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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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일 원장의 [내과 진료실에서 쓰는 이야기]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란 위의 유문(파이로리) 부위에 사는 나선(헬리코) 모양의 균(박터)을 말한다. 헬리코박터균은 전세계 인구 반수 이상이 감염돼 있을 정도로 흔하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 국민의 47%, 성인에서는 70%의 감염률을 보인다. 만성위염과 위암의 원인균으로 지목받고 있는 헬리코박터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균이 위 속에서도 살 수 있는 이유

사람의 위 속에는 쇠도 녹일 수 있는 염산이 분비된다. 이 염산이 위 속으로 들어오는 균을 죽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거의 모든 학자들이 위 속에는 균이 살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다 1983년에 호주의 워렌과 마셜이라는 두 학자가 이 균이 위의 점막의 점액층 밑에 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분들이 노벨상을 타기에 이르렀다.

헬리코박터균이 강산성인 위 속에서 살 수 있는 이유는 위산을 중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균은 우레아제라는 효소를 만들어 위 점막에 있는 극미량의 요소를 분해해 암모니아로 만드는데, 알칼리성인 암모니아가 주위 환경을 중화시킴으로써 강산성인 위 속에서도 거뜬히 살아남을 수 있다.

만성위염이 있다면 꼭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한다. 헬리코박터균은 만성위염과 위암 등의 원인균으로 지목받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는 헬리코박터균을 확실한 발암인자(class I carcinogen)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 100명 중 1~2명에게서만 위암이 발생되며, 여러 연구에서도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한 후에도 위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헬리코박터균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국내 관련 전문의들도 위암 예방의 차원에서 이 균을 치료할 것인가 하는 점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서구에서는 소화불량증이나 상복부 불편감이 있으면 내시경을 하기 전에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권유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흔하고 또한 위암이 많은 상황에서는 소화불량증이나 복부 불편감이 있으면 내시경을 먼저 해서 정확한 원인을 살핀 다음에 의사와 상의하여 헬리코박터균 치료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다만 만성위염이 있거나 위·십이지장 궤양 등을 앓은 경험이 있는 경우, 또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암 수술 후 등에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치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헬리코박터균은 항생제 복용으로 치료 가능

헬리코박터균은 우리 몸에 살고 있는 일종의 세균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먹으면 치료가 되며, 특이하게도 위산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균이기 때문에 위산억제제를 같이 먹으면 효과가 더욱 크다. 보통 항생제 2종류와 위산억제제 1종류를 포함해서 모두 3종류의 약을 7일-14일 정도 먹으면 80% 정도의 제균율을 보인다. 최근 항생제 내성률이 높아지면서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받아도 균이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이러한 경우 2차 치료를 통해 균을 없앨 수 있다. 재발의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성인의 경우 균을 없애고 나면 1년안에 재발할 가능성이 2~3%로 낮은 편이다.

☞ 민영일 원장은

우리나라 내시경 역사의 산 증인이다. 전 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으로 정년 퇴임한 후 현재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자 내시경 시술을 처음 시행하고 전파한 의사이자 내시경 관련 다섯개 학회 모두 학회장을 역임한 유일한 의사이다. 서울대 의대 내과 졸업 후 아산병원에서 오랜 교수 생활을 하며 의사들이 뽑은 '위장 질환 관련 베스트 닥터'로도 선정된 바 있다. 특히 환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의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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