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코 세척, 식염수 농도에 따라 효능 다르다?

인쇄

#18 식염수 농도에 숨겨진 비밀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최근 감기 예방과 비염 관리를 위해 ‘코 세척’을 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몇몇 연예인이 TV 속에서 코 세척하는 모습을 보여줘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식염수를 한쪽 코에 주입하면 반대편 코로 흘러 나오면서 노폐물이 씻깁니다. 우리 체액과 농도가 같은 0.9% 소금물이라 자극이 없지요. 그런데 같은 소금물이라도 농도에 따라 효능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소금 농도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지, 이를 코 세척과 막힘에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 지, 이번 약 이야기에서 알아보겠습니다.
 

농도가 높은 식염수를 ‘하이퍼토닉(hypertonic·고장성)’이라고 부릅니다. 좀더 짠 식염수라고 생각하면 되지요. 보통 생리식염수의 염화나트륨(NaCl) 농도가 0.9%이니 이보다 농도가 높으면 하이퍼토닉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최근 5~6년 사이 농도 높은 식염수가 여러 호흡기 치료에 효과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예를 들면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 기관지 점액이 과도하게 나오는 질환) 환자에게 7%의 고농도 식염수로 코 세척을 시켰더니 끈적한 점액 물질이 효과적으로 제거됐습니다(사이언티픽 월드 저널, 2012).
고농도 식염수의 작동 원리는 간단합니다. ‘삼투압 작용’을 이용하는 것이죠. 짠 식염수를 비강에 주입하면 농도가 높은 쪽으로 수분이 이동합니다.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부었던 점막이 가라앉습니다. 점액·딱지 같은 물질도 함께 제거 됩니다.
이를 코 막힘에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코가 막히는 것은 끈적한 콧물 때문이 아닙니다. 코 안쪽 점막 조직의 핏줄이나 림프관이 부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콧구멍이 좁아지는 것이죠. 이때 코 내부로 짠 식염수를 분사하면 농도가 높은 쪽으로 수분이 이동합니다. 부었던 코 점막의 수분이 이동해 비강의 붓기가 빠지고 코 막힘이 일정 부분 해결 됩니다.
 

어떤 농도가 가장 효과적인지는 질환과 대상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진행한 한 연구(한국이비인후과저널, 2000)에서는 3%일 때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여러 식염수 농도에 따른 코 섬모의 청소 능력을 평가했습니다. 코의 섬모가 활발히 움직일수록 이물질 제거가 빨라지고 호흡이 쉬워집니다. 실험 결과 농도 0.9%·2%·3%·4%·5% 중 3%였을 때 섬모의 수송 능력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고농도 식염수의 가장 큰 장점은 약물이 아니라 자주 사용해도 괜찮고 부작용이 적다는 점입니다. 실제 연구 결과 코막힘이 아주 심할 때 사용하는 약물(비충혈제거제)보다 피 섞인 분비물이나 두통 같은 부작용이 덜 나타났다고 합니다. 현재 국내에는 코 스프레이 형태의 제품이 판매 중입니다.
 

0.9% 생리식염수는 막힌 코를 뚫기 보다는 감기 등을 예방하고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체액과 삼투압이 동일해 자극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식염수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약국에 방문하면 식염수 중 ‘멸균등장해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균을 없앤 바닷물로 수십여 가지 미네랄을 포함합니다. 해수 속 칼슘·마그네슘·포타슘은 점막 섬모 운동을 향상시키고 상피세포의 재생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생리식염수보다 가격이 3배 정도 비싼 편이지요.
 분사 방식에 따라 같은 제품도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성인용 제품은 물 줄기가 굵어 분사 압력이 크고, 어린이용은 입자가 작아 안개처럼 뿜어져 나옵니다. 30개월 이전의 어린이가 분사 압력이 큰 제품을 잘못 쓰면 후두 경련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꼭 나이에 맞는 제품을 고르도록 합니다.
 
지금까지 일반 식염수와 고농도 식염수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림을 통해 겨울철 코 막힘에 어떤 제품을 사용할 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코가 꽉 막혔다면 ‘비충혈제거제’
감기·비염으로 코가 꽉 막혔을 땐 ‘비충혈제거제’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약입니다. 주 성분은 자일로메타졸린·옥시메타졸린 등으로 코 점막의 혈관을 조여 혈류를 감소시킵니다. 부풀었던 조직이 가라앉으면서 코 사이의 공간이 드러나고 다시 시원하게 숨을 쉴 수 있습니다.
약국에서 살 수 있는 비충혈제거제로 ‘오트리빈’과 ‘화이투벤 나잘스프레이’ ‘레스피비엔액’ 등이 있습니다. 3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하루 1~3회 뿌려 주변 됩니다. 단, 주의 사항은 이 약품은 7일 이상 사용하면 안됩니다. 내성이 생기면 오히려 코가 더 막히는 ‘약물성 비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약을 사용한지 일주일이 지나면 낫지 않더라도 며칠간 쉬어줘야 합니다.
 

Q 1. 코를 세척하려는데, 어떤 식염수를 사야 하나요?
약국에 가면 분말형, 스프레이형 그리고 1000mL 통에 든 0.9% 멸균생리식염수를 볼 수 있습니다. 분말형은 낱개 포장된 제품을 용기에 넣고 미지근한 물로 채워 사용합니다. 따뜻한 물을 사용할 수 있어 자극이 적습니다. 스프레이형은 손으로 눌러 분무해 편리합니다. 두 제품 모두 1만~1만5000원 선입니다. 1000mL 통에 든 식염수는 2000~3000원으로 가장 저렴합니다. 상황과 편의에 맞게 선택하면 됩니다.
Q2. 렌즈용 vs. 호흡기용 식염수는 다른 건가요?
렌즈용과 의료용 모두 비슷한(1000mL) 통에 들어 있어 잘못 구입하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렌즈 세척용으로 나온 생리식염수에는 보존제가 들어 있습니다. 미생물의 번식을 막는 ‘방부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를 장기간 호흡기용으로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겠지요. 멸균생리식염수는 방부제 성분이 없어 쉽게 오염될 수 있습니다. 한 번 뚜껑을 열면 오픈 후 5~7일 이내에 폐기합니다.
 
도움말:대한약사회 안지원 홍보부 부위원장(세븐약국)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전체 댓글

게시판 관리기준

이름
비밀번호
댓글쓰기
0/500
※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