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비싼 비타민 주사, 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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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허가범위 외 사용 의약품' 이해하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는 모두가 일상에서 ‘덜 피곤하기’를 바랍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영양 주사’가 유행이었습니다. 잠시 짬을 내 회사나 집 근처 병원에서 비타민 수액 주사를 맞으며 피로를 달래는 형태였지요. 이런 주사들은 보험 적용이 안 돼 종류에 따라 가격이 2만~3만원부터 10만원 대까지 다양합니다. 고농도의 비타민과 미네랄을 섞은 칵테일 주사를 만병통치약처럼 소개하는 병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타민 주사는 정말 피로 회복 효과가 있을까요?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걸까요? 똑똑한 환자라면 어떤 약물을 쓰더라도 그 치료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비타민 주사 효과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비타민 주사는 일종의 ‘약’ 입니다. 일반적으로 의사는 어떤 질환을 치료할 때 약의 여러 조건을 따진 뒤 이득이 큰 쪽을 선택해 처방을 내립니다. 마치 양팔 저울을 이용해 무게를 재듯 약물의 치료 효과와 부작용 등을 비교한 뒤 선택하게 되지요. 그리고 의료의 ‘비전문가’인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심 없이 의사의 의견을 따르게 됩니다.
그런데 같은 약이라도 그 효과를 두고 의료진마다 다른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약의 확실한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허가범위 외 사용 의약품인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허가범위 외 사용 의약품은 어떤 질환에 대한 효과를 식약처로부터 승인 받지 못한 약물을 뜻합니다. 대규모 임상 등을 거치지 않아 치료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개발된 면역 항암제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현재 대규모 임상 연구 중이라면 그 결과에 따라 곧 허가를 받겠지요.
 

비타민 주사도 허가범위 외 사용 의약품입니다. 비타민은 우리 몸의 필수 영양소지만 비타민 성분을 정맥으로 주사 처방했을 경우 피로를 회복시킨다는 충분한 근거가 없습니다. 실제로 비타민 주사 중 하나인 ‘마늘 주사(주요 성분 비타민 B1)’의 피로 회복에 대한 임상 근거는 거의 찾을 수 없습니다. 효과 자체에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물론 허가범위 외 사용 의약품이 불법 혹은 미허가 의약품은 아닙니다. 약사법에 의해 사용 허가를 받았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음을 뜻합니다.
 

약으로써 비타민C는 원래 괴혈병 치료 및 예방을 위해 허가를 받았습니다. 피로 회복용으로는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사실 ‘피로’라는 애매한 증상 회복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 효과를 두고 의사들의 의견이 갈리기도 합니다. 그 예로 비타민C의 피로 회복 효과를 조사한 한 최근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실험은 비타민C 고용량 주사가 피로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 평가했습니다. 20~49세 직장인 141명을 비타민 투여 그룹과 식염수 투여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비타민 투여 그룹에는 비타민C 10g을 포함한 생리식염수 주사액을, 다른 그룹에는 생리식염수 주사액만 정맥 주사했습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피로도를 0부터 10점까지 점수로 기록했습니다. 주사를 맞기 직전과 주사 후 2시간, 그리고 하루 뒤 세 차례 기록했지요. 선입견을 피하기 위해 참여자들에게는 어떤 주사를 맞는 지 비밀로 했습니다. 그 결과 비타민 주사를 맞은 그룹은 주사 전 피로도가 평균 5.64에서 주사 후 2시간 뒤 5.10 그리고 하루 뒤 4.97로 떨어졌습니다. 식염수를 맞은 그룹은 평균 5.54에서 주사 후 2시간 뒤 5.31로 떨어졌다가 하루가 지난 뒤에는 다시 5.66으로 높아졌습니다.
 

여기까지 결과를 보겠습니다. 수치 자체만 비교한다면 비타민 주사가 피로 회복을 돕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변화였습니다. 그러나 이 실험에 참여했던 한 대학병원 교수는 “두 그룹에서 피로도가 떨어졌고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지만 임상적으로는 의미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는 “다만 24시간 뒤 두 그룹간의 피로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이 주사를 맞기 전 이들의 체내 비타민 수준을 측정했습니다. 처음부터 비타민 수준이 낮았던 경우 주사의 피로 효과가 크게 나타났지만 이미 비타민 수준이 높았던 그룹은 피로 회복도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결국 평소 체내 비타민이 모자란 사람에겐 비타민 주사가 효과가 있지만 영양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크게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사실 비타민 주사는 건강에 ‘해’가 되는 부작용은 거의 없습니다. 간혹 비타민 주사를 맞은 뒤 피부가 가렵거나 숨이 찬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체질에 따라 신장 결석이 생기거나 적혈구가 깨질(용혈) 수 있지만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대신 비타민C의 하루 최대 섭취량인 2g 이상을 섭취할 경우 다량이 소변으로 배출돼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보통 비타민C 주사에는 성분 2~10g 정도가 포함됩니다.
또한 정맥 주사는 용법의 특성상 늘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지난해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집단 C형 간염 사태 역시 오염된 주사기를 재사용해 비타민 주사를 투여하다가 발생한 사건이지요.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여성에 비해 골고루 챙겨 먹지 않는 남자 직장인의 체내 비타민 수준이 낮다고 말합니다. 비타민 주사를 찾기 전 자신의 평소 식습관, 생활 습관부터 돌아보는 것이 새해 건강을 찾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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