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약국에서 파는 수면 유도제, 오래 먹으면 '치매'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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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수면 유도제 복용 시 주의점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약국에서 파는 수면제가 있습니다. ‘쿨드림’ ‘자미슬’ ‘자미쿨’처럼 제품명만 봐도 잠이 솔솔 올 것 같은 약인데요. 의사의 처방을 받는 수면제와 구분하기 위해 이런 약을 수면 유도제라고 부릅니다.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어 사용량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약처럼 수면 유도제도 부작용이 존재합니다. 오히려 수면제보다 더 많이, 자주 먹을 수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요. 이번 주 약 이야기는 잠 못 드는 이들을 위한 수면 유도제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수면 유도제의 주요 성분은 디펜히드라민과 독실아민항히스타민제입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수면 유도제뿐 아니라 감기약, 알레르기약, 멀미약 등 다양한 약에 포함된 성분입니다. 이런 약을 먹고 졸린 경험이 다들 있으실 텐데요, 수면 유도제는 다른 약에서는 ‘부작용’이었던 졸린 증상을 강화해 개발된 약입니다.
 

디펜히드라민과 독실아민은 작용 방식이 비슷합니다. 모두 뇌(대뇌피질)에 작용해 잠을 깨게 하는 ‘히스타민’이란 물질의 활성을 억제해 수면을 유도합니다. 쉽게 말해 뇌를 잠들게 만드는 것입니다. 디펜히드라민과 독실아민은 복용 후 일정 시간이 지나 뇌에 작용합니다. 그래서 수면 유도제는 잠들기 30분~1시간 전에 복용해야 합니다.
 

수면제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수면 유도제 역시 부작용은 존재합니다. 첫째, 잠에서 깨고 난 뒤에도 몽롱하고 졸린 상태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디펜히드라민의 반감기(체내에서 약 성분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시간)는 약 9시간, 독실아민은 10~12시간이나 됩니다. 다음날까지 멍한 상태가 지속해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잠 못 드는 고통과 비교하면 졸리거나 멍한 건 큰 문제가 아니라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늦잠을 자면 저녁에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처럼 오전에 에너지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 야간 수면도 방해를 받습니다. 수면 주기가 깨지고, 이로 인해 약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둘째 내성 문제입니다. 약을 오래 쓰면 몸이 약에 적응해 약효가 떨어지고, 같은 효과를 얻으려 복용량을 늘리게 됩니다. 의사 처방을 받는 수면제는 부작용의 위험이 커 최대 4주 이상 처방하지 않습니다. 반면 수면 유도제는 필요할 때마다 쉽게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이라 더 오래, 자주 쓸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보다 20년쯤 앞서 수면 유도제를 사용해 온 미국을 볼까요. 2015년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성인 4023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수면 유도제를 복용한 5명 중 1명 (18 %)이 약을 매일 먹었다고 답했습니다. 이들 중 41%는 수면 유도제를 1년 이상 복용했습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수면 유도제를 2주 이상 쓰지 말라고 권고하는데도(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겁니다.
 

항히스타민은 졸림 외에도 맥박 증가, 변비, 구강 건조증, 배뇨 장애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천식, 전립샘 비대증, 요로폐색 환자는 애초에 사용하면 안 됩니다. 특히 고령층은 젊은층보다 대사 작용이 느려서 다음날까지 이어지는 ‘숙취 효과’로 인해 낙상이나 사고를 당할 위험이 훨씬 큽니다.
 
나아가 고령층은 수면 유도제가 치매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치매 증상이 없는 65세 이상 3434명을 평균 7.4년 추적해 복용하는 약 종류와 사용량, 그리고 치매와의 연관성을 검증했습니다. 흡연, 뇌졸중·고혈압 병력 등 치매 유발 요인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후 결과를 냈는데요, 디펜히드라민를 하루 50mg씩(50mg은 판매 중인 수면 유도제의 평균 용량입니다) 3년 이상 먹은 쪽은 약을 안 먹는 쪽보다 치매 위험이 54%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JAMA, 2015). 연구팀은 항히스타민제가 뇌의 신경전달물질(아세틸콜린) 작용을 억제해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 추정했습니다.
 

수면유도제,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수면 유도제를 처음 먹는다면 독실아민보다 반감기가 짧은 디펜히드라민을 먼저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디펜히드라민 용량은 제품에 따라 각각 25mg·50mg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먼저 최소 용량을 먹고, 효과가 없다면 용량을 늘리거나 독실아민 성분의 수면 유도제를 복용하는 것을 권합니다.
 
둘째, 항히스타민제를 2주 이상 사용할 경우 의사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효과가 없는데 계속 먹거나, 반대로 약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 모두 해당됩니다. 병원을 가기 어렵다면 다른 성분의 수면 유도제를 사용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약국에서 살 수 있는 다른 수면 유도제로‘레돌민’이 있습니다. 뇌의 흥분을 억제하는 발레리안(길초근) 등으로 만든 생약제제로 졸림 등 부작용이 항히스타민제보다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 효과가 일관되지 않고 역한 냄새가 나서 먹기 힘들 수가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보다 비용이 비싼 편입니다.
 
셋째, 수면 유도제를 쓰기 전, 혹은 쓰는 중에 수면 습관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약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잠드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 합니다. 예컨대 각성 작용을 하는 커피와 담배는 끊는 게 좋습니다. 만일 어렵다면 체내 분해 시간을 고려해 각각 잠들기 6시간, 1시간 전에는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밖에 규칙적으로 운동하거나,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등 수면 습관을 개선하면 숙면을 취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수면 습관 개선을 위한 조언
□ 일정한 시각에 취침·기상한다. 늦게 잠들어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야 생체 리듬이 맞춰져 당일 저녁 잠드는 데 어려움이 없다.
□ 낮잠은 피한다. 너무 졸릴 때는 15분 내로 시간을 제한한다.
□ 매일 30분~1시간 운동한다. 늦어도 잠들기 3시간 전에 끝내는 것이 좋다. 직장인이라면 출퇴근 걷기 운동을 추천한다. 고령층이 젊은 층보다 운동의 수면 유도 효과가 더 크다.
□ 잠들기 2시간 이내에 약 30분간 더운물로 목욕해 체온을 올린다.
□ 잠들기 3시간 전부터는 음식·음료 섭취를 자제한다.
□ 침대는 반드시 잠자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스마트폰과 시계는 침실 밖에 두는 것이 좋다. 누운 뒤 20분 내 잠이 들지 못하면 침대를 벗어나 독서 등 단순 작업을 하며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스마트폰을 꼭 써야 한다면 화면 밝기를 가장 어둡게 하고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켠다. 이때도 시계는 보지 않는 것이 좋다.
□ 빨리 잠드는 데 점진적 근육 이완 운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손·발·이마 등 인체 끝 근육에 힘을 주고 5초간 유지한 뒤 긴장을 풀면서 심호흡한다. 눈을 감은 채 머릿속으로 검은색을 떠올리는 것도 안정감을 선물해 수면 유도에 도움이 된다.
□ 잠들기 1시간 전에는 금연하고 커피는 6시간 전부터 마시지 않는다. 술은 한두 잔만 마시되 물을 많이 섭취한다. 소주·맥주보다 레드 와인을 마시는 게 그나마 낫다.

도움말:홍승혜 약사(대한약사회 홍보위원)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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