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당뇨병약 먹고 있다면 CT검사 이틀 후 콩팥 기능 점검하세요

인쇄

#26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조영제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의료진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눈으로 확인해 진단·치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 같은 영상진단 장비를 활용해 내 몸 속에 있는 뼈나 혈관·내부 장기 등의 상태를 살펴보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진단에 필요한 선명한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조영제라는 약을 투약해야 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조영제’에 대해 소개합니다.
 

조영제는 영상진단에 사용하는 진단시약입니다. 성분에 따라 요오드화 조영제, 바륨 조영제, 가돌리늄 조영제 등으로 구분합니다. CT 촬영에는 X선을 통과시키지 않는 요오드·바륨 성분을 이용한 조영제를, MRI엔 자기장에 반응하는 가돌리늄 원자를 이용한 가돌린늄 조영제를 사용합니다. 영상을 촬영할 때 조영제가 위·장·혈관 등으로 흘러들어가 정상 조직과 아픈 부위를 구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하얀 배경에 아이보리 색으로 그린 그림보다는 까만색으로 그린 것이 색채 대비 효과로 더 잘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조영제 역시 의약품입니다. 크고 작은 부작용을 배재할 수 없습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조영제 과민반응입니다. 일종의 약물 알레르기입니다. 복숭아·새우·땅콩 같은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이를 먹거나 만지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증상은 조영제 민감도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피부가 가렵고 부어오르는 정도에서부터 온 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거나 아나필락시스, 호흡곤란, 심 정지 같은 치명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최근 CT·MRI을 활용한 영상진단 검사가 많아지면서 덩달아 조영제 투약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례해 조영제 과민반응을 경험했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하는 사례도 2014년 1만 4672건에서 2016년 1만 8240건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검사 후 30분간은 병원서 부작용 여부 지켜봐야
CT·MRI 같은 영상진단 검사를 처음 받는다면 어떻게 할까요? 안타깝게도 조영제는 어떤 제품이 나와 잘 맞는 것인지 사용 전에 미리 알기 어렵습니다. 조영제 과민반응이 나타났을 때 증상에 맞춰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먼저 조영제 투약 후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조영제 과민반응은 짧게는 1시간 이내부터 길게는 72시간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조영제 과민반응은 사용 직후부터 30분 이내 주로 발생합니다. 따라서 검사가 끝났다고 곧바로 귀가하기 보다는 병원에 30분 이상은 머물면서 몸 상태를 관찰합니다. 다행히 국소적인 두드러기나 가려움증 같은 경증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습니다. 온 몸에 두드러기가 돋거나 안면부종 같은 중등도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 과민반응을 완화하는 약을 복용하는 등 응급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사용된 조영제 제품명 알아두기
투약한 조영제의 제품명이 무엇인지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다음번 검사에 같은 제품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영제 과민반응을 보였다면 증상의 심각도와 상관없이 그 제품은 피해야 합니다. 조영제 과민반응을 한 번 겪었다면 또 겪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68배나 높습니다. 게다가 다음에 노출됐을 때는 과민반응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조영제는 제품 별로 삼투압·점도·친수성 등이 다릅니다. 같은 성분이라도 과민반응 발생률에 차이를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병원에서도 여러 종류의 조영제를 구비해 놓고 있습니다.
 

참고로 조영제 과민반응을 미리 예측하는 피부 반응 검사가 있긴 하지만 권하지 않습니다. 피부반응 검사에서는 괜찮더라도 조영제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피부반응 검사에서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 조영제를 사용했을 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 조영제를 투약하는 사람에게는 피부반응 검사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다만 조영제에 중증 이상의 과민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보다 안전한 조영제를 찾기 위해 알레르기 전문의와 상담 후 피부반응 검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조영제 과민반응을 경험했다면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회피입니다. 가능한 조영제를 투여하지 않는 검사로 대체합니다. 이것이 힘들다면 과민반응을 보였던 제품의 사용은 피합니다. 하지만 임상적 필요에 따라 조영제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땐 과민반응을 줄여주는 예방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의료진에게 조영제 과민반응을 경험했던 사실을 적극 알리면 조영제 민감도에 따라 과민반응을 줄여주는 약(항히스타민제·스테로이드제)을 검사 전에 미리 투약합니다. 또 몸에 남아있는 조영제를 빨리 배출하기 위해 충분히 물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24시간 이내 CT 중복 검사는 피해야 
주의해야 할 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콩팥 독성입니다. 조영제 투약 후 별다른 원인 없이 72시간 이내 콩팥(신장)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콩팥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역학적 변화를 보이거나 직접적인 세뇨관 독성, 조영제 특유의 삼투압 작용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소변의 양이 변하거나 혈뇨·거품뇨·빈뇨·야뇨 같은 배변 이상을 보이는 식입니다. 몸이 붓거나 체중이 증가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조영제 투약 24시간 안에 혈청 크레아티닌의 수치가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노폐물을 걸러내는 콩팥에 이상이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이후 4일 째 최고점에 이른 후 7~10일 이내 본래 상태로 회복합니다. 
조영제는 콩팥에 직·간접적으로 부담을 줍니다. CT 촬영을 24시간 이내 여러 번 진행하면 견디지 못합니다. 콩팥 기능이 정상이라면 조영제가 몸 밖으로 완전히 배출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시간입니다.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조영제를 반복해 사용하는 것은 피합니다. 이 외에도 CT 촬영 전후 수액을 충분히 공급하면 콩팥의 기능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당뇨병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콩팥 기능관리에 신경써야 합니다. 특히 CT촬영에 쓰이는 요오드성 조영제 투약에 주의해야 합니다. 다이아벡스XR·아마릴M·자누메트·가브스메트 같은 메트포르민 성분을 함유한 당뇨병약은 콩팥을 통해 빠르게 배설됩니다. 
그런데 조영제로 콩팥이 약해진 상태에서 당뇨병약을 챙겨먹으면 콩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메트포르민 성분의 당뇨병약 배설이 늦어지면서 체내 젖산 생성이 늘어나 치명적인 부작용(유산산증·Lactic adidosis)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체내 산성도가 높아져 세포가 파괴됩니다. 결국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뇨병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이를 검사 전에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또 당뇨병약은 CT촬영일을 기준으로 전후 이틀 동안(총 5일) 복용을 중단합니다. 이후 콩팥이 이전 상태로 회복한 것을 확인한 다음에 당뇨병약을 복용합니다.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전체 댓글

게시판 관리기준

이름
비밀번호
댓글쓰기
0/500
※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