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현관,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까?

인쇄

노미경의 병원 고치는 이야기

봄에 벚꽃을 본다는 것은 그간 추웠던 움츠림에서 벗어나 따스함으로 향하는 기다림이란 생각이 든다. 초미세먼지가 극성인 올해, 시국도 날씨도 좋지 못해 예전처럼 벚꽃 구경의 화사함이 조명되지 못한 것 같다.

그나마 지난 주 집근처 벚꽃나무가 즐비한 곁길을 따라 지나가봤다. 꽃길의 영롱함을 느껴보는 시간동안 잠시 기쁨을 만끽하는 동안 옛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예전 어느 병원 입구를 들어가며 화사했던 꽃길을 따라  걸어간 적이 있다. 병원 디자인을 하는  나로서는 당시 현장 늘 북적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병원 안에서 기다려야할지 고민하는 것에 몰두하였는데  환자가 아니라 병원에 일하러 들어가던 그 꽃길이 좀 더 길어 나의 생각이 꽃길이 끝나기 전 정리가 되길 바라던 기억이 난다. 

예전 집 공사를 하면서 꽤나 현관에 대한 신경을 썼다. 그 이유는 집의 첫인상이 현관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글을 쓸 때 필요한 네 가지란  ‘문방사우’를  인용해서 ‘현관사우’란 말을  붙이기도 했다. 현관에 없어서는 안 될 4가지로 빛, 풍경(들어올 때 알리는 소리), 식물, 그림이라고 말이다. 그만큼 집 앞의 첫 인상 그리고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을 생각하는 게 우리의 일상인데 병원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병원으로 들어선다면 아픈 환자의 마음이 조금은 그 길 따라 잠시나마 위안이 되지는 않을는지….

어찌되었든 나는 병원 바깥의 길도 길이지만 입구에 들어서서 맞이하는 대기 공간의 복잡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병원마다 다양한 제안을 드리곤 했다. 요즘 들어 다들 환자의 눈높이가 되어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있는 병원이 대다수이다. “병원 로비에 좋은 음악을 틀어 놓자는 개념에서 음악 홀 같은 병원을 만들어보자”, “미술관같이 연출해보자” 등등 다양한 니즈들이 많아지고 있다.

호텔과 같은 병원이라는 말은 이제 한물 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다. 대형 병원의 추세가 전 세계를 막론하고 몰 기능을 포함한 복합기능처럼 다각화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잘 꾸며진 병원은 이제 어디 가더라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병원의 추세가 ‘병원이 환자가 나아야한다는 본질 그 이상을 넘어 더욱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사람에게 이로워지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으나 어디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치유와 힐링 그 기능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HBA로 불리는 미국의 유명한 헬스케어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허치 베드너 어소시에이츠 (Hirsch Bedner Associates)의 회장 겸 CEO 인 마이클 베드너 (Michael Bedner)는 헬스케어디자인 매거진을 통해 병원의 첫인상에 대한 칼럼에서 이런 내용을 기술한 적이 있다.

“병원의 로비는 방문객을 맞이하고, 정보와 지시 사항을 제공하고, 방문객을 위한 회의 공간을 제공하고, 환자를 시설의 다른 부분으로 옮기기 전에 대기 공간을 제공해야 하는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므로 병원은 그 병원의 첫인상이기 때문에 눈부셔야 하며 환자뿐 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유혹의 힘이 있어야 한다. 로비에서는 병원의 시작과 끝 모두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보이는 시각적인 이미지, 그 이상의 총체적인 감각이 경험되어야 한다.”

요 근래 다양한 병원들을 방문하면서 예전과 다른 점이 그저 복잡함의 환경개선뿐만 아니다. 의료기술의 평준화와 엄청나게 늘어난 병원들로 인해 진료뿐만 아닌 다른 뭔가의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병원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살려가면서 경쟁력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의 전문가집단에게 자문을 구하고, 병원 자체의 팀을 두어 그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바라보고, 그동안 좌우충돌의 경험을 찾아 그것들을 개선하려는 중이다.
그 결과는 보다 더 사람중심 디자인이 공간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각각의 다양한 사용자들이 내는 목소리를 여과 없이 들으려 한다. 환자뿐 아니라 그곳의 스텝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병원 공간을 만들려는 게 예전과는 다른 추세인 것이다. 

 

긴 대기시간 창밖을 바라보고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며 책을 가지고 병원에 와도 좋겠다는 병원 방문 사람들의 댓글이 달린 병원의 모습이다. (민트병원 문정동소재)

 

요즘 들어 환자 방문객들이 병실로 드나드는 것을 제한시키기 위해 별도의 방문자 공간들을 만들려는 병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로 인해 병원들은 또다시 잘된 병원을 벤치마킹하여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낼지도 모르는 우스운 광경이 펼쳐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의료정책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바람에 정책이 공간을 변화하는 경향이 매우 심하다. 실제 그 병원의 지역적 특수성 등은 무시되고 임시방편의 뜯어 고치기식의 환경변화로 점점 더 병원이 기능만 존재하는 공간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 매우 가슴이 아프다. 그나마 나은 것은 세밀한 곳에 신경 쓰며 사람을 생각하는 병원들이 결국 세상의 중심이 되어가고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색채의 선택과 디자인, 고급스러운 소재와 마감재를 통한 미적 만족감이 한 데 어우러져 사용자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소위 이런 공간들은 굳이 병원이 큰 돈 들여 마케팅을 하지 않더라도 고객, 즉 환자 보호자들이 더 많이 주위에 알리는 역할을 자처한다.

인스타그램에 뜨는 병원의 아름다운 공간에 우리가 디자인한 디테일이 소개가 되는 것을 보면 그저 뿌듯할 따름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공간에 반영했다는 자부심도 은근히 든다.

값비싼 마감재를 선택하여 코스트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갖고 있는 마음을 진정으로 배려한 공간디자인이야말로 진정한 공감의 디자인이고 위에서 언급한 사람을 생각하는 디자인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제 벚꽃은 다 졌지만 또다시 진달래 철쭉이 그 길옆 바로 근처 화사하게 피고 있다. 사계절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그런 전경이 내가 일하고 있는 병원이라면 그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조금 더 환한 모습으로 일할 수 있을까?  잠시라도 아파 그 병원에 가야한다 치면, 내가 가던 그 날 예쁜 철쭉이 나를 반기고 있을 때 아파 찡그리던 얼굴이 조금이나마 꽃향기에 환해질 수 있을까? 그런 병원에 다니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일 터…….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전체 댓글

게시판 관리기준

이름
비밀번호
댓글쓰기
0/500
※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