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감정 술술~ 나누니 스트레스 훌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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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의 건강학

스트레스는 서서히 몸과 마음을 파괴한다. 소리 없이 뇌를 잠식해 사소한 일에 욱하고, 말 한마디에 발끈한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큰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해결책은 속내를 털어놓는 대화, 바로 수다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감정적·정서적으로 공감한다. 
현재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스트레스로 긴장했던 뇌가 이완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뇌는 슬픔·짜증·분노·괴로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말로 표현하면 그 감정이 누그러진다.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힘을 키워주는 수다의 건강 효과를 소개한다. 

슬픔·짜증·분노·괴로움
말로 쏟아내면 뇌 안정
주제·목적 정하지 말고
서로 맘껏 주고받아야


닫힌 마음 열어주는 열쇠
 
수다의 힘은 결코 가볍지 않다.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역설적으로 수다의 가치는 점점 커진다. 윤 교수는 “수다는 단단하게 닫힌 마음을 열어 주는 열쇠”라며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쌓인 응어리가 풀어진다”고 말했다. 수다는 뇌에 ‘현재 나 자신이 편안한 상태’라고 알려주는 신호다. 긴장·흥분한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긍정적인 경험을 반복하면 뇌의 행복·긍정 신호망이 두터워져 스트레스에 견디는 힘이 강해진다.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떨면 입이 아프고 머릿속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수다로 인해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수다를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부산대학교 간호학과 김명희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결과(2011, 한국모자보건학회지)가 이를 증명한다. 연구팀은 50~65세 여성 57명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주 1회 두 시간씩 만나 비밀유지를 약속하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했다. 다른 그룹은 일상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6주 후 이들 그룹의 우울감과 자아존중감 변화를 관찰했더니 수다 그룹의 우울감 점수는 실험 전 24.68점에서 실험 후 20.37점으로 줄었다. 자아존중감은 실험 전 25.34점에서 실험 후 29.10점으로 높아졌다. 반면에 일상생활 그룹은 실험 전후 점수 변화가 거의 없었다.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진경 교수는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상황을 이해·공감하는 수다는 치료 현장에서도 흔하게 사용하는 면담 기법”이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얼굴을 직접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빠르게 줄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가족실태조사(2015)에 따르면 부부 간의 하루 대화 시간이 1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한 부부가 2005년 54.9%에서 2015년 65.4%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하루 종일 전혀 대화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1.4%에서 1.7%로 증가했다. 직장에서도 입을 꾹 다물고 지낸다.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에서 2015년 직장인 618명을 대상으로 직장 동료와 대화하는 시간을 설문조사했더니 응답자의 51%는 하루 10분을 채 넘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얼굴 보고 떠들어야 효과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비대면 교류다. 전화·e메일·문자·메신저·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소통한다.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하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조사한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평균 275분. 이 중 스마트폰 메신저를 사용하면서 보낸 시간은 평균 78분이다. 스마트폰 이용시간의 28.5%에 해당한다. 만나는 것보다 편하게 연락할 수 있어서다. 빈도가 잦아 친밀감을 높이기 쉽다.
 
문제는 정서적 공감이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는 “생각나는 대로 대화하는 것보다 손으로 내용을 정리하면 의사소통 정확도는 높아지지만 상대방과의 세세한 교감 범위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할 때는 그 상황에만 온전히 집중한다.
 
말할 때는 언어적인 ‘내용’ 외에도 많은 정보가 오간다. 목소리의 크기나 억양, 어조, 떨림, 눈빛, 얼굴 표정, 손 동작, 몸의 기울기, 자세 같은 비언어적 요소다. 비대면 교류에서는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표현하기 어렵다. 예컨대 서로 싸우고 있을 때 ‘미안하다’라고 말했다고 가정하자.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악 쓰듯 크게 말하면 정반대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강 교수는 “만나서 대화하기 어려울 때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수다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건강한 수다의 조건: 내 마음 활짝 열고, 남 말 귀 기울이고
 
수다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도구다.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이어지는 수다는 마음의 장벽을 쉽게 허물어버린다. 말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간의 긴밀한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이것에 실패하면 함께 있어도 나 혼자 고립된 섬에 있는 것처럼 외롭고 공허하다.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수다 준비물을 소개한다.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 찾기
수다는 마음을 터놓을 상대방을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꼭꼭 감추고 싶은 속내를 털어놓아도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 등이 대상이다. 현재 처한 상황이 비슷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하기 쉽고, 못난 모습이나 약점까지 포근하게 감싸줄 수 있어서다. 수다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각자의 비밀을 공유하면서 완성된다. 같은 편이라는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비아냥거리거나 거들먹거리는 행위는 건강한 수다를 막는 방해요소다. 결국 마음을 터놓을 수 없어 외톨이가 될 수 있다.
 
관심을 보여주고 다가서기
누구든지 무작정 다가서면 상대방은 한 발짝 물러난다. 가볍게 일상적인 안부나 공동의 관심사를 묻고 관심을 보이면서 다가간다. 그리고 내가 말하고 싶으니 들어 달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충분히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시간도 확보한다. 2~3시간 정도면 적당하다.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상황이 어렵다면 전화나 메신저 등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 마음 공개하기
비밀은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 나의 마음을 지켜주는 보호막이다. 나 자신을 예쁘게 포장하고, 흠은 숨겨야 완벽한 존재로 인정받는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현대인이 살아가는 기본 생존전략이다.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 자신도 진짜 내 모습을 알기 힘들다. 남은 더 그렇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두리뭉술하게 돌려서 말하기보다는 약하고 초라할 수 있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자. 사람과의 관계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밀당의 연속이다. 먼저 감정을 드러내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상대방의 말 경청하기
말하는 것만큼 잘 들어야 한다. 상대방이 말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경청한다. 수다는 소통이다. 아무 반응 없이 단순히 듣고만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벽에 대고 혼잣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야기를 들을 땐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관심을 표한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여유도 필요하다.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말하면서 현재의 감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조언하는 정서적 공감도 좋다. 다만 섣부른 충고나 무조건적인 위로는 오히려 신뢰를 깰 수 있어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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