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4차 산업혁명 분야 결집, 첫 타깃은 암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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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밀의료 프로젝트 사업단 이끌 고대의료원

‘정밀의료’는 미래의학 모델로 꼽힌다. 진단·임상 정보에 개인의 유전정보·생활습관까지 접목한 맞춤형 의료다. 이들 정보를 근거로 질병 가능성을 미리 분석해 조기 발견율과 치료율을 끌어올린다. 국가 간 최대 이슈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에 정밀의료를 포함시켰다. 그리고 올해 프로젝트 사업단으로 고대의료원을 선정했다. 이제 성공적인 정밀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한 닻이 오른 셈이다.
 
고대의료원은 연구중심병원 등 융합 연구 경험을 살려 정밀의료 기반을 성공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상헌·김열홍 단장(오른쪽부터)과 핵심 연구진이 사업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장석준 기자

유전·생활습관 연관성 규명
암 진단·치료법 개발 집중
병원별 정보시스템 표준화

사실 정밀의료는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얘기다. 타고난 조건(유전정보)과 생활 패턴(습관)을 진단 기준에 반영하고, 취약한 부분을 미리 발견해 그 조건에 꼭 맞는 약을 처방한다. 미리 예측한 질병 위험성을 토대로 필요한 각종 검사 시기를 조정하거나 위험 인자를 아예 차단하기도 한다. 예측 불가능했던 건강 요소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정밀의료는 의료의 이상향이라 할 만하다. 정부는 정밀의료 프로젝트로 2025년까지 폐암·위암·대장암 전이암 생존율을 8.4%에서 14.4%까지 끌어올리고 건강수명을 73세에서 76세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정밀의료가 기대만큼 구현되려면 모든 질환 발생과 유전정보·생활습관의 연관성이 밝혀져야 한다. 복잡한 실타래를 푸는 작업이다. 정밀의료에 먼저 뛰어든 선진국이 여전히 희귀·난치성 질환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체 정보를 밝히는 중이다.
 
 
2025년 건강수명 76세 목표
그래서 주목한 것이 암이다. 암이 만성질환 등 다른 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관성을 밝히기 용이해서다. 고대의료원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맡게 된 것도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K-MASTER 사업단)’과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사업단(P-HIS 사업단)’이다. 정밀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두 축이다. K-MASTER 사업단의 김열홍(종양혈액내과) 단장은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과 치매는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하지만 암은 비교적 단순하고 유전정보가 암 조직에 상당 부분 담겨 있어 정밀의료를 시도하기 좋은 질환”이라고 말했다.
 
사업단은 우선 암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해당 유전자 변이와 표적 치료제를 매칭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암 환자 진단·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간단한 일은 아니다. 암 환자의 유전적 특징을 의미 있는 진단·치료법에 활용하려면 방대한 양의 유전정보와 임상 정보가 필요하다. 이들 빅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데이터를 구축하고 공유·활용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개별 병원마다 구축된 병원정보시스템(HIS)을 표준화하고 개방형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하는 것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밀의료 역량 꾸준히 강화
P-HIS 사업단이 바로 이 기능을 담당한다. P-HIS 사업단의 이상헌(재활의학과) 단장은 “결국 정밀의료는 연구를 통해 정립된 데이터와 환자 정보로 이뤄진 빅데이터에 근거해 AI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의사가 판단해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이라며 “K-MASTER 사업단에서 생산한 데이터를 축적·호환하고 분석 솔루션을 자유롭게 탑재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밀의료는 의학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유전·약학 분야를 비롯해 정보·통신·보안 등 4차 산업혁명에서 거론되는 모든 분야의 역량이 필요하다. 고대의료원이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된 배경이기도 하다.

고대의료원의 정밀의료 역량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2개의 연구중심병원(안암·구로)을 보유한 곳이다. 특히 고대안암병원은 맞춤치료를 위한 유전체 이용, 정보기술(IT) 융합·접목을 중점연구 분야로 선정·육성하고 있다.
 
게다가 2012년부터 매년 ‘HT·BT 리서치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의대·생명과학대·공대·간호대·보건과학대·과학기술대·약대 등 각 분야 간 장벽을 허문 학술교류 행사다. 보수적이고 진입장벽이 높은 의학계에서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특히 대학 차원에서 이미 관련 분야 연구 역량을 한데 모아 연구 융합·산업화를 추진하는 거대 글로벌 프로젝트 ‘KU-MAGIC’에 돌입한 상태다. 정밀의료는 KU-MAGIC의 핵심 주제 중 하나다. 이 단장은 “이제는 한 분야의 연구 역량이 아닌 각 분야 간 협업이 연구 역량을 결정짓는 시대”라며 “정밀의료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인 만큼 모든 인프라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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