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건강, 지켜야산다] ⑭부부는 건강도 닮아…함께 관리해야 ‘구구팔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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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가장 잘 아는 주치의는 배우자

흔히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합니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 말투와 행동, 표정까지 닮는다고 하죠.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사람이 건강을 잃으면 다른 한 사람도 나빠지기 쉽습니다. 반대로 한 명이 건강하게 지내면 다른 한 명도 따라 건강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100세 시대, 말 그대로 부부다 백년해로(百年偕老)하려면 내 건강뿐 아니라 배우자의 건강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실버 건강, 지켜야 산다열네 번째 주제는 부부 건강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후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은 남자가 35.1, 여자가 34.2년입니다. 30년 이상 긴 시간을 함께 보낸 부부는 앓는 질환이 비슷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가 부부 520쌍을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한쪽 배우자에게 고혈압·고지혈증이 있을 때 다른 배우자에게 따라 나타날 확률은 2.5, 2배였습니다. 비만과 당뇨병은 모두 1.7배였고, 우울증은 무려 3.8배나 됐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은 전염성 질환이 아니죠. 유전적으로 보면 완전히 다른 ‘남남’입니다. 그럼에도 부부가 같은 질환을 앓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오면서 생활습관이 비슷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같은 연구에서 부부는 생활습관 대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부 중 한 명이 아침을 거르면 다른 한 명이 함께 거를 확률이 7배나 됐습니다. 한 명의 식생활이 불규칙하면 다른 한 명이 함께 불규칙할 확률이 3.8배였고요. 배우자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다른 배우자가 안 할 확률도 2.4배였습니다. 결국, 함께 한 세월이 오래될수록 공통으로 갖는 건강 위험인자가 많아지는 것이죠.
반대로 생각해보죠. 부부 중 한 명이 건강한 습관을 들인다면? 물론 다른 한 명도 습관을 따를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연구로도 증명됐죠. 미국 듀크대에서 진행된 연구입니다. 팔바 트레이시 박사팀이 부부 6702쌍을 대상으로 건강습관 변화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금연·금주·운동·건강검진·예방접종 모두 부부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명이 운동을 시작했을 때 다른 한 명이 따라 시작할 가능성은 1.5~1.6배였고, 함께 금연할 확률은 7.5~8.5배나 됐습니다. 금주는 5.1~5.4,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은 각각 1.8~1.9, 5.8~6.1배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건강습관은 닮는다는 것이죠.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부부'
부부가 같은 질환을 앓으면 관리 측면에서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노력하게 됩니다. 고혈압을 예로 들면 함께 고혈압에 좋은 식단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는 식이죠. 이 과정에서 치료효과는 훨씬 좋아집니다. 마라톤에서 누군가 함께 뛸 때 더 좋은 기록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서로를 챙길수록 내원지속률과 복약순응도가 개선됩니다. 병원을 얼마나 착실하게 찾는지, 약을 얼마나 규칙적으로 먹는지는 치료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귀찮아서, 혹은 깜빡해서 종종 약 복용을 건너뛰거나 병원을 찾지 않곤 하는데, 이때 부부가 서로를 관찰하고 독려하면서 약을 챙기고 병원에 함께 갑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정신적으로 서로 의지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질환을 앓게 되면 말 그대로 ‘동병상련’을 느낍니다. 어려운 순간에 의지가 되죠. 병은 의사가 혼자 치료하는 게 아닙니다. 특히 노인성 질환 대부분은 오히려 집에 돌아간 뒤에 하는 관리가 중요하죠. 부부가 서로의 주치의가 돼 서로를 챙겨야 합니다.
 

건강도 금실 따라 간다
당연히 부부금실이 좋을수록 더 건강하겠죠.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 브리검영대 연구진은 부부 204쌍과 독신자 99명에게 휴대용 혈압계를 장착시키고 24시간 혈압변화를 관찰했습니다. 부부관계가 좋을수록, 그러니까 결혼생활 만족도가 높을수록 혈압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만족도가 가장 높은 그룹과 가장 낮은 그룹의 차이는 5Hg였습니다. 만족도가 낮은 그룹의 혈압은 심지어 독신자보다도 높았습니다.
반대로 부부관계가 나쁠수록 심장질환 위험이 높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미국 유타대 버트 우치노 교수가 부부 136쌍에게 배우자와의 관계를 물은 후 이들의 관상동맥을 CT로 촬영했더니 언쟁이 많을수록 석회화가 많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죠.

 

        *자료: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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