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미상의 반복성 어지러움. MRI도 못잡는 '예민한' 뇌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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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반복적 어지럼증 일으키는 새로운 질환 발견

국내 연구진이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질환과 치료법을 제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김지수 교수 연구팀은 11일 "반복적인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질환(뇌 평형기능 항진성 반복성 어지럼증)을 발견해 관련 논문을 임상신경학 분야 국제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어지럼증, 귀의 이상 아닌 뇌 기능 장애로도 발생
어지럼증은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 원인 중 2위를 차지한다. 떨림·저림과 함께 가장 흔히 겪는 증상에 속한다. 전체 인구에서 두 명 중 한 명은 살면서 한 번쯤 어지럼증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증상이 흔하다 보니 치료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스트레스·피로 때문이라고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적절한 치료를 없이 방치할 경우 만성화하거나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국내에서 신경과·이비인후과·정신건강의학과 등이 함께 통합적인 어지럼증 진단·치료에 나서는 어지럼증센터가 속속 도입되는 이유다.

반복적인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귀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이명, 이충만감(귀가 꽉 찬 느낌), 청력소실을 동반하는 메니에르병 등이 있다. 이 밖에 편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전정편두통과 뇌종양, 그리고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도 반복성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환자 중에서는 여러 검사에도 불구하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치료가 힘든 경우가 많았다.

김지수 교수 연구팀은 이런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각종 전정 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으로도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반복성 어지럼증 환자 338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공통점을 찾았다.

그 결과, 전체 환자의 10% 가량에게서 소뇌와 뇌간의 전정 기능이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으로 흥분되어 있는 등 기존 어지럼증 환자들과는 차별화되는 특징이 발견됐다. 즉, MRI 검사 등에서 정상이어도 체질적으로 예민한 뇌기능에 의해 반복적인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리를 좌우로 흔든 후 유발되는 눈 떨림의 특성을 분석했을 때 새로운 질환(RSV-HSN)에서는 전정신경염(VN), 전정편두통(VM), 메니에르병(MD)에 비해 눈 떨림 시간상수(Tc)가 2-3배 정도 길다. 이는 눈 떨림이 2-3배 정도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종전의 어지럼증 질환과 차별되는 새로운 질환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사진 분당서울대]

이런 특징은 눈 떨림을 통해 확인됐다. 김지수 교수는 "뇌는 귀의 전정 기관이 받아들인 신호를 증폭해 몸의 균형을 잡는데 소뇌와 뇌간이 이 역할을 맡는다"며 "뇌에 저장한 신호가 과도하게 분출되면 눈이 심하게 떨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눈 떨림의 강도, 지속 시간등을 확인하면 뇌 기능 이상이 어지럼증의 원인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환자들은 메니에르병, 전정편두통 등 다른 어지럼증 환자보다 눈 떨림이 강하게, 그리고 쉽게 나타났다. 보통 30~40회 머리를 흔들어야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반면, 환자들은 그 이하에서도 어지럼증이 유발됐다. 눈 떨림 지속 시간도 2~3배 길었다. 김 교수는 "새롭게 발견된 어지럼증 질환은 머리를 좌우로 반복적으로 흔든 후 유발되는 눈 떨림을 관찰하는 것으로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신경과) 김지수 교수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이런 환자는 평상시에는 뇌 신호 증폭에 어느 정도 적응된 상태라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지만, 신체 내의 변화 혹은 외부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안정된 상태가 교란돼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로 이런 환자들에게 신경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인 ‘바클로펜’을 투여할 경우, 어지럼증 및 멀미 증상이 크게 호전되며 안진(눈 떨림)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바클로펜은 뇌 신경전달물질을 억제하는 작용을 해서 뇌 흥분을 줄인다. 근육 긴장을 완하하는 데도 쓰인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지수 교수는 "반복성 어지럼증 환자에서 발병기전을 규명해 새로운 질환을 찾아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반복성 어지럼증의 또 다른 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이번에 발견한 새로운 질환의 효과적인 치료법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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