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속이 심하게 메스꺼우면 '패치' 푹 자려면 '물약' 권해요

인쇄

#19 증상에 따른 멀미약 선택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고향 방문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죠. 하지만 차나 배를 탈 때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멀미’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약국에서 간단히 멀미약을 사 먹을 수 있지만, 가루약·물약·시럽·패치 등 형태가 다양하고 각각 효과와 부작용도 달라 무엇을 먹어야 할지 헷갈립니다. 이번 주 약 이야기는 설을 맞아 귀향·귀성길 발걸음을 가볍게 해줄 증상별 ‘멀미약’ 선택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멀미약의 주요 성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부교감신경차단제’와 뇌를 진정시키는 ‘항히스타민제’입니다. 멀미는 뇌가 균형을 유지할 때 쓰는 감각 정보가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합니다. 예컨대 자동차를 타면 눈으로는 자신이 이동한다고 느끼지만 실제 몸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차 자체는 위아래, 좌우로 불규칙하게 움직이죠. 뇌가 평소 겪어보지 못한 움직임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어지럼증·메스꺼움·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감각 정보를 모두 차단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멀미약은 ‘핵심’을 공략합니다. 구토를 유발하는 신경 활성을 떨어트리거나, 뇌가 감각을 덜 느끼게 해 증상을 완화합니다. 부교감신경차단제항히스타민제가 각각 이런 역할을 맡습니다.
 

감기약을 먹으면 몸이 나른하고 졸립니다. 이는 약에 든 항히스타민 성분 때문입니다. 패치를 제외한 물약·시럽·가루약 형태의 멀미약에는 메클리진·디멘히드리네이트·클로르페니라민 진정 효과가 있는 항히스타민제가 쓰입니다. 항히스타민제는 뇌가 느끼는 감각을 떨어트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뇌를 잠들게 해 멀미를 막는 것입니다.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된 멀미약은 다양한 성분이 조합된 경우가 많습니다. 뱅드롱액은 두 종류의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고 이지롱액·뉴소보민시럽에는 항히스타민제와 함께 카페인이 포함돼 있습니다. 토스롱액과 가루약인 보미롱산에는 스코폴라민이란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와 조합된 성분을 잘 살펴보면 자신의 증상과 목적에 따라 적합한 멀미약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만일 어지러운 증상이 심하면 다양한 항히스타민제가 든 뱅드롱액(물약)을 추천합니다. 차·배·비행기를 탈 때 유독 불안해하고 긴장하는 사람에게도 권할만합니다. 이동할 때 푹 잠들 수 있지만, 반대로 잠에서 깨기가 어렵고 숙취처럼 어지럼증·두통·현기증 등 항히스타민제 부작용이 남을 수 있습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여기에 속까지 울렁거린다면 스코폴라민이 든 보미롱산(가루약)이나 토스롱액(물약)이 도움이 됩니다. 이어지는 패치형 멀미약에서 다루겠지만, 스코폴라민은 부교감신경차단제로 속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가 큽니다. 단 스코폴라민은 항히스타민제보다 부작용 위험이 큰 성분입니다. 특히 패치형 멀미약을 붙이고, 스코폴라민이 든 물약을 추가로 먹으면 약물 과다로 환각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이지롱액(물약), 뉴소보민시럽(시럽) 등에는 항히스타민제와 함께 카페인이 포함돼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는 비교적 안전한 약이지만 먹고 난 뒤 졸림·나른함·가슴 두근거림·입 마름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에 각성효과가 있는 카페인이 추가되면 항히스타민제의 진정효과가 완화돼 이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평소 감기약을 먹고 이런 증상을 많이 느꼈다면 카페인 성분을 확인해보는 게 바람직합니다. 안전하긴 하지만 스코폴라민이 든 멀미약보다 속을 편안히 하는 효과는 적습니다.
 
항히스타민제 멀미약은 몸에 흡수되는 시간을 고려해 출발 30분 전에 먹어야 합니다. 부작용을 줄이려면 섭취 후 물을 충분히 마시고, 추가로 약을 먹을 땐 4시간 이상 간격을 두는 게 좋습니다. 운전자는 사용을 피하고, 모유를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으므로 수유 중에는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차나 배를 탈 때마다 속이 심하게 울렁거린다면 ‘키미테’로 잘 알려진 패치형 멀미약이 효과적입니다. 한 번 붙이면 3일 이상 효과가 오래 지속됩니다. 패치형 멀미약의 주요 성분은 스코폴라민입니다. 패치에는 가루약·물약보다 훨씬 많은 양의 스코폴라민이 들어 있습니다. 스코폴라민은 자율신경계, 그 중에서도 부교감신경계 활성을 차단한다고 해서 ‘부교감신경차단제’라 부릅니다.
 
멀미할 때 속이 울렁거리는 건 뇌가 소화관의 운동을 조절하는 부교감신경(미주신경)을 과하게 흥분시켰기 때문입니다. 메스껍고 구역질이 나는 동시에 혈압이 줄고 식은땀이 나는 등 전신증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신경’ 문제이기 때문이죠. 스코폴라민은 이 부교감신경에 작용해 뇌의 신호를 위가 못 알아듣게 차단합니다.
 
하지만 스코폴라민은 전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용 시 주의할 점이 많습니다. 부교감신경이 차단되면 상대적으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동공 확대, 심장 박동 증가, 안압 상승, 입 마름, 배뇨 장애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많이 생성되는 데 이로 인해 환각 증상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2013년부터 8~15세가 쓰는 ‘어린이 키미테’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으로 변경됐습니다. 7세 이하 소아는 패치형 멀미약을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패치는 흡수되는 시간이 길어 이동하기 최소 4시간 전에 붙여둬야 합니다. 양쪽 귀에 붙이면 용량 과다로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큽니다. 한쪽 귀 뒤에 한 장씩만 붙이고, 이동이 끝나면 바로 떼어내는 게 바람직합니다. 패치가 떨어져 다시 붙여야 할 때는 처음 붙인 쪽의 반대편에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또 패치를 다룰 때는 약 성분이 있는 곳은 되도록 만지지 말고, 붙이거나 뗀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안전합니다.
 

멀미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리에 앉을 때 역방향은 피하고, 시야가 보장되는 조수석이나 창문 주변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전자들은 대게 멀미를 하지 않는데요 눈으로 회전·진동 등 차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예측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벨트·넥타이·목도리 등 신체를 압박하는 액세서리는 풀어주는 게 좋습니다.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호흡이 원활해져 멀미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음식을 너무 많이 먹거나 아예 거르면 오히려 멀미가 더 심해집니다. 세끼 먹을 양을 대여섯 끼로 나눠 조금씩 나눠 먹는 것이 멀미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위장에 부담이 되는 튀김이나 우유, 매운 음식 등은 피하고, 이동하기 1시간 전 담백한 음식이나 단 음식 위주로 배를 채워두는 게 좋습니다.
 

멀미 예방에 효과적인 식품도 있습니다. 바로 생강입니다. 국제 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미국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생강의 멀미 억제 효과는 기대 이상입니다. 연구팀은 평소 멀미를 심하게 하는 36명을 두 쪽으로 나눠 한쪽은 생강가루를 두 캡슐 먹게 하고, 다른 쪽은 겉보기에 똑같은 가짜 약을 줬습니다. 이 성분이 흡수되기까지 20분을 기다린 후, 참가자들을 회전의자에 태워 6분동안 멀미를 참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가짜 약을 먹은 쪽은 단 한 명도 6분을 견디지 못했지만, 생강을 먹은 쪽절반이 멀미를 참았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생강의 매운맛 성분(6-진저롤)이 신경계를 진정시키고, 소화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라 추측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동하기 30분 전 생강가루를 2~4g 먹는 것이 멀미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 권했습니다. 다만, 생강이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만큼 평소 위가 약하다면 생강을 익혀 먹거나 차나 죽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도움말: 분당 밝은미소약국 배현 약국장, 식품의약품안전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전체 댓글

게시판 관리기준

이름
비밀번호
댓글쓰기
0/500
※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