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자, 치료 끝났다고 안심? 당뇨병 잘 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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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공동 연구 결과, 일반인에 비해 당뇨 위험성 35% 높아

유방암 환자인 A씨(여·47)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당뇨병이 생겼다. 공복 상태에서 혈당을 쟀을 때 130㎎/dL 이상의 고혈당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당뇨병 표지자인 당화혈색소 수치마저 7.5%까지 상승해 당뇨병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방사선·호르몬 치료 기간에도 고혈당이 지속돼 당뇨병 약을 계속 복용하고 있다. 

암 환자는 당뇨병에 걸릴 위험성이 일반인에 비해 35%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 내분비내과 황보율 전문의, 진단검사의학과 공선영 과장은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소 조주희 교수, 강단비 박사와 공동으로 국가 표본 코호트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규명했다.
 

신규 암 환자가 매년 21만 명 이상 발생한지만 조기 진단 및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장기 생존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2015)에 따르면 암으로 치료 중이거나 완치 후 생존한 암유병자는 약 161만 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암생존자의 삶의 질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등 암생존자의 만성 합병증 관리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연구팀은 약 50만 명의 국가 표본 코호트에서 암 치료를 받은 환자와 암을 경험하지 않은 대조군의 당뇨병 발생을 장기간(평균 7년)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암환자는 암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생이 35%나 높았다.

암종별로는 췌장암(5.15배), 신장암(2.06배), 간암(1.95배), 담낭암(1.79배), 폐암(1.74배), 혈액암(1.61배), 유방암(1.60배), 위암(1.35배), 갑상샘암(1.33배) 환자에서 당뇨병 증가가 확인됐다. 특히 암을 진단 받고 2년 이내에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가장 높았다.

고용량 스테로이드·일부 항암제, 고혈당 유발 
연구팀은 암 자체나 암 치료 과정 중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당뇨병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황보율 전문의는 “췌장암은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당뇨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특히 항암치료 과정 중에 흔하게 사용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나 일부 항암제가 고혈당을 유발하는 것으로 봤다. 그는 "최근 늘어나는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의 부작용으로 당뇨가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비만, 운동 부족, 불균형 식사, 담배, 음주 등을 하는 암 환자는 당뇨병 발생 위험이 자연히 증가한다. 조주희 교수는 "암환자는 당뇨병과 같이 만성질환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라며 "치료 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보건복지부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미국의사협회지의 자매지인 미국의사협회 종양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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