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간은 안전합니까? 간염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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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윤승규 교수

1년 전 진료실로 20대 후반의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늘 피로하고 식욕이 떨어진다며 간 검사를 받고 싶어 했다. 복부에서 만져지는 혹이 심상치 않아 간 정밀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그는 진행성 간암 말기 환자였다. 폐·뼈에 암세포가 퍼진 것으로 보였다. 그는 군대에서 B형 간염 보유자라는 말을 들었지만 제대 후 병원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사례를 볼 때마다 간암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우리나라의 간암 발생 빈도는 남성 4위, 여성 6위다. 사회활동이 왕성한 50대에 발생률이 높아 국가적인 손실이 크다. 간암의 주요 요인은 B형·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 질환과 과음·간경화 등이다. 
  
국내 간암의 75%는 B형 간염 탓이다. 다행히 1980년대 이후 국가가 예방백신 사업을 시행해 현재 영아 감염률은 0.3% 미만이다. 앞으로 B형 간염에 의한 간암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감염된 성인 환자라도 항바이러스제제로 잘 치료하면 간경화·간암을 예방할 수 있다. 
  
C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아직 없어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C형 간염은 주로 오염된 주사기나 문신, 불법 미용 시술에 사용되는 멸균되지 않은 의료기구를 통해 전파된다. 최근 C형 간염 치료제가 출시돼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음으로 인한 간경화와 간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알코올에 따른 간 손상 위험이 커 더욱 음주에 주의해야 한다. 
  
간암을 일으키는 요인을 보유한 환자를 간암 고위험군이라고 한다. 국가에서는 이들의 간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1년에 두 번 간 초음파와 간암 표지자 검사를 무료로 지원한다. 국내 10대 암 중 1인당 진료비는 간암 환자(6000만~7000만원)가 가장 높다. 

A형 간염은 간암을 유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백신을 맞지 않은 청소년과 20·30대에서 심하게 간염을 일으켜 사망하는 사례나 간 이식을 받는 경우가 있다. 50대 이후는 대부분 자연 항체를 보유하고 있지만 위생 상태가 좋은 환경에서 자란 젊은 층에는 항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항체 여부를 확인해보고 없으면 6개월 간격으로 두 번 백신을 맞으면 된다. 
  
A형 간염은 음식이나 물로 전파되는 탓에 집단으로 발생할 위험이 크다. 발열·피로감·구역감·식욕부진 등이 있으면 A형 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봄여름에 자주 발생하는 A형 간염을 예방하려면 식사 전 손 씻는 습관을 들이고 날 음식을 조심하며 유행 지역으로 가기 전 예방백신을 맞아야 한다. 이렇게 간에 대한 상식을 알고 생활하면 간을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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