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건강, 지켜야 산다] #22 노인을 건강하게 만드는 그 특별한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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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건강을 좌우하는 취미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100세 시대'라고들 합니다. 평균 수명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습니다. 80~90년대와 비교하면 수명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좋아졌습니다. 의학이 발전한 데다 건강 유지에 필요한 요소들이 많이 알려지고, 또 실제 그런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어서겠죠. 중년 못지 않은 건강상태를 유지하는 실버세대도 많습니다. 주기적인 운동과 만성질환 관리, 근육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식습관 등 노인 건강에 필요한 조건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노인의 삶을 더욱 건강하면서 풍요롭게 하는 데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여가생활입니다. 여가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건강한 삶을 결정짓는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 '취미의 효과'입니다. '실버 건강, 지켜야 산다' 22번째 주제는 바로 '노인의 건강을 좌우하는 취미'입니다.
 

취미는 '재미로 즐겨 하는 일'을 말합니다. 자신이 즐겨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모두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운동이나 등산 등 건강한 신체활동 자체가 취미인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취미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땀을 흘리는 신체활동이 아니더라도 건강 증진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한국노년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인데요. 연구진은 도시에 거주하는 노인 385명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방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건강상태와 신체조건·생활습관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조사였죠. 조사 대상자의 평균연령은 73.6세로, 65세부터 96세까지 연령이 고르게 분포됐습니다. 연구진은 생활습관으로 ▶음주량 ▶수면시간▶흡연량 ▶음식의 간(짠 정도) ▶녹황색 채소 섭취 빈도 ▶기름진 음식 섭취 여부 ▶취미 여부 ▶숨찬 운동 빈도를 꼽았습니다. 언뜻 봐도 건강상태와 직결되는 요소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다소 의외였습니다. 건강상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생활습관으로 '취미 여부'가 꼽혔습니다. 숨찬 운동, 수면시간, 체중, 흡연 여부보다도 취미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가 높게 평가된 겁니다.
 
특히 '취미 여부'는 신체 부분별 영향에서도 전신증상, 이비인후계, 치과, 소화기계, 피부, 비뇨기계, 사지·관절·골격·근육, 신경계, 생식기, 정신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강력한 도움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연구진은 "노인의 건강 증진을 위해 나이가 들더라도 지속적인 취미활동과 더불어 운동, 비만 예방 등 건강행위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경북대 과학기술대학원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취미가 건강상태뿐 아니라 건강 증진 행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65세 이상 노인 2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한 결과, 취미생활이 건강 증진 행위에 가장 높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노인들이 자신의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노인의 긍정적인 건강관리 행동 가능성을 높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인들은 경제적 능력이 여가활동을 즐기는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특별히 돈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것을 추천하거나 그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뜯어보면 건강과 관련 없어 보이는 취미활동에도 건강 요소가 숨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악기 연주입니다. 악기를 다루는 행위에는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이고 악보로 본 것을 연주로 옮기는 과정이 수반됩니다. 손가락을 움직이면 뇌의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치매 진행을 막는데도 도움이 되고, 입으로 부는 관악기나 하모니카 같은 악기는 폐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죠. 두드리는 타악기는 스트레스 해소와 치매·관절염 예방에도 좋습니다.
 
실제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연구진이 음악 활동을 하는 65세 이상 노인 116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음악 활동을 하는 노인은 최근 1년간 병원을 방문한 횟수가 평균 1.54회인 반면, 그렇지 않은 노인은 평균 1.97회였습니다. 우울 점수도 3.44점으로 음악활동을 하지 않는 노인(6.98점)보다 낮았죠.
 


몸을 쓰는 요가는 그 효과가 수치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부산대 간호학과 교수팀은 건강상 문제가 없는 노인 43명을 대상으로 22명에게는 2개월간 요가 프로그램을 적용했고 나머지 21명에게는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군(실험군)은 혈압이 요가 실시 전 평균 147.59mmHg에서 실시 후 136.36mmHg으로 감소했습니다. 반면 참여하지 않은 군(대조군)은 143.3mmHg에서 146.52mmHg로 오히려 높아졌죠.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도 실험군은 평균 213.32mg/dL에서 199mg/dL로 감소했지만 대조군은 198.6mg/dL에서 210.33mg/dL로 높아졌습니다. 연구진은 "요가가 노인의 혈압을 떨어드리고 삶의 의미를 증진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여러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같습니다. 취미생활이 심적·정서적인 면에 기여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취미는 뭔가에 집중하고 즐길 대상을 갖는 자체로 우리의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취미활동을 하는 노인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삶의 의미를 찾게 해 준다고. 시작이 반입니다. 지금 이렇다할 취미가 없거나 잠시 접어뒀던 취미가 있다면 이제라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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