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 치료하면 이런 험한 꼴은 안 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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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명의 박정수 교수의 [병원에서 주워 온 이야기]

"오코디, 내일 수술 예정으로 되어 있는 이 환자분 바로 수술 들어 가기는 문제가 좀 있어요. 일단 수술 스케쥴에서 빼고 더 정밀 검사를 하고 난 다음에 결정해야 될 것 같아요. 오늘 좀 일찍 오게 해서 설명하고 검사 진행하도록  준비해 줘요"

"아, 그 93년도에 신촌에서 갑상선암 수술하고 최근에 재발된 사람 말이죠?"

"그래요,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신촌 초음파에서는 재발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기록이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는 심각한  재발이 있는 것 같아요, 암이 목 피하 지방으로 올라오고 일부는 피부까지 침범해 오고 있는 것 같아......"

낮 외래 시간에  환자와 따님이 진찰실로 들어 온다. 

2개월전 방문 때는 옛날 갑상선수술 절개선 바로 윗쪽 피하지방층에 1.3cm 크기의 종양이 있었는데 오늘은 이 종양이 커진 것은 물론 절개선 아래쪽 흉골 근처 피부에도 팥알 크기의 작은 종양이 두개나 더 보인다.

이들 피하종양 근처 피부에는 염증 반응이 있는 것 처럼 약간 붉은 색을 띄고 있고 피부가 두꺼워져 있다.

이런 소견은 암세포가  피하지방층에서  넓게 번져 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현듯이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 1.3cm 피하 종양이 옛날 유두암이 미분화암(undifferentiated thyroid carcinoma)으로 변해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환자와 따님에게 말한다.

"제가 보기는 내일 수술하는 것 보다는 좀더 정밀 검사해보고 수술이 유리 할지 항암제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하는 것이 나을지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 제 생각으로는 수술을  안하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CT스캔 외에 PET-CT, 스테이징 검사등 여러가지 검사를 해서 암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알아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암으로 변했는지 내일 국소마취로 목 피부에 생긴 종양을 조직검사를 하겠습니다. 만약 제가 생각하는 나쁜 암종류로 밝혀지면 수술은 안하고 항암제와 방사선치료를 하게 될 것입니다".

"수술 대신 조직검사만 한다구요?"
"네, 수술해서 완벽하게 다 제거하기는 어려울 거 같아서요"

과거 추적검사로 찍은 PET-CT스캔, 초음파스테이징 검사, CT스캔등 영상검사 소견과 과거 신촌세브란스에서의 의무기록을 복습한다.

1993년 12월에 오른쪽 갑상선 날개의 2.5cm 유두암이 피막을 뚫고 나간 상태에서 갑상선전절제술을 시행하였다. 물론 필자가  수술을 하였다. 당시 환자는 53세였고....2010년 추적 PET-CT에서 재발 소견이 없었고
수술 후 2011년에 체크한 혈청 Tg수치도 0.1ng/mL으로 나타나 환자는 갑상선암에서 벗어난 것 처럼 해석되었다.

그런데 2014년부터 혈청 Tg 수치가 약간 상승하는 소견을  보였지만 영상(image)소견은 별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았고 2016년 10월에 체크한 초음파에도 재발 소견은 없었다고 되어 있다.

그동안 환자는 신촌세브란스 외과에서 추적 관찰하다가 최근에는 내과에서 추적을 받아 왔다고 한다.

목소리 변화가 몇개월 전부터 있어 왔고 최근 목 앞쪽 피부에 작은 종양이 발견되어 수소문 끝에 필자를 다시 찾아 오게 되었단다.

15호 수술실에서 수술 조수 닥터 김과  입원 후 찍은 PET-CT와 초음파영상 등을 복습하며 얘기를 나눈다.

"이 PET-CT함 봐라,  굉장하지?  암이 목 아래쪽 기도를 침범하고 있고  일부는 오른쪽 총 경동맥을 완전 둘러싸고 있단 말이야, 오른쪽 레벨4와 오른쪽 액와부 림프절까지 침범되어 있고........글구, 기도를 둘러싸고 있는 암조직이 앞으로 터져 나오며  피하지방과 앞쪽 피부까지 뻗어 나오는 거... ...그로테스크하게 보이지?"

"그렇네요, 오른쪽 성대 마비도 와 있네요, 다행히도 폐나 뼈 등에 원격 전이는 없는 것 같은데요"
"이렇게 빨리 퍼지는 것은 미분화암 말고는 생각할 수 없겠지?"
"그, 그렇겠지요"
"좀 있다가 피부조직을  좀 떼어서 미분화암으로 확인되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곧 시작해야 될 것 같아, 그렇게 되면 자네가 이 분야를 공부하고 있으니까 맡아서 치료해 주게나, 예후는 안 좋을 것 같지만......"

드디어 문제의 우리 환자분이 수술실로 옮겨져 온다.
아이구야,  피하의 팥알 크기 종양이 두개가 아니라 깨알크기의 작은 종양이 상부 흉골 근처 피부에 짜악 깔려 있다.

굉장히 빨리 진행되는 구만........

1%리도케인 국소마취제를  종양 주위에 주사하고 종양을 제거해서 긴급조직검사실로 보낸다.

피부를 다시 봉합하고 결과가 궁금해서 긴급조직검사실로 직행해서 병리과 정 교수와 결과를 현미경 하에서 급히 관찰 한다.

"정교수,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것 같지요?, 좀 잘 봐 주슈, 93년에 수술해서 나았다고 생각했던 것이 23년이 지난 지금에 다시 말썽을 피운단 말이오. 갑상선암의 장기적 코스를 보면 이렇게 되는 수가 있는데 일부 비갑상선전문의가 5년 생존율이 좋다고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으니 참 기가 막히지요."

"그러게 말예요. 갑상선암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나쁜 암세포로 변하게 되어 있는데 말이죠, 아, 여기 보세요, 미분화암 세포가 피부밑층까지 침윤(infiltration)되어 있어요, 갑상선암세포의 특성을 이해 못하는 의사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아이고, 결국 이 환자는 2개월전에 왔을 때는 이미 미분화암으로 전환되었을 가능성이 많겠네요"

병실 회진에서 환자와 따님에게 긴급조직검사 결과를 설명해 준다.
"미안합니다, 결국 예측한대로 나쁜 미분화암으로 나왔어요, 현재 진행이 엄청 빨라요, 내일부터 당장 항암제와  외부방사선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옛날에는 하도 경과가 나빠 포기하는 수가 많았지만 요즘은 적극적으로 치료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안 듣는 경우도 있지만요, 내일 부터는 담당의사가 김00 교수로 바뀔 것입니다. 저도 같이 봐 드리고요"

여기까지 얘기하는데 환자와 환자의 따님이 폭풍 눈물을 쏟고 있다.
"에휴, 갑상선암 그렇게 쉬운 암이 아닌데....그 무슨 연대 사람인가 뭔가 하는 의사들이 이 환자를 봐야 하는데.....초기에 발견되어 초전박살하면 이런 험한 꼴은 안 보게 되는데......"

그래도 예전에는 미분화암으로 변하면  생존기간이 6개월 미만밖에 안되었는데
이제는 5년 생존율이 5% 정도로 상승되고 있으니 미리 절망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나저나 환자와 가족이 호응해 줄려나.......

 
☞박정수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외과학 교실 조교수로 근무하다 미국 양대 암 전문 병원인 MD 앤드슨 암병원과 뉴욕의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에 대한 연수를 받고 1982년 말에 귀국했다. 국내 최초 갑상선암 전문 외과의사로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학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내 갑상선암수술을 가장 많이 한 교수로 알려져 있다. 현재 퇴직 후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주당 20여건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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