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스테로이드제, 써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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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스테로이드의 오해와 진실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스테로이드’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약물’ 이나 ‘부작용’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운동 선수는 도핑 테스트에서 약물 복용 혐의를 받고, 스테로이드를 오래 먹으면 몸이 붓고 골다공증이 생긴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어 봤을 것입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스테로이드를 접할 일이 많습니다. 피부과·안과·이비인후과 등에서 심심찮게 스테로이드제를 처방 받아 사용합니다. 과연 괜찮은 걸까요. 로션처럼 듬뿍 발라도, 호흡기에 여러 번 뿌려도 부작용은 없는 걸까요.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스테로이드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스테로이드가 우리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어떤 질환에 효과가 있으며,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약 이야기 여섯 번째 주제는 ‘스테로이드, 써도 되나요?’ 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써도 됩니다. 단, 용량과 투여 기간에 주의하세요.

스테로이드는 특정 화학 구조를 갖춘 화합물을 통칭합니다. 우리 몸 속에 있는 스테로이드 물질로는 콜레스테롤·담즙산·호르몬 등이 있습니다. 체내의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요.
이 중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테로이드제’는 코르티솔(cortisol) 같은 호르몬의 기능을 모방한 합성 약제를 뜻합니다. 코르티솔은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몸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으로 항염증·항알레르기 작용을 합니다. 지용성이다 보니 같은 지용성인 세포막을 잘 투과해 효과가 더욱 강력합니다. (참고로 남성들이 근육을 키우기 위해 투여·복용하는 스테로이드는 ‘아나볼릭스테로이드’로 남성호르몬과 유사한 형태를 띠며 치료제로 쓰이는 스테로이드제와 구분됩니다)
 

스테로이드제는 알약·주사·연고 형태로 자가면역 질환이나 신경·혈액·피부·알레르기 질환의 치료제로 쓰입니다. 대표적인 합성 스테로이드제로 프레드니솔론, 트리암시놀론, 덱사메타손 등이 있으며 질병과 상태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스테로이드만큼 빠르고 확실하게 효과를 나타내는 약제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작용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체내에서 적정량을 유지해야 할 스테로이드 성분이 대량으로 투여되면서 몸의 항상성이 파괴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를 할 때는 그 용량과 투여 기간을 철저히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의료진들 역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할 때는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꼼꼼히 따져봅니다. 환자들 역시 정확히 어떤 질환에 어떤 용도로 스테로이드가 사용되는 지 미리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스스로 과다 투여하거나 약을 끊을 때 용량 조절에 실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지금부터는 스테로이드제가 어떤 질환에 어떻게 쓰이는 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피부 질환입니다. 중증의 알레르기성·염증성 피부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합니다. 발생한지 6개월 내 급속히 진행하는 원형탈모증이 있는 성인에게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토피나 알레르기성 피부 반응에도 사용합니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지만 가벼운 피부 질환에 불필요하게 많이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피부가 얇아지고 여드름이 올라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해서 오히려 증상이 악화하는 피부 질환도 있습니다. 일반 건선에 스테로이드제를 과량 복용하면 고름이 잡히는 중증 농포성 건선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호흡기 질환에는 코에 뿌리는 흡입형 스테로이드제를 흔히 사용합니다. 기관지 천식에 흡입 스테로이드제를 쓰면 기도의 만성 염증을 억제하고 천식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도 완화시킵니다. 대신 흡입하는 방법이 중요합니다. 제대로 흡입하지 않으면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으므로 비강에 스프레이를 뿌린 뒤 한번 더 숨을 들이마시도록 하세요.
안과 질환에도 스테로이드제를 씁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나 안구 건조증이 있을 때 스테로이드 점안제를 사용합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시력이 떨어질 수 있는 포도막염에도 사용합니다. 염증이 만성화되기 전 빨리 치료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미 다른 질환으로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백내장·녹내장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투여량 및 기간을 전문의와 철저히 상의하세요. 안과 질환에서는 스테로이드 투여량을 줄일 때 전문의가 알려준 스케줄을 따라 조금씩 양을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조금 낫는 것 같을 때 급격히 용량을 줄이면 재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류머티스관절염과 관절·근육통에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면 빠르게 통증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3개월 이상 장기 투여하는 경우 칼슘과 비타민D를 함께 처방 받기를 권합니다. 스테로이드가 칼슘 흡수를 저해해 뼈가 약해지고 골다공증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스테로이드제가 부작용을 일으키는 이유는 강력한 염증 억제 효과 때문입니다. 다양한 면역 반응을 막다 보니 역으로 세균·바이러스 등의 감염에도 취약합니다.
온 몸에서 작용을 일으키는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먹을 때 원하는 질환을 치료하려다 예상치 못한 전신 감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눈이나 피부 등 신체 일부에 스테로이드제가 필요하다면 해당 부위에만 사용하는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쓰면서 항생제 등을 함께 처방 받도록 하세요.
임산부라면 스테로이드를 자제하는 게 좋지만 꼭 필요한 경우 의사와 상담한 뒤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임신한 산모에게 호흡 곤란 증후군 예방을 위해 스테로이드(덱사메타손)를 투여했을 때 태아에게 이상이 없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백내장이 있는 환자도 스테로이드제 때문에 질병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합니다. 스테로이드제는 먹는 칼슘의 흡수율을 저하시키고 경구피임약의 약효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테로이드제는 강하고 빠른 효과 때문에 ‘마법의 약’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강력한 항염증·항알레르기 기능으로 각종 증상을 빠르게 완화시킵니다. 하지만 감염의 위험을 높이고 갑자기 치료를 중단할 경우 질환이 재발하고 금단 현상으로 근육통이 생기는 등 예기치 못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간 사용할 예정이라면 반드시 전문의에게 정확한 용량과 투여 기간을 확인한 뒤 이를 따르도록 권장합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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