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약 봉투 그냥 버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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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내게 효과적인 약 처방 받는 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요즘 '맞춤 치료'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한 개인의 상태를 고려해 최적화된 치료법을 선택·적용한다는 의미입니다. 근데 치료의 한 과정인 (약)처방은 어떤가요. 일상에서 우리가 접하는 처방은 최적화돼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 '그렇다'고 답하기 망설여질 겁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이번 약 이야기 주제는 '내게 효과적인 처방 받는 법'입니다.
 

환자는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 내 증상을 이야기하면 최선의 처방을 내려줄 거라 믿습니다. 물론 의사도 환자에게 최선의 처방을 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처방이 최선이 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의사에게 증상을 똑같이 말하더라도 의사마다 처방약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의사의 실력이 달라서일까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환자에 대한 제한된 정보 때문입니다.
 
환자는 증상을 이야기 할 때 보통 떠오르는 대로 말합니다. '머리가 아파요' '속이 더부룩해요' '감기인 것 같은데 열도 좀 있고 콧물도 나고 몸살기도 있어요' 같은 식입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이 정보의 양과 질은 천차만별입니다. 증상을 말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진단을 내려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면 의사는 밀려드는 환자와 대기 환자로 진료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기 어렵습니다. '5분 진료'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죠. 그래서 환자는 이 제한(?)된 진료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되도록 증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증상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증상의 빈도는 간헐적인지 지속적인지, 언제 해당 증상이 가장 심한지 설명해야 합니다. 증상의 양상도 자세할수록 좋습니다. 연관이 없는 것 같은 증상도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의외로 환자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 진단과 처방의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발이 끌리는 느낌이 들거나, 팔다리가 저리거나, 예전보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거나 같은 사소해 보이는 증상도 평소와 다른 부분이라면 모두 도움이 됩니다.
 
두번째는 복약수첩입니다. 복약수첩은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해 기록하는 것을 말합니다. 복용한 약에 대한 '이력 관리'라고 보면 됩니다. 구체적인 증상을 말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처방에 도움이 된다면, 복약수첩은 부작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복약수첩에 담겨야 하는 내용은 이런 것들입니다. 처방날짜, 복용 기간, 진료 당시 말했던 증상 및 병명, 약 성분명(약 이름), 1회 복용량, 복용법, 부작용 등입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약 성분명과 부작용입니다.
 

근데, 복약수첩을  제대로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일반적으로 감기로 처방을 받아도 한번 복용해야 하는 약의 개수가 4개는 넘습니다. 약 성분명은 또 어떤가요. 어렵고 생소한 이름 뿐입니다.
 
그래서 간편하게 복약수첩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약 봉투'입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약 봉투가 처방전을 대신합니다. 의약분업 직후 한동안은 병원에서 처방전을 2부 발행했습니다. 하나는 약국제출용, 하나는 환자용이었습니다. 이젠 환자용 처방전이 약 봉투로 간소화된 것이죠.
약 봉투에는 여러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약국연락처, 약제비(본인부담금, 보험자부담금, 비급여)뿐만 아니라 조제(처방)일자, 투약일수, 각 처방약의 이름과 용도, 각 약복용 시 유의점까지 있습니다. 복약수첩에 기록할 내용이 대부분 담겨 있는 셈이죠.
 

이 약 봉투에 약을 먹고 느낀 부작용만 적으면 완벽한 복약수첩이 됩니다. 기록하는 부작용은 크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 부작용과 그보다는 작은 부작용을 적으면 좋습니다. 이렇게 모인 약 봉투는 다시 병원을 찾을 때 활용합니다. 설명이 어렵다면 그냥 의사에게 보여주기만 해도 됩니다.
 
그렇다고 병원에 갈 때마다 약 봉투를 소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약 봉투 사진을 찍고 스마트폰 메모장에 불러와 부작용을 적거나, 부작용을 적어놓은 약 봉투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이런 사소한 습관이 건강을 챙기는 비결이 됩니다. 습관이 되면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집니다.
 

셋째는 자주 찾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입니다. 소위 단골 의사를 만드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던 병원에 가기 때문에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의외로 중요합니다.
 
단골 의사는 우선 나에 대해 잘 압니다. 기존에 먹었던 약에 대한 정보, 주로 앓는 질환 등에 대해 잘 꿰고 있습니다. 그만큼 환자가 설명해야 하는 부분도 줄고, 소통도 원활합니다. 또 외형적인 변화를 캐치하는 것도 수월합니다. 안색이 달라졌거나 살이 갑자기 빠지는 등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운 부분을 알아내는 것도 단골 의사의 장점입니다.
 
처방을 하는 것은 의사지만 그것을 맞춤 처방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환자에게 달려있습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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