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나쁨' 땐 외출 자제? 우리 집 실내도 안전지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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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 가구·건자재서 새는 독성 물질…암·호흡기·심혈관 질환 유발

미세먼지로 ‘외출 자제령’이 연일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고 실내가 안전지대는 아니다.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또 다른 실내 오염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밖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벽·가구·조리시설에서 내뿜는 발암 물질이 천식·폐암·치매 위험을 높인다.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다. 실내 오염물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절실하다. 중앙일보는 ‘실내 공기를 지켜라’ 기획을 통해 3회에 걸쳐 실내 공기 오염의 심각성과 공기 질 관리법을 조명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전 세계 약 700만 명이 공기 오염에 노출돼 사망했다. 그중 430만 명은 실내 공기 오염 때문이었다. 구체적 사인은 뇌졸중(34%), 허혈성 심장 질환(26%), COPD(22%), 폐암(6%) 등이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생활대기관리팀 최동주 팀장은 “미세먼지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실내 공기 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그러나 법적으로 규제하는 ‘다중이용시설(지하철역 등)’과 달리 각 가정의 실내는 개인에게 맡겨져 관리의 사각시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집 안 공기, 개인이 관리책임자 
실내 오염물질의 주요 성분은 실외와 조금 다르다. 일부는 바깥에서 유입된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황사와 미세먼지, 오존, 공장·자동차의 배기가스 등이 열린 창문과 틈새로 실내에 침투한다. 옷에 붙은 미세먼지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집 안에 스며든다. 오염물질은 실내에서도 발생한다. 김호현 평택대 ICT융합학부 환경융합시스템학과 교수는 “건축자재와 가구·바닥재 등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 벽지·페인트의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조리 중 생기는 미세먼지·유해가스 모두 주요 발생지가 실내”라며 “집 안 공기를 잘못 관리하면 가족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실내 오염물질은 ‘미세먼지’다. WHO가 지정한 1급 발암 물질로 질산염·황산염과 탄소류·검댕 등이 주요 성분이다. 입자의 크기에 따라 PM10(10㎛ 이하)과 PM2.5(2.5㎛ 이하)로 나누는데, 크기가 작을수록 체내에 더 깊숙이 침투해 천식,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심정지 같은 호흡기·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후각 신경을 타고 뇌로 직접 침투해 치매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성 질환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다양한 질환의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서울대병원·질병관리본부 등에서 각각 진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PM2.5)가 10㎍/㎥ 증가할 때 급성심정지 발생률이 1.3%, 우울증 위험이 59% 증가했고, 미세먼지(PM10)가 10㎍/㎥ 증가하면 COPD 입원율이 2.7%, COPD 사망률이 1.1%, 폐암 발생 위험이 9% 증가했다. 미세먼지(PM10) 농도가 75㎍/㎥ 이상인 날이 약 일주일 이어지면 사망률이 3.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75㎍/㎥는 국내에서 미세먼지(PM10) ‘보통’에 해당한다. 
 


비흡연 여성 폐암 주범 미세먼지 
집 안에서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주방에서 조리할 때가 대표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조리 시 미세먼지 농도는 평소의 최대 60배가 높아진다. 음식 표면에서 일어난 초미세 입자가 재료 중의 수분·기름과 엉겨 붙으며 점점 커지는 것이다. 이때 이산화질소 같은 유해가스도 발생한다. 국내의 한 실험에서는 생선을 구울 때 1급 발암 물질인 벤젠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관찰했다. 한양대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는 “최근 5년 새 여성 폐암 환자가 33%나 증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병은 실내 미세먼지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진공청소기로 청소할 때도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미세먼지가 날려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다. 청소기를 미는 활동으로 숨이 가빠지고 필요산소량이 증가하면 이로 인해 공중의 미세먼지를 더 많이 흡입하기 때문이다. 최태열 장안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가정에서 쓰는 일반 사양의 청소기는 PM10 정도의 미세먼지까지 제거 가능하다”며 “걸러내지 못한 미세먼지(PM2.5)가 공중에 떠오르면 청소하던 사람의 체내에 더 많이 흡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는 가구와 건축자재의 방부제·접착제 등에서 새어 나와 구토·설사·기관지염 등을 일으킨다. 페인트와 도배지에서 나오는 벤젠·스티렌 등 VOCs도 암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이다. 단독주택이라면 라돈을 조심해야 한다. 토양에서 올라와 금이 간 벽 틈새로 유입되는 가스성 1급 발암 물질로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자연·기계적 환기 병행이 최선 
실내를 ‘청정 구역’으로 만들려면 자연 환기가 가장 중요하다. 외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대기가 정체되는 아침과 저녁을 피해 바람이 부는 오후에 환기한다. 주방과 거실의 창문과 방문을 동시에 활짝 열어 짧은 시간에 많은 공기가 순환할 수 있게 한다. 요리할 때도 창문을 열고 조리대 위 후드를 반드시 켠다. 
  
미세먼지와 밖에서 들어온 꽃가루 등을 제거하려면 고성능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가동시킨다. 이때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등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진공청소기로 청소할 땐 환기를 시키면서 돌린다. 부유 입자가 떠올랐다 가라앉았을 때 바로 물걸레로 닦아 내면 이상적이다. 기어 다니는 영아가 있다면 더욱 신경 써서 닦는다.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할 예정이라면 입주 전 장시간 환기해 포름알데히드와 VOCs 같은 유해 물질이 많이 날아가도록 한다. 오래된 집이라도 새 가구를 들였다면 처음 2~3일간 창문을 자주 열어 둔다. 기공이나 잎 표면으로 먼지를 잡는 고무나무 같은 식물을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은 가정에서 실내 공기 측정기구를 사용해 공기 질을 체크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계마다 다르지만 미세먼지·이산화탄소·포름알데히드·VOCs 등을 측정해준다. 김호현 교수는 “저가의 ‘센서형’ 측정기는 ‘광산란’ 방식을 이용하는 수백만원대 전문 제품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이산화탄소나 온·습도 수치는 비교적 정확하지만 미세먼지 등 다른 수치의 경우 맹신하지 말고 참고용 정도로만 사용하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측정기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떴을 땐 ‘자연·기계적 환기’가 최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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