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 옆 목 림프절로도 전이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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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명의 박정수 교수의 [병원에서 주워 온 이야기]

아침 회진 시작 전 전공의가 보고해 온다.
"교수님, 오늘 수술할 50대 초반 환잔데요. 초음파와 CT영상에서 기도벽을 침범한 것 같아 MRI를 찍었는데요, 제가 보기는 심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어디 보자, 그렇군, 기껏해봐야 기도 연골막(perichodrium) 까지 침범한 것 같은데?
기도 내강까지 퍼지면 기도 일부를 잘라야 하니까 수술이 위험해지지...."
 "이 환자는 특이하게도 암은 오른쪽 갑상선에 있는데  엉뚱하게도 왼쪽 옆목
림프절 레벨4에 전이가 되어 있어요"
"드물지만 약 5% 미만에서 이런 이상한 전이가 있을 수 있다고 되어 있지(World J Surg 2011;35(7):1506~6), 영상에는  안보이지만 먼지같이 작은 암이 왼쪽 갑상선날개까지 퍼져 있다든지,  중앙림프절 전이가 많이되어 반대편 기도-식도 림프절까지 퍼져 있다든지, 아니면 후두전방림프절(prelaryngeal lymphnodes) 즉 델피안 림프절(delphian nodes)이 라고도 하는데, 이 림프절에 전이가 되면 양쪽 옆목림프절로 전이가 잘 일어나는 걸로 되어 있다구, 초음파와 CT영상에 중앙림프절 전이가 왼쪽까지 되어 있는게 보이는군, 델피안 림프절은 괜잖은 것 같고...."

수술 전에 환자에게 얘기한다.
"오늘 수술은 좀 클 것 같지만  잘 될 겁니다. 엉뚱하게 왼쪽 옆목 림프절 청소술까지 하게 되었지만 위험한 수술은 아니니까 너무 겁내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발견 되었어요?"
"건강검진에서요'
"아무런 증상없이 건진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렇게 많이 퍼져 있다니 기가 막히는 거지요"

사실 이 환자는 지난 2월에 건강검진에서 오른쪽 갑상선에 결절이 발견되고 4월에 세침검사를 해서 갑상선유두암 의심이라는 진단을 받고 필자를 찾아왔다.

암이 퍼진 정도를 알기위한 초음파 스테이징 검사를 보니 1.8cm크기의 흉칙하게 생긴 암덩어리가 오른쪽 기도벽과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흠, 만만치 않은데....어? 저건 뭐야, 왼쪽 레벨 4림프절 몇개가 요상하게 생겼네. ..."

그래서 왼쪽 레벨 4림프절을 세침검사했더니 전이유두암이 맞단다. 그리고  림프절에서 측정한 Tg값이 5000ng/ml이상이란다.

전이 림프절이 틀림없다는 얘기다.
환자가 마취에 들어가고 전임의 닥터김과 다시 초음파,CT, MRI영상을 복습한다.
어? 그런데 오른쪽 레벨4 림프절도 좀 이상하게 보인다,
왼쪽 것 보다 작게 보이지만 혹시 전이 림프절일지도 모르겠다.수술할 때 저 림프절도 떼어서 확인해야 될 것 같다.

수술은 전통적 횡절개선을 길게 넣고 우선 오른쪽 레벨4림프절을 떼어서 긴급조직검사실로 보내고, 왼쪽 옆목림프절 청소술, 갑상선 전절제술, 중앙림프절 청소술 순으로 진행한다. 오른쪽 갑상선 암덩어리를 기도벽의 연골막과 분리할 때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큰 이벤트 없이 잘 된다.

수술이 끝날 즈음 오른쪽 레벨4 림프절 긴급조직검사결과가 컴터에 올라 온다.  "전이 있음"
"내 그럴 줄 알았지, 오른쪽 옆목 림프절 청소술까지 추가로  해주어 야지 뭐"
왼쪽 옆목보다 전이 정도가 심하지 않아  오른쪽 림프절 청소술은 쉽게 끝난다.
결국 양쪽 옆목 림프절 청소술을 하게 된 것이다.

병실의 환자 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목소리도 좋고 손발저림도 없다.
이제 고용량 방사성 요드치료를 추가로 하면 될 것이다.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을 체크하지 않았더라면  이 환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제는 타과를 전문으로하는 의사들도 신문이나 방송의 틀린 정보를  보고 "갑상선암은 진단도 수술도 할 필요 없다"고 함부로 환자들에게 말을 한다니 이게 무슨 경우인고 싶다.

잘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것이 환자를 도와주는 길일텐데 말이지...
그들이 이런 환자를 한번이라도 보면 함부로 말을 못할텐데 말이지.....

☞박정수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외과학 교실 조교수로 근무하다 미국 양대 암 전문 병원인 MD 앤드슨 암병원과 뉴욕의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에 대한 연수를 받고 1982년 말에 귀국했다. 국내 최초 갑상선암 전문 외과의사로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학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내 갑상선암수술을 가장 많이 한 교수로 알려져 있다. 현재 퇴직 후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주당 20여건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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