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병엔 같은 약? 사람 따라 효과 다르다

인쇄

약물유전체검사, 특정 약물에 대한 민감성 및 저항성 확인 가능

#1. 당뇨병을 앓고 있는 A씨는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아 약 3개월 동안 당뇨병 약제를 꾸준히 섭취하며 관리했다. 그러나 3개월 후 받은 추적 검사에서 여전히 혈당·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2.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B씨는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보다 높아 고지혈증 약제를 6개월 간 장기 복용했다. 식이요법은 물론 운동처방까지 받으며 철저히 관리했다. 하지만 5개월 치료 후 수치를 쟀을 때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조금 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여전히 정상 수치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3.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C씨도 비슷하다. 3개월 간 고지혈증약을 복용했지만 근육통과 혈중 근육 효소인 크레아틴 키니아제 수치가 증가하는 등 근육계 부작용이 발생해 치료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개인 유전체 검사 받으면 약물 부작용 예방에 도움

이처럼 적절한 약물 처방을 받았는데도 효과가 적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발간한 ‘의약품 안전정보 보고동향’에 따르면 국내에서 의약품 부작용으로 보고된 건수가 2012년 9만 2375건에서 2016년 22만8939건으로 최근 5년간 약 3배가량 증가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의약품은 시판 전 임상시험 과정에서 약물 효과와 부작용, 안전성 등을 검토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에게 정상적으로 약효가 발휘된다. 하지만 간혹 몇몇 사람에게 이상 증세를 유발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부작용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암피실린과 같은 항생제를 복용했을 때 많은 사람에게 복통이나 현기증, 두드러기가 발생하는 것처럼 의약품 자체의 특성 때문에 나타날 수 있다. 둘째, 페니실린을 복용한 몇몇 환자에게만 알레르기로 인한 쇼크나 피부 반응이 나타나는 것처럼 환자의 개인적 특성 때문에 생길 수 있다. 셋째, 빠른 치료 효과를 위해 약물을 과다 투여하는 등 용량과 용법에 맞지 않게 약물을 복용했을 때 발생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개인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약물 부작용을 예측하기 어려워 예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기 전에 개인의 유전체를 분석해 특정 약물에 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형을 확인하는 ‘약물 유전체검사’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약물 대사와 연관성 높은 특정 유전자 변이 검사해 예측

약물 유전체검사는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검체로 유전자형을 분석한다. 약물의 대사와 연관성이 높은 특정 유전자의 변이를 검사해 생체 내 약물 반응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유전자형은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의 검사만으로도 평생 특정 약물에 대한 민감성·저항성을 알 수 있다. 녹십자지놈 최종문 전문의는 “약물 유전체검사는 환자의 유전자형 특성을 파악해 가장 최적화된 약물을 처방하도록 돕는 맞춤 치료”라고 말했다.

가령 유전자형이 CYP2C9*1/*1인 경우 클로피도그렐(항혈전, 혈소판응집억제제) 약제에 대해 표준용량 및 용법이 권장된다. 반면, 유전자형이 CYP2C9*1/*17 또는 *17/*17인 사람은 효소 활성이 높아 클로피도그렐의 대사가 증가하므로 표준 용량을 복용하면 출혈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다.

약물의 부작용을 막고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자주 걸리는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소화기질환, 염증질환, 순환기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아테노롤, 메트포민, 아토르바스타틴, 오메프라졸, 와파린, 로잘탄, 암로디핀, 세레콕시브와 같은 약물에 대한 유전체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 전문의는 “약물 유전체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약물을 처방할 수 있게 되면 약물 부작용이나 오남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전체 댓글

게시판 관리기준

이름
비밀번호
댓글쓰기
0/500
※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