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두드리듯 큰 심장 소리, 부정맥 위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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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전도 검사로 정확한 검진, 증상 있으면 빨리 병원 방문해야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박모(39)씨는 얼마 전 처음으로 심장이 미친듯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날씨가 추워져 몸이 예민해진 걸까 생각했지만 비슷한 증상은 계속됐다.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지럼증이 생기자 박씨는 인근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부정맥이었다.
 부정맥 같은 심장 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의 급성 심정지 사망 환자 중 20%가 40대 이하였다. 평소 나이를 믿고 박씨 같은 증상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심장은 늘 크고 작은 신호를 보낸다. 이유 없이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거나 느려진다면 당장 병원을 찾으라는 신호이다. 부정맥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을 방치하면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국내 심정지 사망 환자 5분의 1은 40대 이하
심장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혈액을 밀어낸다. 이 피가 온 몸을 순환하게 된다. 심장의 수축 현상은 심장근육 세포에 전기 자극이 가해지면서 발생한다. 심장에는 전기 자극을 만드는 '자극 생성 조직'과 이를 심장근육 세포에 전달하는 '자극 전도 조직'이 있다. 자극 생성 조직은 1분에 60~100회씩 규칙적으로 전기 자극을 만든다. 이 자극이 정상적으로 심장근육 세포에 전달되면 심장의 수축과 이완이 일어나 전신에 필요한 혈액이 공급된다.
 부정맥은 심장의 이런 조절 능력이 망가져 생긴다. 심장 수축 및 이완이 비정상적인 리듬을 타면서 맥박이 빠르거나 느려지는 현상이 생긴다. 부정맥이 생기면 심장의 펌프 작용이 원활치 않아 심장 내로 들어온 혈액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다. 심장 속에 혈전이 만들어져 굳어진 혈액 덩어리가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 심부전이나 심정지도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갑자기 놀라거나 심하게 긴장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기 자신의 심장 박동을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부정맥이 생기면 빠르거 나 느린 심장 박동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된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덜컹거리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심장으로부터 공급 받는 혈액량이 현저히 줄면서 어지럼증과 피로감, 맥 빠짐, 실신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OK내과 이수진 원장(심장전문의·사진)은 “부정맥은 사람마다 증상의 차이를 보인다”며 “어떤 환자는 아예 증상이 없지만 처음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급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경고했다. 
 
빠르거나 느려진 심장 박동 스스로 느껴
대표적인 부정맥으로 심방세동이 있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무질서하게 뛰면서 불규칙한 맥박을 형성하는 흔한 부정맥 질환이다. 판막질환, 관상동맥질환, 심부전증,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많을수록, 알코올 섭취량이 많을수록 잘 발생한다. 심장이 빠르게 뛰며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럼증, 실신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방세동이 있으면 심장이 힘차게 뛰지 못해 혈액 배출량이 줄어든다. 심장 내에 혈액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혈액이 응고 되 뇌졸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심방세동 환자는 정상인과 비교해 뇌졸증의 위험성이 4~5배 정도 높다.
 
다른 부정맥 질환으로 심실빈맥이 있다. 심실에 전기적인 이상이 생겨 심장이 병적으로 빨리 뛴다. 정상적인 심실 박동은 분당 70~80회 일어나지만 심실빈맥의 경우 분당 120회 이상까지 빨라진다. 이 원장은 “심실빈맥이 단기간에 연속해 일어나면 호흡 곤란과 불안감, 가슴 불쾌감,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특히 심장에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 경우 발작하면서 혈압이 떨어져 의식을 잃거나 심실세동과 심정지로 이어져 사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심장전문의에게 심전도 검사로 정확한 진단을
부정맥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원인과 지금 상태를 파악해야 치료 여부와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부정맥을 진단하는 대표 검사로는 심전도와 홀터, 이벤트 레코더 등이 있다.
 심전도는 심장에서 발생하고 전달되는 전기 신호를 화면이나 종이에 표기해 주는 검사법이다. 신호의 반복 속도가 느리거나 빠른 경우, 규칙성이 없어진 경우, 규칙적인 신호 사이에 불규칙적인 신호가 끼어 있는 경우, 신호의 모양이 이상한 경우 부정맥의 신호로 판단한다. 심전도는 30초 정도 기록하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에 제한이 있을 때도 있다. 필요한 경우 환자의 몸에 휴대용 심전도를 부착시키고 24~48시간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홀터검사'를 할 수 있다. 7~14일동안 기계를 갖고 다니면서 증상이 발생할 때 심전도를 기록할 수도 있다. 이를 '이벤트 레코더' 검사라고 한다.

 부정맥 치료는 맥박이 심하게 빨라진 경우 약물을 사용한다. 약물은 전기 신호의 발생과 전달을 억제하는 약제이다. 심한 경우 평생 복용해야 한다. 약물을 통해서는 완치보다 질환을 억제시키는 게 목표이다.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느린 경우 어지럼증과 실신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인공 심장박동기를 삽입해 치료한다. 인공 심장박동기는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장 내 발전기를 대신해 전기 신호를 만들고 심장 박동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원장은 “부정맥처럼 예고 없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은 응급 상황을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두근거림, 덜컹거림, 가슴 답답함, 어지럼증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면 빠른 시일내에 심장 전문의를 찾아 자세한 상담과 심전도 검사를 받아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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