치료 활성화를 위한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 환자·의료진 등이 공동으로 어떤 투석 치료가 좋은지 논의하는 공동의사결정을 위한 다학제 진료 수가 등 별도의 수가를 신설해 최적의 투석 방법을 적기에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환자가 안정적으로 복막 투석 치료를 유지하도록 반복적으로 교육하는 투석 교육 수가 등도 필요하다.” 실버맨 상무=“???????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만성 콩팥병으로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만성 콩팥병의 원인 중 하나인 당뇨병 콩팥병이 빠르게 늘면서 위기의식이 컸다.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콩팥병 환자의 폭증으로 의료비 지출이 늘 것이란 것은 명백하게 예견되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단일 질환인 만성 콩팥병에 주목한 이유다. 특히 복막 투석 등 재택 치료 활성화로 말기 콩팥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환자 입장에서도 재택 치료의 긍정적 요소에 만족하는 편이다. 더 늦기 전에 한국도 정책적 지원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