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환자들이 모두 이 지경이 되어야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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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명의 박정수 교수의 [병원에서 주워 온 이야기]

저녁회진 시간, 오늘 수술 받은 환자중 가장 큰 수술을 받은 40대후반 남자 사람 환자를 만난다.

암이 양측 갑상선 날개를  다 침범하고, 이 암은 갑상선피막을 뚫고 나와 중앙경부림프절로 퍼지고, 이어서 양측 옆 목 레벨 2,3,4림프절을 침범하고 있었던 환자다. 특히 왼쪽 옆목 림프절 전이가  땅콩밭을 이루고 있어 갑상선전절제술,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 옆목림프절 청소술을 산악행군을 하듯하였다.

세상에, 이렇게 심하게 퍼지도록 도대체 뭘하고 지냈을까? 오늘 시행된 수술내역에 대하여 설명하고 환자와 애기를 나눈다.

"아니 암이 그렇게 퍼지도록 몰랐어요?"
"네, 아무 증상이 없어서 몰랐지요"
 "그럼 어떻게 하다가 발견되었어요?"
 "작년 10월에 건강 검진하다가 우연히 발견되었지요"
 "지금 5월인데? 그동안 수술도 안 받고 뭐 하셨어요?"
 "그냥 뭐, 갑상선암은 괜찮다고 해서요"

 하~~, 암이 이렇게 많이 퍼져 있었는데 환자는 그 심각성에 대하여 인지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증상이 없으면 진단도 치료도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의료농단 세력 때문에 암이 퍼져 생명이 단축되는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내는 환자들이 얼마나 많을지 현재로는 알 길이 없다.

얼마 전 메스컴에서 지난 5년 동안 갑상선암 수술이 43%정도가 줄었다고 하였으니  상당수의 환자들이 진단도 못 받고 암이 퍼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내고 있을 것으로 짐작은 된다.

또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오늘의 환자처럼 대수롭지 않은 병으로 생각하고 그냥 지내고 있는 환자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요즘 우리 갑상선암센터 교수진은 암이 많이 퍼져 오는 환자들 때문에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수술을 끝내고 나오는 장 교수를 16호 수술실 앞에서 마주친다. 젊은 청년 환자 수술을 끝내고 많이 지친 표정이다. 사실 이 청년 환자는 얼마전 필자를 먼저 찾아 왔으나  오늘 필자의 환자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진행이 빠르고 심하게 퍼져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하기 위해 장 교수가  맡기로 한것이다,

"너무 퍼졌어요, 성대 신경도 침범해서 짤라야 했고, 양쪽 측경부와 중앙림프절, 상부종격동 림프절 전이가 감자밭이었어요.심해도 너무 심했어요"

"어제 환자는 절제 수술을 못했다면서?"
 "아, 선생님께서 넘겨준 그 환자 말이죠. 그 환자는 더 심했습니다,수술중 긴급조직검사에서 미분화암으로 확정돼 일단 수술을 중지하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하기로 했어요,  그쪽 담당인 김석모 선생이 맡아서 치료하기로 했어요"

"그참, 요즘은 심한 환자들이 많아져서 큰 일이야"
전임의 닥터 김이  말한다.

"교수님, 호흡곤란으로 응급수술해야할 환자가 있어요. 80세 노인 환잔데 암이 갑자기 커지면서 기도가 막혀 숨을 거의 못 쉬게 되어 호흡이라도 유지시키는 수술울 해야 된다나 봐요. 6개월 전에는 작은 혹이었다는데 처음 본 의사가 나이도 많고 하니까 그냥두고 보자고 했다고...."

"참, 큰일이야, 갑상선암 전문하지도 않은 이상한 의사가 노인들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TV에서 얘기했다며?

 그런 의사들이 책임져야지, 잘 모르면 가만히 있는게 도리지,  작을 때 간단히 수술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놈의 나라가 점점 이상해져 가고 있단 말이야.

수술은 누가 맡기로 했노?"

 "원래 응급실 환자라서 오늘 외래 보시는 이용상 교수님이 해야되는데, 외래환자 때문에 시간을 뺄 수 없어 우선 장호진 교수님이 하기로 했어요"

"흠, 장호진 선생, 그 할머니 환자도 미분화암일거야, 다 뗄 생각 말고 기도를 막고 있는 협부를 넓게 떼어서 호흡만 할 수 있도록 하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음 날인 토요일(5월13일) 늦은 오후, 그 환자가 궁금해 장호진 선생에게 전화를 해본다.
 "그 환자 지금 어때?"

"교수님 말씀대로 협부를 넓게 떼는 수술을 했습니다. 근데 긴급 조직 검사 결과가 미분화암 아니면 악성림프종양이 의심된다 했어요"
 "결과 나오는대로 항암치료 빨리 시작 해야지, 악성림프종양이면 치료 효과가 미분화보다는 좋을 거야"

수술환자 43%줄였다고 좋아하는 의료 농단 세력들아, 제발 좀 가만히 있어주소, 갑상선암 환자들이 모두 이 지경이 되어야 하겠소?  
 
☞박정수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외과학 교실 조교수로 근무하다 미국 양대 암 전문 병원인 MD 앤드슨 암병원과 뉴욕의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에 대한 연수를 받고 1982년 말에 귀국했다. 국내 최초 갑상선암 전문 외과의사로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학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내 갑상선암수술을 가장 많이 한 교수로 알려져 있다. 현재 퇴직 후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주당 20여건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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