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예방이 가능한 암, 자궁경부암 백신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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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에게 맞는 자궁경부암 백신 선택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자궁은 여성의 상징입니다. 아이에서 여성의 몸으로 바뀌는 첫 단추인 초경도 바로 자궁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중요성에 비해 대접은 소홀합니다.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자궁경부암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에서만 하루 평균 2~3명이 자궁경부암으로 목숨을 잃습니다. 다행히 자궁경부암은 예방이 가능합니다.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을 막는 백신 덕분입니다. [약 이야기] 네 번째 주제는 ‘나에게 맞는 자궁경부암 백신 선택법’입니다.
 

HPV는 매우 흔한 바이러스입니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은 평생에 한 번은 HPV에 감염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다행히 대부분 자연 치유되지만 일부는 암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HPV유형은 200여 종입니다. 같은 바이러스라도 유형에 따라 성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발견된 순서에 따라 번호를 붙입니다. 이중 암을 유발할 정도로 위험한 고위험 HPV는 13 종(16·18·31·33·35·39·45·51·52·56·58·59·66)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들 바이러스만 잘 막는다면 자궁경부암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탄생한 이유입니다.
 
국내에는 가다실(MSD), 서바릭스(GSK), 가다실9(MSD) 이렇게 3종류의 백신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들 백신이 나온 뒤 호주·프랑스·영국·독일·미국·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 필수접종으로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들보다 다소 늦은 2016년 6월부터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국가 예방접종지원사업(NIP)를 시행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NIP로 접종할 수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서바릭스(GSK)·가다실(MSD) 두 종류입니다.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헷갈립니다. 각 백신마다 예방 범위, 효과, 연령, 접종 간격, 비용 등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가다실9(MSD)도 접종할 수 있지만 접종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이번 약이야기에서는 NIP 대상인 백신을 중심으로 각 제품별 예방 범위, 효과 등을 살펴봅니다.
 

Check 1. 예방범위 : 자궁경부암+생식기 사마귀 예방하는 가다실
자궁경부암은 원인이 확실합니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 이상에서 HPV가 검출됩니다. HPV는 종류가 많습니다. 이중 암을 일으키는 유형은 16·18형 HPV입니다. 전체 자궁경부암의 70.5%가 이 두 유형의 HPV에 의해 발생합니다. 16·18형 HPV는 자궁경부암 외에도 질암·외음부암·항문암·두경부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신으로 이 둘만 제대로 막는다면 암 발병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행히 NIP로 접종 가능한 자궁경부암 백신인 가다실·서바릭스 모두 16·18형 HPV을 타겟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예방범위를 암으로만 한정한다면 두 백신의 자궁경부암 예방범위는 동일합니다.
 
가다실은 여기에 6·11형 HPV를 추가로 예방합니다. 이들은 흔히 곤지름이라고 알려진 생식기 사마귀를 유발합니다. 암을 유발하는 HPV만 막는 서바릭스보다 가다실의 예방 범위가 더 넓습니다. 물론 생식기 사마귀는 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생명에 치명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 감염되면 완치가 까다롭습니다. 생식기 주변에 올록볼록 튀어나온 사마귀를 없애도 바이러스 자체를 완벽하게 제거하기 힘들어서입니다. 언제든 재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부끄러운 마음에 산부인과 방문을 꺼리는 환경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HPV 감염 자체를 알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쳐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범위가 넓은 것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Check 2. 자궁경부암 예방효과 : HPV 유형에 상관없이 예방효과 뛰어난 서바릭스
백신은 예방 효과가 중요합니다. 기껏 접종해도 병을 막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예방 범위가 같으면 효과도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범위를 공부를 해도 시험 성적은 수험생마다 다른 것처럼 백신마다 예방 효과가 조금씩 다릅니다.
 
가다실·서바릭스 모두 백신에 포함된 16·18형 HPV를 차단·예방하는 효과는 우수합니다. 먼저 가다실은 16·18형 HPV가 유발하는 자궁경부암 병변 전암 단계인 자궁경부 상피 내 종양 2·3기(CIN 2·3기)을 98.2% 예방합니다. HPV 유형별로는 16형 HPV는 97.9%, 18형 HPV는 100% 입니다. 이 외에도 가다실은 6·11형 HPV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를 99% 예방하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서바릭스는 16·18형이 유발하는 자궁경부암 병변 전암 단계인 자궁경부 상피 내 종양 3기(CIN 3기)를 100% 예방합니다. 참고할 점은 서바릭스는 자궁경부암과 관련성이 큰 CIN 3기만을 대상으로 예방효과를 분석했습니다. CIN 1·2기는 자연적인 면역기능으로 소멸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예방효과에 더 자신있다는 걸까요?
 
주목할 만한 점은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고위험 HPV의 예방 효과입니다. 일상 생활에서는 어떤 종류의 HPV에 감염될지 알 수 없습니다. 치명적인 16·18형 HPV 외에도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HPV는 다수 존재합니다. 이를 완벽하게 방어하는 백신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백신을 접종하면 비슷한 유형의 바이러스를 일정부분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교차 예방’효과 입니다.
 
먼저 가다실은 2기 이상 자궁경부 상피 내 종양 전체 예방효과는 42.7%입니다. 서바릭스 HPV유형에 상관없이 자궁경부 상피 내 종양 3기를 93.2% 예방합니다. 단순하게 숫자만 놓고 비교한다면 서바릭스는 가다실보다 예방효과가 2배 가량 높습니다. 이 같은 차이는 사용하는 항원보강제 차이 때문입니다. 서바릭스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가다실보다 높습니다. 대한부인종양학회가 발표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권고안에 따르면 가다실은 31형 HPV에, 서바릭스는 31·33·45형 HPV에 추가적으로 예방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의료계에서도 서바릭스가 가다실보다 예방효과가 높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바릭스는 이 같은 교차 예방효과가 7년 동안 유지된다는 점을 최근 스코틀랜드 임상연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교차예방 기간을 두고 논란이 됐던 점을 어느 정도는 해소한 셈입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 두 백신의 효과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특히 HPV는 감염 후 자궁경부암으로 커질 때까지 15~2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두 백신을 비교해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각 백신별로 대규모 백신 접종 후 질병 감소 효과 데이터가 속속 나오고 있어 조만간 실제 예방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궁경부암을 확실하게 막겠다고 생각하면 서바릭스를, 자궁경부암 뿐 아니라 생식기 사마귀까지 막겠다면 가다실을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가다실이 임상적으로 암 예방효과가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의료 전문가들 역시 어떤 백신이든 접종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참고로, 가장 최근에 출시된 가다실9은 NIP 대상 백신은 아닙니다. 이 백신을 접종하려면 접종 비용을 본인이 지불해야 합니다. 가다실9은 기존 가다실의 예방범위인 6·11·16·18형 HPV이외에 추가로 31·33·45·52·58형 HPV를 막도록 디자인된 백신입니다.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 HPV 13종중에서 7종을 막습니다. 현재 시판되는 자궁경부암 백신중에서 예방 범위가 가장 넓습니다. 아직까지 암 발병 위험이 높은 고위험 HPV 13종을 모두 막는 백신은 없습니다.
 

접종시기 놓쳤다면 가능한 빨리 나머지도 접종해야
처음 백신을 맞을 때는 사람에 따라 크고 작은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근육에 접종하는 자궁경부암 백신 특성 상 발열이나 접종 부위 통증이 대부분입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가까운 산부인과·가정의학과·내과 등에서 접종할 수 있습니다. 6개월에 걸쳐 2~3차례 맞습니다. 만일 접종시기를 놓쳤다면 가능한 빨라 나머지 접종을 마쳐야 합니다. 현재 백신을 서로 섞어서 접종하는 교차접종에 대한 연구결과는 없습니다. 따라서 처음 접종한 백신이 무엇인지를 기억했다가 같은 백신으로 접종해야 예방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도움말 :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윤주희 교수,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성석주 교수, GSK, MSD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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