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발전에 따라 수술 범위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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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명의 박정수 교수의 [병원에서 주워 온 이야기]

15호 수술실, 30대중반 여자사람 환자다. 마취 준비 중인 간호사가 말한다. 이 간호사는 언제나 하이톤으로 유쾌하게 말한다.

"교수님, 이 환자분이요, 지금 울었어요"

"그래요? 아마도 애기가 보고 싶어서 그럴걸요, 애기엄마들은 수술대에 오르면 자신보다는 아기들 생각이 더 애틋하거든요."
 "애기 둘이 있데요, 여섯살 , 세살 아들요"
 "아이고, 한창 말썽 피우겠구먼, 저렇게 새끼들 키워 내어도 나중에는 엄마는 잊어 버리고 지네들 힘으로 자랐다고 생각할 걸...."

위로 한답시고 어제 세돌 생일 케이크 촛불 앞에서 기도하며 즐거워 하는 우리집 땡깡공주 사진을 보여주니 또 눈자위가 벌겋게 되며 눈믈을 흘린다.

"저  아들이 보고  싶어요"

마취과 간호사가 말한다.  "교수님이 또 울렸네요"
수술대 위의 환자에게 말한다.

"염려하지 말아요, 잘 될 겁니다"
 "교수님, 저, 예쁘고 작게 잘해 주세요,  직장 나가거든요"
 "하이구야, 어려운 부탁이네, 오늘 전절제 가능성이  높은 데 이거 신경 많이 쓰이는구만"

이 환자는 왼쪽 갑상선날개에 1.07cm 암덩어리가 있고 오른쪽 날개에 2.4cm 크기의 양성으로 보이는 결절이 있다.

문제는 초음파 영상으로 왼쪽 암덩어리의 위치가 소위 말하는 "마의 삼각지점"에 있고 바로 그 아래에 전이가 강력히 의심되는 림프절이 두개가 보인다는 것이다. 크기도 아주 작지는 않다.

이게 큰 전이로 나온다면 오른쪽 결절이 암이든 아니든 전절제를 하고 수술 후 고용량의 방사성요드치료를 추가로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환자는 작게 절개하고 예쁘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수술은 중앙 경부 피부를 피해 왼쪽 아래 옆목에 3.0cm 절개선을 넣고 우선 커진 림프절들을 떼어서 긴급 조직검사실로 보낸다.

그리고 계속해서 왼쪽 갑상선과 오른쪽의 있는 결절을 떼어서 또 긴급조직검사실로 보낸다. 마의 삼각지점 근처에 암덩어리가 있었지만 다행히도 성대신경은  어렵지 않게 잘 보존된다.

"보낸 림프절이 네가티브로 나오면 전절제를 피할 수 될텐데...어떻게 나올까? 일단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

 20분후 교수 휴게실에서 컴터와 놀고 있는데 전공의가 연락해 온다.
 "교수님, 림프절에는 1~3mm 전이가 몇개 있고요 오른쪽 결절은 특수 면역염색에 들어갔다는데요"
 "그래? 림프절 전이가  그 정도라면 굳이 전절제까지는 할 필요는 없겠고..... 오른쪽 결절이 뭐로 나오느냐가 문제겠네, 면역 염색 들어갔다니까 한참 더 기다려야 되겠구만..."

무려 1시간이나 더 기다린 끝에  면역염색 결과가 컴터에 올라 온다.
"HBME-1, positive: CD56 :focal positive; CK19; negative; 결론적으로 NIFTP에 해당됩니다"

이게 바로 암은 암이라도 암이라 부르지말자고 작년에 미국에서 발표한 비침습여포갑상선종양에 해당되는 것이 아닌가.

전임의 닥터김이 묻는다. "암이 아닌가요?"
 "암은 암이지만 거의 양성종양과 비슷한 예후를 보이는 것이라서 암 가족에서 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종양이지.

엄밀히 말하면 암이지, 장기 추적에서 1% 미만이지만 재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 아마...

이 환자는 옛날 기준대로라면 전절제를 했어야 되지만 오늘 수술한대로 왼쪽 전절제+ 오른쪽 부분절제+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까지만 해도 충분하니까 더 이상 수술을 확대할 필요가 없지, 환자를 마취에서 깨우고 회복실로 보내지"

병실에서 만난 환자 상태는 만족스럽다. 비슷한 인상의 훈남 남편이 반가이 의료진을 맞이 한다.

"수술 잘 되었어요, 오른쪽 종양은 암이지만 양성과 암의 딱 중간에 있는 저등급암이니까 그전 같으면 전절제를 했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림프절 전이도 작은 것은 생존율에 영향을 안 미치는 걸로 되어 있구요.

이제 두 아들놈만 잘 키워내면 되겠네요, 흐흐"

의학의 발전에 따라  수술 범위도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박정수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외과학 교실 조교수로 근무하다 미국 양대 암 전문 병원인 MD 앤드슨 암병원과 뉴욕의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에 대한 연수를 받고 1982년 말에 귀국했다. 국내 최초 갑상선암 전문 외과의사로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학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내 갑상선암수술을 가장 많이 한 교수로 알려져 있다. 현재 퇴직 후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주당 20여건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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