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먹고 하루 굶기, 베이지색 지방 더 많이 만들어 유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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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밝힌 ‘간헐적 단식’ 효능

몇 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은 일주일에 5일을 먹고 2일은 단식하는 식이요법이다. 주기적으로 배 속을 비우면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다. 오히려 영양 부실이나 근육 소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역풍을 맞았다. 그런데 최근 간헐적 단식의 효과와 원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가 나와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체중 감소뿐 아니라 대사성 질환의 예방·치료 도구로서의 가능성까지 시사한다.  

 

‘셀 리서치’ 11월호 표지 논문
 
우리 몸에는 세 가지 지방이 있다. 백색 지방은 음식으로 섭취한 잉여 에너지를 저장한다. 갈색 지방은 열을 발생시키면서 에너지를 소모한다. 신생아의 체온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성인이 되면 퇴화한다. 베이지색 지방은 중간 형태의 지방이다. 백색 지방이 갈색화하면서 베이지색으로 바뀌면 마치 갈색 지방처럼 열을 내면서 에너지를 쓴다. 지방이 타면서 체중도 함께 줄어든다. 캐나다 토론토아동병원 성훈기 교수는 “3~4년 전부터 베이지색 지방이 당뇨·비만 등 각종 대사 질환을 해결해 줄 열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백색지방을 베이지색 지방으로 바꾸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베이지색 지방을 만드는 요인으로 저온·운동 같은 물리적 자극과 몇 가지 세포신호 인자들이 밝혀졌다. 최근 비만·당뇨치료에 쓰이는 저온요법(cryotherapy)도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는 성훈기 교수와 오타와대 김경한(당시 캐나다 토론토아동병원) 교수팀이 진행한 대규모 연구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셀 리서치(Cell Research)' 11월 호의 커버스토리로 게재된다. 성 교수팀은 베이지색 지방을 늘릴 방법으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간헐적 단식법'을 선택해 이를 증명하는 실험을 했다.

먼저 간헐적 단식이 비만 같은 대사 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쥐를 간헐적 단식 그룹과 일반 그룹(대조군)으로 나눈 뒤 지방 함량이 많은 고열량식을 먹게했다. 단식 그룹은 2일 식사 후 1일(2대 1) 단식하는 일정을 약 16주 동안 지속했다.김경한 교수는 “하루 동안 굶은 쥐들이 다음 이틀간 충분히 영양을 보충하도록 하기위해 2대 1 단식을 선택했다”며 “간헐적 단식에서는 단식 기간이 24시간이면 며칠마다 했는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관찰결과 두 그룹의 쥐가 섭취한 전체 음식량은 거의 같았다.
  
실험 결과는 뚜렷했다. 기름진 음식을먹었지만 간헐적 단식을 한 쥐들은 매일 식사한 쥐들에 비해 몸무게가 훨씬 덜 증가했다. 지방세포의 크기는 두드러지게 작았다.
  
간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단식을 하지않은 쥐는 간에 하얗게 지방이 끼어 지방간이 나타난 반면, 단식한 쥐의 간은 건강한 붉은빛이 돌았다. 간 수치(ALT)도 개선됐다. 많은 양의 당을 투여한 뒤에도 단식 그룹 쥐는 혈당이 더 빨리 떨어졌다. 다양한 대사 장애의 예방 효과가 관찰된 셈이다. 비만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단식한 쥐의 수치만 개선됐다. 김 교수는 “이 실험을 통해 간헐적 단식이 다양한 대사성 질환의 예방은 물론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팀은 단식한 쥐의 지방세포를 추출해 유전체 분석 검사를 했다. 단식하는 동안 분자 수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찰하기 위해서다. 분석 결과 단식한 쥐의 지방세포에서 ‘VEGF(혈관내피세포인자)’의 수치가 크게 높아지는 것을 관찰했다. VEGF는 새로운 혈관을 만들도록 촉진하는 인자다. 연구진은 VEGF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2차쥐 실험을 했다.

 

간 조직 검사 결과 간헐적 단식을 한 쥐(오른쪽 사진)의 간에서 백색 지방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대사성 질환 예방·치료 효과 확인
 
 먼저 쥐의 지방세포에서 VEGF를 제거했더니 16주간 2대 1 단식을 해도 몸무게 등 수치에 변화가 없었다. VEGF가 없으면 단식의 대사 개선 효과도 없다는 의미다. 다음은 단식 없이 쥐의 지방세포에서 VEGF 수치를 인위적으로 올리면서 변화를 관찰했다. 10주 후 VEGF 수치를 높인 쥐에서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성 교수는 “이 실험으로 백색 지방세포의 VEGF가 (백색 지방의) 베이지색 지방으로의 변화를 촉진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더불어 VEGF의 수치가 오르면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는 의미 있는 사실도 관찰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단식한 쥐의 지방세포를 들여다보니 활발한 면역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 염증에 반응하는 항염증성 대식세포(M2 macrophage)가 눈에 띄게 많아진것이다. 김 교수는 “간헐적 단식을 하면 지방세포의 VEGF 수치가 올라가고, 이것이 세포 내 면역반응을 이끌어 백색 지방을 베이지색 지방으로 갈색화시킨다는 과학적 메커니즘을 발견했다”며 “이는 분자 수준에서 간헐적 단식의 작동 원리를 처음 발견한 연구결과”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후 350명의 지방조직 데이터를 분석해 인체에서도 같은 메커니즘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다.
  
그렇다면 공복 시간이 길어질수록 단식의 효과는 높아질까. 연구팀은 쥐를 24시간 굶기면서 면역반응을 더 자세히 관찰했다. 지방세포의 VEGF 수치 변화를 통해 백색 지방이 베이지색 지방으로 변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살폈다. 김 교수는 “공복 상태의 쥐를 24시간 관찰한 결과 약 6시간째부터 단식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며 “18시간 후에는 면역반응을 나타내는 수치가 처음의 3배 가까이에 이르고 24시간째에는 최대치인 3.3배가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소 6시간, 길게는 약 18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몸 속에 면역반응이 일어나고 수치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오후 7시에 식사를 마친 후 다음 날 오후 1시까지 속을 비우면 공복 18시간을 유지하게 된다.
  
당뇨 환자 대상 임상시험 계획
 
이번 연구에서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작은 식습관의 변화가 우리 몸에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나의 건강한 하루 식습관이 쌓여 체질이 바뀌고 각종 대사 질환을 예방?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성 교수는 “공복 기간이 길어지면 교감신경을 자극해 눈이 밝아지고 뇌의 인지능력도 개선된다”며 “물질의 풍요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 넘치는 영양 저장소로만 이용했던 지방의 에너지를 꺼내 쓸 수 있도록 ‘배고픈 상태’를 느끼는 것도 의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곧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간헐적 단식을 활용한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라며 “쥐 실험을 통해 간헐적 단식의 효과와 원리를 증명했지만 암 환자나 당뇨 환자 등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한 후 간헐적 단식 여부를 결정하기를 권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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